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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 조성된 지장전에는 자비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태안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야외에 조성된 지장전에는 자비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태안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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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호 지류를 따라 대원사로 향한다. 빨간 모자를 쓴 동자승, 곳곳에 명상을 위한 작은 팻말에 새겨진 명언들이 즐비한 대원사는 태아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는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이다. 일반 사찰과는 다소 느낌이 낯설다.

동자승들은 하나같이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 빨간 털실로 짠 빨간 모자는 환생의 바람을 담고 있다. 또한 어머니에게 버려져 고통 받는 태아 영혼(태아령)들을 위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태아령은 지장보살을 어머니로 삼아 업을 풀고 극락세계로 인도된다고 한다. 태아령이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태아 귀신이다.

하나의 등이 밝아지면 천년의 어둠이 사라져

돌탑위의 동자승과 '우리는 한꽃'문이다.
 돌탑위의 동자승과 '우리는 한꽃'문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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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의 천봉산 대원사다. 대원사는 1500년 전 백제 무령왕3년(AD503)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되었다. 고찰 대원사는 6.25전쟁 때 극락전만 남기고 다 불에 탔다. 1990년에 선원 요사채 일주문 등이 복원되었으며 극락전 안벽에 그려진 관세음보살과 달마대사도는 한국 사찰벽화의 백미로 꼽힌다.

'우리는 한꽃'이라 새겨진 나무문을 지나 일주문으로 향한다. 개울물이 졸졸거리고 흰나비 나풀댄다. 하얀 목련꽃 개나리꽃 활짝 피었다. '명상과 평화의 길'에는 이러한 글귀가 있다.

'얼굴에는 미소 마음에는 평화 지금 몸을 바르게 하고 의식을 숨길에 집중하십시오.' 발길 닿는 곳마다 명상을 위한 명언들이다.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글귀도 마음에 담았다. 연못가에서 아낙이 쑥을 캔다.

돌다리를 건너면 '버림으로 기쁨을 얻는 집' 해우소다.
 돌다리를 건너면 '버림으로 기쁨을 얻는 집' 해우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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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의 빛바랜 대나무 사립문이 빼꼼하게 열려있다.
 산자락의 빛바랜 대나무 사립문이 빼꼼하게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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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이다. 왼편에 '나에게 하루를 주면 너에게 천년을 돌려주리라', 오른편엔 '하나의 등이 밝아지면 천년의 어둠이 사라진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중생을 다 건네준다는 돌다리를 건너면 '버림으로 기쁨을 얻는 집' 해우소다.

산자락의 빛바랜 대나무 사립문이 빼꼼하게 열려있다. 호기심에 그 길로 들어서려는데 수행공부중이니 외부인은 출입을 삼가라는 경고문이 발길을 붙든다. 그냥 눈으로만 살펴본 뒤 발길을 돌려야했다.

차를 파는 '다락방'이다. 이름이 참 멋지다. 멋진 시 한수를 옮겨본다.

차 한 잔속에 구름이 흘러갑니다.
나는 구름을 마시고 있어요.
하늘의 흰 구름을 금강의 찻잔에 담아
연꽃처럼 두 손으로 감싸고
한 잔의 차를 마셔요.

머리로 왕목탁을 세 번 치면 원수도 용서하게 된다는데

머리로 치는 왕목탁이다.
 머리로 치는 왕목탁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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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치는 왕목탁이다. 한 번 부딪치면 나쁜 기억이 사라지고, 두 번 부딪치면 지혜가 밝아지고, 세 번 부딪치면 원수도 용서하게 된다고 한다. 머리로 받자 둔탁하고 묵직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다시 한 번 머리로 받자 그때서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정말 나쁜 기억이 사라지고 지혜가 밝아진 걸까. 아무튼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 관광객이 왕목탁을 머리로 받자 목탁에서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너는 머리가 잘 익었다"는 일행들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박장대소 한다.

백제고찰이라 현판이 적힌 범종각에는 황금색 종이 있다.
 백제고찰이라 현판이 적힌 범종각에는 황금색 종이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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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문 앞 연못에는 노란 수선화가 피었다. 이곳을 지나자 극락전이 웅장함으로 다가온다. 백제고찰이라 현판이 적힌 범종각에는 황금색 종이 있다.

동자승의 빨간 모자 여기저기에는 동전이 서너 개씩 놓여있다. 태아령의 고통을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동자승의 빨간 모자 여기저기에는 동전이 서너 개씩 놓여있다. 태아령의 고통을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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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처럼 스님의 걸음걸이가 자연스럽다.
 흐르는 구름처럼 스님의 걸음걸이가 자연스럽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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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경내에는 빨간모자를 쓴 동자승들이 유독 많다. 야외에 조성된 지장전에는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태안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이곳 안내문에는 태안지장의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다. 빨간 모자를 눌러쓴 동자승의 빨간 모자 여기저기에는 동전이 서너 개씩 놓여있다. 태아령의 고통을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원사, #태아령, #동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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