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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벽 통과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 위원장 김태기 단국대 교수)의 '근로시간면제 한도'(타임오프) 축소 결정이 지방선거를 29일 앞둔 한나라당에 태풍급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한국노총은 4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타임오프 축소 고시 강행 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강한 경고를 보냈다. 노동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오는 6일 고시를 강행한다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지난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맺은 정책연대 파기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빅3' 등 여야 접전지역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장석춘 위원장은 "전 조직적인 한나라당 심판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동법 전면 재개정과 임태희 장관 퇴진, 공익위원 전면 교체를 내세운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노조 지도부가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또 6일부터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오는 12일 상근간부 1000명이 국회 앞에 모여 결의대회를 여는 등 투쟁수위를 점차 높여갈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머리끈을 묶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근심위 결정은 금속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면 어떤 파국을 낳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정부 여당을 직접 겨냥했다.

 

이처럼 양대노총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운동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총조합원수 87만8000여 명에 달하는 한국노총과 70만3000여 명에 달하는 민주노총이 동시에 낙선운동에 돌입한다면 정부 여당이 입을 타격은 만만찮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수도권 3곳 중 대형 공장지대가 몰려 있는 경기도와 인천의 선거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8 재보선에서도 GM대우 공장 등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인천부평을 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한 바 있다. 노심(勞心)이 돌아선다면 서울시장 선거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텃밭인 울산도 문제다. 울산에는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2012년 노조전임자 숫자가 대폭(220명→18명) 줄어드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조합원 4만5000여 명에 달하는 현대차노조가 한나라당 심판론에 힘을 실어준다면 지방선거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당혹스런 정부 "타임오프 고시 미루겠다", 여당 내에선 '엇박자' 갈등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타임오프가 지방선거 악재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늦게, 6일로 예정된 타임오프 고시를 미루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6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된 만큼, 국회에 보고한 뒤 고시하겠다는 게 이유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애초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저녁 7시 전체회의를 열어 근심위 결정에 대한 환노위 권고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한국노총 출신 강성천 의원과 박대해 의원 등이 민주당에 동조하고 나서 갈등이 일어났다고 한다. 결국 한나라당 조원진 간사가 6일 전체회의 개최에 합의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현재로선 양대노총의 '반한나라당 투쟁'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한국노총은 중요 고비마다 정부 여당을 편들고 나선 '전과'가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 노동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파동 당시 민주노총과 유지하던 공조를 깨고 정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때도 한국노총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지방선거 및 대선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마지막에 돌아섰다. 정부의 '타임오프제 도입'은 결국 장 위원장의 원죄인 셈이다. 금융노조 등 한국노총 소속 산별노조가 장 위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그:#타임오프, #한국노총, #민주노총, #노동부,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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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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