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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부적절에 얽힌 고사와 단어의 활용예시

 

아주 오래된 옛날, 젊어서 리어카를 끌던 청년이 자수성가해 왕이 되었다. 왕이 된 청년은 리어카를 같이 끌던 백성들은 모른 체하고 부자들하고만 친하게 지냈다. 왕이 되기 직전 밥 먹으러 들른 순대국집에서 서민 할머니에게서 욕을 들어 먹은 게 트라우마가 되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왕은 측근에게만 권력을 주고 자기에게 비판적인 자들에게선 관직을 빼앗았으며, 백성들로부터 정치를 못한다며 면박을 당할까봐 '면박산성'을 쌓기도 했다.

 

국정이 어지럽고 왕은 백성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하지만 면박산성과 포졸들에 가로막혀 좌절할 뿐이었다. 이렇게 좌절한 백성들은 속세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가거나 일부는 절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왕이나 권력자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절을 언제부턴가 '부적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긴 '부적절'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주로 권력의 측근들이 권력과 가깝지 않은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다. 최근에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 의원이 '강남 부자동네에 좌파스님 있으니 부적절'이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정확한 표현은 "강남 부자절에 좌파 스님을 그대로 놔둬서 되겠나").

 

또한 '부적절'은 특정한 성격의 절을 지칭하는 단어에서 의미가 확장돼 '정권에 비판적이다' 혹은 '권력에 연줄이 없다' 등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친MB성향이 사장 승진의 가장 큰 이유인 듯한 KBS 김인규 사장은 지난 5일 임원회의에서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터를 맡은 김미화씨의 출연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유독 김미화가 부적절하고, 유독 김제동이 부적절하며, 유독 윤도현이 부적절하다.

 

동음이의어가 있어서 종종 '부적절'이란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미의 부적절과 혼동될 수도 있다. 두 단어의 구별법은 누가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권력자와 그 측근들이 사용하는, 특히 요즘의 '부적절'은 '정권에 비판적이다' 혹은 '정권에 연줄이 없다'는 뜻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양심 있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저는 이 정권에 부적절한 사람입니다'라고 단어를 활용하면 된다.

 

[이야기 둘] 슈퍼MB맨 vs. 개그맨, 누가 영웅?

 

 

대통령 측근인 게 자랑이어서 핸드폰 바탕화면에 '슈퍼 MB맨'이라고 써가지고 다닌다는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KBS와 같은 공영방송 다큐 프로그램에, 물론 담당PD가 판단할 사항이지만 연예인, 그것도 개그맨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슈퍼MB맨이 개그맨을 공격한 것이다. 무슨 히어로 영화의 줄거리 같다. 이게 슈퍼MB맨과 개그맨의 싸움을 다룬 히어로 영화라면, 아무리 봐도 슈퍼MB맨은 대중을 괴롭히는 악당 캐릭터다. 이 대통령 선거캠프에 있을 때 "네이버를 평정했다"며 지구정복이라도 한 것처럼 자랑하다가 네이버에 공개사과하던 비참한 모습을 봐서는 악당 캐릭터 중에서도 3류 악당인 셈이다.

 

히어로 영화에서 대중들은 악당 캐릭터가 나올 때는 공포에 떨고 영웅 캐릭터가 나오면 웃음을 짓는다. 영웅과 악당 구별법쯤은 히어로 영화 한편만 봐도 알 수 있다. 팍팍한 세상, MB도 모자라 슈퍼MB맨까지 설치는 세상에서 대중이 잠시라도 웃음 짓는 건 개그맨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초간단 영웅 구별법을 활용하면 개그맨이 히어로라는 답이 딱 나오는 것이다.

 

하긴 히어로를 음해하고 공격하는 것이 악당 캐릭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도 보스 캐릭터도 아니고 3류 캐릭터가 히어로를 음해했으니 한마디 따끔하게 충고해 볼까?

 

"국회와 같은 중요한 입법기관의 문화담당 상임위에, 물론 국회를 독점한 이명박 대통령측이 판단할 사항이지만 대통령 측근, 그것도 개그맨을 비하하는 정도의 수준 낮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사자성어 : 너나잘해)

 

수십 년 방송생활을 해왔고,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연예인들이 갑자기 '부적절'해졌다. 이 연예인들이 그동안 부적절했다면 우매한 대중이 부적절한 연예인에게 사랑을 준 것이 된다. 그것도 길게는 수십 년간 동안이나 말이다.

 

 

대중을 바보로 보나?

 

정말 부적절한 것은 연예인이 아니라 '부적절드립'을 펼치는 정치인, 당신들이다.


태그:#진성호, #김미화,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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