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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영월에서 직접 소를 잡기도 한다는 내 친구 완모의 역동적인 포즈
 고향인 영월에서 직접 소를 잡기도 한다는 내 친구 완모의 역동적인 포즈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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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전교학생회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내 친구 완모(37). 학교재단의 비리를 밝혀내고자 시작했던 운동의 그림자는 결국 이후의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공부도 꽤나 잘하고 리더십도 강했던 그 친구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노동운동에 투신하였다.

당시 부평에서 유명했던 s악기 회사 생산직에 입사하여 나름의 철학과 삶에 대한 열정으로 노동자들과 한 배를 탔던 친구는 세계기능공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등 일도 열심히 하였다.

그렇게 10여 년을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고 모 정당 노동국장으로 수년을 보낸 후 친구는 지금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고향이 영월인지라 가끔씩 좋은 한우를 선보이며 판매를 해왔던 친구는 본격적으로 정육식당을 개업하며 사업가로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날고기는 너무도 싫었지만, 치마살만큼은 예외였다

때마침 어린이날 행사가 있어 하루 종일 취재를 마친 후 2차에 걸친 회포를 풀고 나서 오랜만에 친구의 가게를 찾았다. 비마저 촉촉이 내려 3차로 이어진 소주 한잔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자정이 다가오던 시각이라 친구는 가게정리를 하고 있었다. 꽤나 힘든 하루를 보낸 눈빛이 역력한데도 친구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이어 나온 소주 1병과 깔끔한 반찬, 그리고 하이라이트였던 최고 등급의 한우 치마살이 눈과 입을 조금씩 자극하기 시작했다.

한우 1+ 등급의 치마살이 드디어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한우 1+ 등급의 치마살이 드디어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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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 치마살의 유혹이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친구의 자랑이 포문을 연다.

"구워먹어도 끝내주고, 그냥 회로 먹어도 고소한 맛이 기가 막힐 거다. 육질이 부드럽고 구웠을 때 흘러나오는 소기름 자체가 더욱 입맛을 자극할 거야."

깔끔하게 차려진 치마살과 반찬들.
 깔끔하게 차려진 치마살과 반찬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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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날고기를 싫어하는 나였지만 술도 얼큰하게 취했고, 비 내리는 소리도 맛의 감성을 불러일으켜 촉촉하게 젖어 있는 치마살의 속살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첫 맛은 버터에서 느낄 수 있는 향이 전해졌고, 천일염과 어우러지는 미묘한 맛에 2차까지 마신 술이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정말 이상하다. 고기를 먹었는데 해장이 되다니! 촉촉하면서 입안에 감도는 부드러운 고기의 느낌이 정말 예술 그 자체의 경지다.

친구 말에 의하면, 치마살은 소 안심 부위의 옆에 사는 친척 고기로 백화점에서는 안심날개로도 판매된다고 한다. 일반 고기와 달리 보름이 지나도 날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수명이 오래간단다. 물론 싱싱할 때 먹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되씹어 보는 맛이 일품이다. 칼칼한 된장국으로 입안을 헹구어주니 훨씬 개운한 느낌이다.

더불어 나온 무채와 김치, 동치미 국물, 된장으로 버무린 깻잎무침, 그리고 파채와 천일염이 무대를 화려하게 돋우어 주고 있다.

소주 영감과 치마살 부인. 궁합이 끝내준다.
 소주 영감과 치마살 부인. 궁합이 끝내준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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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일을 하느라 바쁜 사이에 소주 한 잔을 치마살에 얹어 놓고 사진을 찍어 본다. 어쩌면 저리 두 모델이 환상적으로 어울릴 수 있을까. 찰떡궁합이다.

차가운 냉탕에서 뜨거운 온탕으로 들어가 한껏 몸매를 과시하고 있는 치마살의 고운 자태.
 차가운 냉탕에서 뜨거운 온탕으로 들어가 한껏 몸매를 과시하고 있는 치마살의 고운 자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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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시미' 향연을 마친 후, 치마살이 드디어 잘 달구어진 석쇠철판에 올려졌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향긋한 내음과 조금씩 빠져나오는 소기름의 향연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살짝 익힌 치마살 모습. 침이 꿀꺽~.
 살짝 익힌 치마살 모습. 침이 꿀꺽~.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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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고기를 올렸다고 구박을 받았다. 고기가 뻣뻣해지면 맛이 없어지니 쇠고기는 살짝 익혀 먹기 위해 소량만 올려 먹는 거라고 한다. (나만 이제 알았나?!) 석쇠구이의 무늬결을 그대로 간직한 치마살의 초벌구이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제대로 익힌 치마살을 양파모듬에 올려놓고 한 점씩 먹으면 된다.
 제대로 익힌 치마살을 양파모듬에 올려놓고 한 점씩 먹으면 된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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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익은 치마살을 양파모듬에 올려놓고 소주 한 잔에 한 점씩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그만큼 고기에서 나오는 소기름이 소주를 해독시켜주면서 단맛을 내게 해주는 듯하다. 정말 맛있다.

한우 등급은 1++가 최고로 좋은 고기이며, 그 아래 등급이 1+이란다.
 한우 등급은 1++가 최고로 좋은 고기이며, 그 아래 등급이 1+이란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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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매월 소 잡는 날을 정해 특수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곱창 등의 부속물을 손님들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친구는 매월 소 잡는 날을 정해 특수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곱창 등의 부속물을 손님들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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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쇠고기 마니아들은 치마살과 첫경험을 한 나를 보고 배꼽 잡고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환상적인 하룻밤이었다.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조금씩 비상금을 챙겨 한 달에 두어 번이라도 친구의 가게를 찾아 치마살과 기나긴 인연의 고리를 엮어나가고 싶다. 영원히~.

맞춤형 가격표
 맞춤형 가격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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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살 가격도 참 예쁘다.
 치마살 가격도 참 예쁘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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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치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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