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냉이 꽃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네!"

 

하얀 꽃들이 손짓하고 있다. 몸과 몸을 부딪치며 부르고 있다.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환하게 웃으면서 부르고 있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온 몸을 드러내놓으면서 춤을 추고 있다. 가는 사람 발걸음을 붙잡는다. 바삐 서둘러 갈 곳이 어디에 있느냐 한다. 느긋하게 봄을 즐기라 한다. 찾아온 봄을 마음껏 누리라 한다.

 

냉이 꽃은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낮은 곳으로 임할 때 비로소 볼 수 있다.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해줄 때 보이는 꽃이다. 높은 곳을 지향하며 질주하게 되면 절대로 볼 수 없다. 한 없이 낮은 곳을 추구하고 있는 꽃을 바라보면서 경이로움에 젖는다. 단색의 꽃이지만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

 

그리운 사람. 앙증맞은 냉이 꽃에 반영된 얼굴이 있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얼굴이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애는 컸다. 아픔이 온 몸을 저리게 하였었다.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전해진 진한 슬픔은 극복하기 어려웠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큰 아픔이었지만 세월이란 약에 아물었다. 그러나 그 상처는 스치는 바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다시 일어난다.

 

냉이 꽃의 아우성을 보니, 가슴 속의 그리운 사람이 일어난다. 잠자고 있던 그리운 얼굴이 간절해진다. 삶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리운 사람으로 각인되는 사람까지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만남은 소중하다. 경중을 따질 수 없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란 하여도 그 인연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만남과 만남의 연결 고리 속에서 영혼의 울림이 이루어지는 만남은 특별하다. 수많은 만남 중에서 특별한 만남이 된다. 영혼의 울림은 공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지 않아도 공명을 공유함으로써 하나가 된다. 이익을 따질 수 없는 사이가 되면 진심으로 서로를 공유하게 된다. 공유함으로서 육체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가 된다.

 

냉이 꽃에 어려 있는 그리운 사람. 이제는 그녀도 세월 따라 주름살이 늘어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푸른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세월은 그런 바람과는 상관없이 세월의 강에 묻히게 한다. 세월의 야속한 현실은 부정한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엄연한 현실 앞에서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여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 사람도 나처럼 이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그런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세월에 의해 어떻게 달라졌던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운 사람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그리운 사람은 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열정이 넘치는 그 얼굴을 간직한 채로 영원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나의 영혼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살다가 힘들면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냉이 꽃이 참으로 곱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송고


태그:#냉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