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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코드인사라더니 자신들은 아예 '정치적혈족관계'맺는다"며 비판했다
 "나를 코드인사라더니 자신들은 아예 '정치적혈족관계'맺는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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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들의 권력과의 야합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부산 YMCA 강당에서 열린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결성식에 강사로 초청된 정 전 사장은 '언론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은 오히려 스스로 권력화 되었거나, 친권력화 되면서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입기자시절을 떠 올리며 말했다.

"현 국내 언론의 약 90%가 수구 기득권층과 가치가 같거나 정권 친화적이다. 언론의 두 가지 역할은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비판인데, 지금의 보수언론들을 보면 마치 내가 40년 전에 근무했던 동아일보 상황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선배기자들로부터 늘 듣던 이야기가 '너 왜 기자가 됐냐' 였다. 군사정권 시절의 기자들은 '데모' 대신 '학원사태'로, '물가인상' 대신 '물가현실화'로, '김대중, 김영삼' 대신 '재야 인사들'로 바꿔 써야 했었다. 

박정희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는 가차없이 잘려 나가기 일쑤였고, 선배 기자들도 자괴감으로 꽉 차 있었다. 지금의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그야말로 권력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는 애써 빼거나 축소 보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87년 민주화 항쟁은 언론독립의 기틀 마련의 기회, 그러나...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발족식에서 강연하는 정연주 전 KBS사장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발족식에서 강연하는 정연주 전 K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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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사장은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은 계기를 87년 6월항쟁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내면서 언론 또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했던 시기였고, 권력이 언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때 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1995년, 언론들은 스스로 권력화 됐다는 의미있는 자료가 있다면서 <조선일보> 내 노조 소식지인 <조선노보>를 소개했다. 1995년 3월 24일 <조선노보>는 당시 자사 기자들을 상대로 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면서.  

"당시 조선일보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두 가지의 내용을 소개 하겠다. 첫째 <조선일보>가 편집권이 독립됐다고 보는가?에 대해 '매우 그렇다'는 0%, '그렇다'는 11%, '보통이다'는 33%, '독립적이지 못하다'가 4.5%, '매우독립적이지 못하다'는 무려 '49.4% 가 나왔다. 즉 <조선일보> 기자들 절반 이상이 자신들의 신문이 '편집의 독립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조선일보>의 편집권 독립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정치권력 때문'이 2.1%, '방씨일가의 족벌사주 때문'이 62.4%, '중간경영진 때문'은 22.4%, 그리고 나머지는 광고주 등이었다.

이처럼 유신정권시절이나 군사정권시절에는 언론의 독립권을 정치권력이 훼손시켰다면, 민주화 8년 만에 언론은 또다른 권력인 자신들의 '사주'를 언론의 독립권을 훼손시키는 장본인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6월항쟁이라는 민주화의 커다란 분기점을 8년이 지나면서 시민 자유와 언론 자유가 확대되고, 심지어 <조선일보> 기자들도 더 이상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편집권 독립에 저해되는 요소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차라리 사주의 눈치를 봤으면 봤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은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MB집권 2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다시 빼앗아"

정 전 사장은 6월항쟁으로 어렵사리 얻어냈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인과 네티즌들을 노골적으로 핍박을 한다는 것.

"1995년 <조선일보>기자들이 자신들의 언론독립권 훼손의 이유 중 2.1%만 정치권력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09년 지난해 9월에 '한국언론재단'이 1995년 조선일보 기자들과 비슷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다.

'언론자유가 억압받고 있다면 그 원인을 말해 보라'는 것, 당시 온-오프라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응답자 중 오프라인 28.6%, 온라인 32.1%가 '정치권력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 언론 자유가 민주화 항쟁 이전으로 되돌아 간 꼴이다.

이 정부 들어서 촛불시위자들을 정부가 고소하고, 동영상 만들었다며 문체부장관이 고소하고, 방송에서는 개그프로그램까지 손을 보려고 하며, <PD수첩>은 작가 이메일까지 감시하고 있다. 독재정권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오늘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 그는 '국경없는 기자회' 발표를 인용하면서 "해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전 세계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다"며 "한국은 05년 34위, 06년 31위, 07년 39위, 08년 47위, 지난해인 09년은 69위였다. 이는 경제지수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국가들보다 더 낮은 등수였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보수언론에서는 보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드인사 욕하더니, 자기들은 '직계혈족인사'에 방송출연 욕심까지..."

한편 정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때 나를 KBS 사장으로 임명하니까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코드인사'라며 비판했다. 코드가 맞다는 건 생각이 같은 방향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코드'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직계혈족' 인사다. 하나같이 MB 특보를 지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MBC는 조인트로 까면서까지 자기 사람을 심는 짓을 했다."

또 그는 여당인사들의 방송출현이 부쩍 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양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권 인사들의 숫자를 파악해 봤다. 그 중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여당인사들의 숫자가 야당의 세 배에 이른다. KBS는 열린음악회를 비롯해 각종 교양프로그램에서 여당 정치인들을 출연시키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말 하면 쫓겨나서 욕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공영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내가 사장이 된 직후 2005년도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탐사보도팀을 만들어 고귀공직자들 재산공개를 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부분이 이 문제로 논란이 됐고 이슈가 됐다. 그래서 당시 KBS는 부동의 신뢰도 1위였다."

"조중동에 세뇌된 37%, 시멘트처럼 굳어져 버린 사고의 틀"

정 전 사장은 특히 보수언론들의 '사실보도'가 없는 '왜곡보도'를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한 언론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3월 한 달 동안 조중동 기사와 2010년 3월 한 달의 조중동 기사를 비교한 내용이 있는데, 당시 민선 4기 지방선거를 앞둔 3월과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3월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이들 신문이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적인 기사를 얼마나 보도했는지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때 쏟아내던 비판 기사를 현 정부에 들어서는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심각한 왜곡보도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또 그는 이같은 왜곡보도의 희생양이 바로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결과가 있는데, 각 언론사마다 다양한 여론조사를 하면 현 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응답을 하는 사람들이 36% 전후는 꼭 나온다는 사실이다. 촛불집회때도 '이명박 대통령이 잘했다'가 36%, 노무현 대통령 서거때도 '이명박 대통령 사과할 필요 없다'가 37% 가량,세종시 관련에나, 4대강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바로 조중동 때문이다. 조중동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논조를 따르고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이들 언론이 의도적으로 여론을 몰아가고자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신문독자들이 될 위험이 크다."

이처럼 정 전 사장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수구기득권 언론들과 정부여당과의 밀애관계를 '일란성 쌍둥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현 정부는 이들 언론사들에게 미디어법으로 지원을 해 주고, 이들 언론들은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보도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오히려 자신들 스스로 권력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은 이들 언론에 대항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점과 종이신문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미디어법이 시행되더라도 광고시장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시민운동단체 연대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결성, 반MB전선 구축 시동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발족식에서 강령을 발표한다.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발족식에서 강령을 발표한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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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연주 전 사장을 초청해 강연을 주최한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은 부산민중연대, 부산시민연대, 부산여성연합, 종교계, 야5당, 풀뿌리 단체 등 민생민주에 동의하는 모든 제 세력을 규합하는 모임이다.

이들은 MB정권을 넘어서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는 모든 세력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 하고, 3년 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상설적 민생민주 전선을 조직하며, 부산이 민주화의 성지로서 이런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산민중연대 노민현 사무처장은 "이번 선거에서 우선 야권 단일화를 실현시키고, 부산의 민주화를 반드시 이룬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서민들과 중산층들을 대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단체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태그:#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정연주사장, #조중동, #부산시민연대, #부산여성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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