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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 옆의 유채꽃밭과 수양버들이 참 잘 어울리는 서래섬입니다.
 흐르는 강물 옆의 유채꽃밭과 수양버들이 참 잘 어울리는 서래섬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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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가에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개나리꽃이 피어 납니다. 그 뒤를 잇는 봄 전령사는 특유의 노랑색만큼이나 향기도 진해 나비들이 많이 찾아오는 유채꽃이죠. 이 꽃은 보통 4월이면 피어나는데 올해는 꽃샘추위의 심술로 5월에 들어서야 활짝 깨어 났네요.

화려함보다는 수수하고 풋풋한 느낌을 주는 유채꽃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같이 피어나서 한결 풍요로워 보이고, 산이 아닌 강가에서 피어나니 정겨움과 서정이 더욱 진하게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강가엔 노랑 유채꽃밭과 연두빛 머리칼을 치렁치렁하게 내린 버드나무가 잘 어울리는 곳이 있는데 바로 한강 반포지구의 인공섬 서래섬입니다. 오월달에 들어서야 만개했다는 유채꽃 소식이 반가워 애마 잔차(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달려 한달음에 찾아갔습니다. 

4대강 개발의 미래, 한강 르네상스 사업

그동안 시시때때로 꽃샘추위가 찾아오거나 비가 내려서 한강가를 제대로 달리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주말 날씨가 화창해 기분 좋게 페달을 밟습니다. 한동안 찾지 못했던 한강가는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으로 많이 변했네요.

특히 한강 여의도지구를 지나가다보니 한강변이 몰라볼 정도로 변했습니다. 한강이 주무대였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도 나왔던, 사람들이 돗자리 깔고 앉아 쉬는 강변의 넓은 풀밭과 작은 매점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엔 아스팔트길을 내어 기존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더욱 넗혀 놓았습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한강에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 더욱 넓은 길을 만든 것 같은데, 직접 보니 강변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자전거라는 친환경 레저, 교통수단이 오히려 강변의 생태와 본모습을 헤치고 있는 것 같아 참 아이러니하네요.

대통령도 장관도 4대강 개발사업에 꼭 하는 얘기가 강변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자전거 도로가 무슨 속도 지향의 경부 고속도로도 아니고 강변을 파헤쳐 제방을 쌓고 아스팔트길을 내야 좋은 건 아니지요. 강변의 풍경이 없는 그냥 강물 옆 아스팔트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건 재미도 없고 흥도 안나는 그냥 다리 운동일 뿐입니다.       

강변을 오히려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고속도로같은 자전거도로가 4대강 개발에 자랑거리로 나오니,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탄스러울 만하네요. 한강 르네상스 개발이 거의 완료된 지금의 한강변 모습을 보면 4대강 개발 후의 강변 전경이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나왔던 한강 여의도 지구의 모습은 넓어진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많이 변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나왔던 한강 여의도 지구의 모습은 넓어진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많이 변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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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섬 가는 초입길의 모습이 이젠 잃어버린 한강변의 풍경같네요.
 서래섬 가는 초입길의 모습이 이젠 잃어버린 한강변의 풍경같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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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나들이도 하고 낚시도 하고

서래섬에 다왔는지 저 앞에 무슨 신기루처럼 노랑 물결이 흔들거립니다. 한강을 낀 서래섬 주변의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한강변보다 훨씬 강변다운 정취가 있어 좋습니다. 섬이 작고 걸어다니는 사람들 위주여서 자전거를 타고 못 들오게 하는데 잘 생각한 것 같습니다.

서래섬도 본래 예전엔 모래벌이었다는데 1986년 한강종합개발로 한강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올리면서 이렇게 인공섬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서울을 가로질러 흐른다는 이유로 그 도시처럼 계속 성형수술을 감내해야 하는 한강의 운명도 참 안 됐습니다.

다행히 유채꽃밭 사이사이로 흙길이 나있어 푹신푹신한 흙길을 오랜만에 밟아봅니다. 봄바람에 실려오는 유채꽃 향기를 맡으며 걸어봅니다. 유채꽃은 사람들이 심어 놓았지만 섬 구석구석에는 자연이 심어 놓은 하얀 남산 제비꽃과 하늘색의 봄까치꽃도 얼굴을 들어 저를 쳐다보고 있네요.

귀여운 봄까치꽃들이 서래섬에 자기들도 있다고 얼굴을 들어 쳐다 보네요.
 귀여운 봄까치꽃들이 서래섬에 자기들도 있다고 얼굴을 들어 쳐다 보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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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낚시꾼 아저씨들만 보다가 모자의 낚시질 모습을 보니 새롭습니다.
 칙칙한 낚시꾼 아저씨들만 보다가 모자의 낚시질 모습을 보니 새롭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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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는 대부분 낚시가 금지되어 있지만 서래섬은 괜찮은지 낚시꾼 아저씨들 사이로 어떤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서서 낚시질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새롭네요. 저도 낚시를 무척 좋아하는 한 친구와 같이와 저렇게 서서 멋있게 낚시대를 날려봐야겠습니다.

가지를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연두빛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아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네요. 아이들이 좋아하라고 유채꽃밭 가운데에 동물들 모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강물에 비친 수양버들의 연한 초록색과 유채꽃의 진한 노랑색이 내가 봄의 한가운데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사월이 주저주저했던 봄을 오월이 진짜로 데리고 온 것 같습니다. 유채꽃 만발한 서래섬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신나게 달리면서 봄을 즐겨 보세요.

유채꽃 사이로 난 폭신한 흙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네요.
 유채꽃 사이로 난 폭신한 흙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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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5월 2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서래섬, #유채꽃, #한강,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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