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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기준 부산지검장
 PD수첩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기준 부산지검장
ⓒ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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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3일 낮 12시 30분]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과 관련 대검찰청이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23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박 지검장의 사의를 두고 편법적으로 징계를 면탈하려는 '면피성 사의'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오마이뉴스>와 MBC <PD수첩>은 지난 20일 부산·경남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를 지낸 정아무개씨가 25년간 전·현직 검사 100여 명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했다.

정씨의 문건에 따르면, 박기준 지검장은 2003년 부산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수차례 향응을 받았고, 함께한 일부 검사는 성접대도 받았다. 

"네가 뭔데,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하느냐"

<PD수첩>이 이러한 내용의 보도를 예고하자, 부산지검은 지난 19일 오후 MBC에 방송 재고 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정씨의 제보는 추가기소에 앙심을 품고 보복성 음해를 한 것"이라며 "신뢰성 없는 문건을 토대로, 특정인의 실명까지 거론해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박기준 지검장은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PD수첩> 측과 한 전화통화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은 있는데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부인하는 한편, "내가 당신에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네가 뭔데,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하느냐"고 윽박질렀다. 다음은 당시 박 지검장이 <PD수첩> 측에 한 말이다.

"내가 경고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확인하는 것은 그 친구(정씨를 지칭)가 법정에서 증거 조작을 하고 그 다음에 명예훼손 범행하는 데 같이 가공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통해서 당신에게 경고했을 거야. 뻥긋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형사적인 조치는 물론 민사적으로도 다 조치하겠다."

박 지검장은 취재진의 확인 요청이 거듭되자 "내가 당신한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당신이 뭔데?", "너 저기 무슨 PD야?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곧이어 <PD수첩>이 정씨와 박 지검장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박 지검장의 이러한 항변은 무색해졌다. 박 지검장이 정씨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말하지 않고도 이심전심으로 동지적 관계에 있다"고 말한 것. 그는 자신의 통화 내용을 전해들은 뒤 "더 이상 이야기할 게 없다"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확인 취재에 거짓말과 반말 등 위압적인 자세를 보인 박 지검장의 태도 때문에 이번 '스폰서 검사' 파문이 더욱 확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지검장이 대검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 하루만에 사의 표명을 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검사의 향응·성접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꾸려진 진상조사단 단장인 채동욱 대전고검장은 박기준 지검장과 사법고시(24회), 연수원(14기) 동기다. 이 때문에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 인사까지 영입해서 진행하고 있는 대검의 진상규명 활동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 지검장은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직무상 뇌물 수수한 범죄행위... 사표 아니라 법적 처벌 해야"

한편 박기준 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스폰서 검사' 명단에 오른 다른 현직 검사들의 사의가 뒤를 이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면피성'으로 규정,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이날 "박기준 지검장의 사표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과거 검찰이 그래왔듯이 이번 사건이 또 다시 몇몇 관련자에 대한 옷 벗기기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직무상 뇌물을 수수한 범죄행위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와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런 점에서 현직 검사장이 수사를 받는 '모양'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의 사표가 수리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에 대한 조치는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진 후에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박 지검장 등 관련자 일부의 사표로 유야무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박기준 지검장이 사표를 내지 않고, 진상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지검장은 해임, 면직, 정직, 감봉 및 견책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 했을 때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치운동에 관여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위한 업무를 한 경우 등에 징계 대상이 된다. 이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검사 징계위원회에 검사 징계를 청구한다.

현행 변호사법 제5조는 판ㆍ검사가 징계처분에 의해 파면된 후 5년, 징계처분에 의해 해임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해 변호사개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리에 연루된 판ㆍ검사들은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비리 의혹만 제기돼도 곧바로 옷을 벗고 사직한 뒤 변호사로 개업해, 판·검사들에 대한 징계심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을 신설,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중인 때 ▲징계위원회에 중징계의결 요구 중인 때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내부 징계절차를 밟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해 준 법조계의 '제식구 감싸기' 관행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박 지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거나 수리 여부를 진상조사 이후로 미루고 다른 보직으로 전보 조치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누리꾼(ID : 왜 사냐건 웃지요)은 "검사는 사직을 하면 변호사라는 직업이 보장이 되어있다. (사직은) 변호사 면허 취소를 면하기 위한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치 않는 검사들은 앞으로 법으로 먹고 살 생각을 못하게 면허를 취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스폰서 검사, #박기준 부산지검장, #박기준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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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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