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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남 창녕군 갈곡면에 위치한 낙동강 함안보 설치 현장.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연신 들락거리며 공사가 한창이다. 벌써 다섯 달째다. 장마철을 앞두고 요즘은 야간공사를 강행하기도 한다. 뱀꼬리처럼 유유히 흐르며 곳곳에 하얀 모래사장을 만들고, 하천 주변 땅에는 각종 농산물과 울창한 수목 등 자연의 멋을 한껏 뽐내던 낙동강이 신음하고 있다.

 

마늘 배추 등 부산지역 채소 소비의 40%를 생산하는,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해당하는 농지가 소멸되고, 매년 봄이면 경남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채꽃 축제도 이번이 마지막인 운명에 처해 있다. 또한,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면 찾아오는 왜가리를 비롯한 철새들의 보금자리도 날아갈 판이고, 흙탕물과 수질악화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햇볕을 잘 받아야 높은 당도를 유지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감을 비롯한 과일은 매일 같이 짙게 낀 안개로 생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4대강에 설치되는 보 중 최대규모로 폭 953미터, 높이 10.7미터에 이르는 함안보는 수위 상승으로 인한 장마철 주변 저지대의 홍수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리산에서 시작해 산청과 진주, 의령을 거치는 남강과 낙동강의 합수 지점은 더 큰 문제다. 낙동강의 높은 수위로 남강이 제대로 낙동강에 유입되지 못하고 역류돼 남강 상류지역의 물난리가 우려된다. 유구한 세월 경남의 젖줄이던 낙동강이 새로운 운명에 처해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은 사람과 뭇 생명을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임이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를 수정하기는커녕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더. 오는 6월 2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60%가 넘는 4대강 반대 민심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일꾼을 뽑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쉬는 지역을 만들어 갈 것으로 확신합니더."

 

자연의 생명과 사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낙동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공사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스님이 있다. 바로 자흥 스님(조재완 52세. 창원 금강사 주지, 경남불교평화연대 대표, 4대강저지낙동강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이다. 스님은 오늘도 기자가 취재하고 싶다는 한 마디에 만사를 뒤로 하고 차를 몰아 현장으로 안내했다. 낙동강 현장에 도착한 자흥 스님은 열변을 토했다.

 

"낙동강 사업, 수질오염과 환경파괴, 농업피해 불 보듯 뻔해"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꺼. 보이소, 저 포크레인과 덤프가 하루에도 수백대씩 저렇게 강을 파헤치고 있제. 이 아름다운 강이 다 죽어가고 있어예. 얼마 전에는 흙탕물과 수질악화로 떼죽음 당한 물고기를 그냥 파묻었다 아입니꺼. 저기 앉아 있는 왜가리도 이제 끝장입니더. 지가 어데라꼬 여기로 오겠습니꺼. 왜가리뿐 아니라 다른 새와 서식 동물들이 모두 끝장이지예. 저 유채꽃 보이제. 저렇게 아름다운 유채도 이제는 여기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더."

 

자흥 스님은 환경오염과 수질악화뿐 아니라 낙동강 사업으로 인한 농업피해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지역에서 소비하는 채소 중에서 40%가 이곳 낙동강변에서 나옵니더. 벌써부터 채소값이 올랐다고 난리가 아니라예.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입니더. 흔히 농무라고 하는 안개 때문에 이 일대에서 재배되는 과일도 보통 문제가 아입니더. 과일이라는 것이 햇볕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데, 함안보 때문에 허구헌날 안개가 자욱하게 낄 게 분명한데 제대로 되겠습니꺼? 이곳 농민들은 보상 때문에 당장은 찬성하는 젊은 사람도 있습니더. 하지만 농촌은 노인네들이 대부분인데, 터전을 잃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꺼.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 정부는 꼼짝도 안하지예." 

 

자흥 스님은 낙동강 사업을 막기 위해 그동안 무진 애를 썼다. 지난해 9월 창립된 경남불교평화연대는 활동의 출발점이 됐다. 10월에는 영남지역 시민사회와 종교, 문화계 등이 망라된 '4대강저지낙동강국민연대'가 출범하면서 생명 살리기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후 스님은 기자회견, 집회, 1인시위, 농성, 소송 등을 진행하고, 종교는 다르지만 미사와 철야기도회 등 각종 종교행사 등에 참석하며 낙동강 살리기에 힘썼다.

 

특히, 스님은 지난 2월 말부터 창원에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한 달 동안 농성과 '생명평화 100배'를 진행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찰의 방해로 천막 설치도 못하고 비와 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진행했다. 이때 스님은 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낙동강사업을 중단시킨다는 계산이었다.

 

집회와 농성, 수륙대재, 100배 진행하며 여론 확산..."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해야"

 

"강이 죽고 뭇 생명이 죽어 가는데 법당에서 염불만 욀 수는 없는 것 아입니꺼. 전 달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후유증도 있었지만 회원들과 시민들과 함께 참회와 다짐의 마음으로 한 달간 진행하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했지예. 그 뒤로는 지금까지 창원시내 정우상가 앞에서 매주 하루 100배를 올리고 있습니더. 시민들이 지켜봐주니 힘이 나고 내 자신을 추스르는 계기가 되지예." 

 

지난 3월 28일 낙동강 함안보 아래에서 진행한 '지리산 파괴와 4대강사업 중단을 위한 생명평화 지키기 천지명양 수륙대재'는 그동안 많은 투쟁을 전개한 스님에게는 남다르다. 당국의 압력과 회유 속에서도 재정, 조직문제 등을 거의 도맡아 가면서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어린이들, 김두관 강병기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와 문성현 창원시장 예비후보 등 500여 명이 참석, 낙동강 살리기 투쟁의 한 획을 그었다. 낙동강 수륙대재는 다음 달 1만여 명이 모인 서울 조계사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로 이어졌다.

 

"참 힘든 상황에서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어 가슴에 남습니더. 당국에서 압력을 넣고 회유하니 어느 기관에서도 재정 지원을 하지 않제, 준비 인원과 조직 동원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계가 참석해 한마음 한뜻으로 결의를 다지며 이 투쟁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습니더. 앞으로도 상황을 봐서 다시 한 번 크게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더."

 

자흥 스님은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경남불교평화연대 고문)를 깍듯이 모신다. 경남지역 시민사회와 종교 통일계의 원로로 낙동강 살리기 투쟁에서 많은 자문과 조직 등 큰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이사장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학술본부 명예위원장 등의 활동으로 서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곳 창원에 내려오면 언제고 만나 투쟁에 대해 논의한다.

 

"조 교수님은 경남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입니더. 경남불교평화연대 고문과 6.15경남본부 명예대표를 맡는 등 시민사회와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며 낙동강 살리기와 통일운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예. 개인적으로는 스승님과 같습니더. 이런저런 자문을 해주시고, 이론적으로도 명쾌하지 않습니꺼. 불같은 성격 때문에 힘든 면도 없지 않지만, 이곳에 내려오시면 모든 일 제끼고 제가 모십니더. 서울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시제?"

 

"조영건 교수님은 낙동강사업의 여러 피해 중에서도 홍수피해와 국가적 재정 편중, 부실공사, 잘못 알려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하십니더. 국민 복지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일부 토목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돈 잔치가 된다는 것이지예. 또한, 학자들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홍수에 대한 기술적 판단, 그리고 시기에 쫓긴 공사 강행으로 인한 부실공사에 대해서 마찬가지입니더. 또 경제학자로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고용창출도 거짓이라는 것이지예. 흔히 얘기하는 약간의 노가다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지, 국민경제에 안정적 도움이 되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는 것입니더"

 

"'낙동강선원', 여강선원과 금강선원에 이어 4대강 저지 전초기지 될 것"

 

스님에게는 이제 또 다른 투쟁 계획이 있다. 바로 낙동강 지키기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낙동강선원'을 설치, 운영할 생각이다. 현재 전국 4대강 중 남한강의 여강선원과 금강의 금강선원이 운영 중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낙동강사업의 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자연과 생태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곳은 낙동강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과수원과 대나무 숲 등이 잘 어울려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스님은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얼마 전 범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김두관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와 문성현 통합 창원시장 예비후보가 모두 낙동강사업 반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라는 장점으로 지역에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님은 범 야권 단일후보를 만드는 데 중심이 된 '희망자치경남연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단체는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까지도 대부분 단일후보화 했다.

 

"지방선거에서 경남의 정치혁명으로 낙동강 살리기는 꿈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것"

 

"낙동강사업을 중앙정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협조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시킬 수 없지예. 한나라당의 아성인 이곳 경남에서는 이미 정치혁명이 이뤄지고 있습니더. 무소속인 김두관 후보가 기라성 같은 당들을 누르고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승리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지예. 창원도 마찬가지라예. 문성현 민주노동당 예비후보의 저력이 만만치 않거든예. 지역 분위기도 좋습니더. 이대로 가면 경남에서 정치혁명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거라예.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낙동강 파괴 사업도 이제 끝이라예. 결국, 민심이 이명박 정부와 낙동강사업을 심판할 것입니더.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더."

 

대중의 현실에 눈 감지 않고 대중과 함께 극락정토를 만들어가는 스님의 다부진 모습에서 그 확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경남에서 정치혁명은 꿈이 아닌 현실이기에 낙동강 살리기도 꿈이 아닌 현실'임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낙동강, #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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