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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협상이 20일 결국 결렬됐다. 'MB정권 심판'을 들고 연합전선을 펴고자 했던 야권이 '밥그릇 문제'로 서로 좌충우돌하다 좌초한 격이다. 문제는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의 격돌이 예상됐던 경기도지사 경선룰이었다.

 

'여론조사 50%·도민참여경선 50%'라는 구체적인 틀까지 합의한 민주당과 참여당은 최근 협상 과정에서 ▲ 여론조사 문항 설계 변경 ▲ 선거인단 구성 및 연령별 할당비 조정 등의 세부 항목을 놓고 팽팽히 맞서다, 이날 낮 12시 열린 최종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났다. 지난 19일 다시 수정 제안된 시민사회의 중재안은 양 당 모두 받지 않았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양 당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경선룰로 인한 야권연대 협상 파기의 책임이 양당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지난 16일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협상 구성원들이 합의를 이룬 시민사회의 중재안에 대해 새로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참여당을 향한 비판은 거세다. 참여당이 당의 '얼굴'이랄 수 있는 유시민 후보의 경선 패배를 막기 위해 야권이 5개월 가까이 이어온 선거연합 협상을 파기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김진표 민주당 후보에 비해 조직력이 열세인 유시민 후보 입장에선 '여론조사 50%·도민참여경선 50%' 방식의 후보 단일화보단 여론조사 100%의 후보 단일화 안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다른 당에선 유 후보 측이 오는 5월 2일 이후 선거법상 정당 행사가 불가능한 점을 이용, 선거인단 구성을 지연시켜 경선을 무산시키고 이후 여론조사 100%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 민주당-참여당 이전투구로 야권연대 무산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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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렬 구조적 책임은 민주당에게, 결정적 책임은 참여당에게"

 

양당의 책임 공방에 앞서 야 4당의 선거연합 협상을 조율하던 시민사회 4곳(2010연대·희망과대안·시민주권모임·민주통합시민행동)은 "협상이 결렬된 1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고 국민참여당도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민주당에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며 "구조적 책임은 민주당에게, 계기적·결정적 책임은 참여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3월 16일 합의안을 당내 반발을 이유로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협상 불발의 원인을 제공했고 참여당이 경기도지사 경선룰을 놓고 결정적으로 합의 결렬을 이끌었다는 문제 제기였다.  

 

또 다른 협상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은 양당의 협상 결렬 책임을 지적하면서도 "경기도지사 경선룰 때문에 야권연대 협상이 결국 결렬된 만큼, 그 책임을 국민참여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그동안 시민단체에 경기도지사 경선룰을 전적으로 위임한다고 공공연히 약속했던 참여당이 시민단체가 제안하고 야3당이 동의한 4·16 경선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수정을 요구함으로써 스스로 공언을 뒤집고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평했다.

 

안동섭 민노당 경기지사 후보도 "야권연대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했던 민주당 태도도 문제가 있지만 지금 바로 결렬의 결정적 계기를 만든 국민참여당은 그보다 더 나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참여당은 야권연대가 결렬됐을 때 누가 웃을지 생각해 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당 차원의 협상이 최종적 난관에 봉착한 이 순간 각 당 경기도지사 긴급 회동을 제안한다"며 "내일(21일)까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에 못지 않게 야권 분열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했던 국민참여당, "민주당 속내는 유시민 정계 은퇴하라는 얘기"

 

하지만 참여당은 "경기도지사 경선룰에 대한 문제제기를 유·불리의 문제로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선룰로 인해 '질 수밖에 없는 경선'인 줄 알고 있지만 참여당은 이미 기본틀은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보완책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이재정 대표 등 참여당 지도부는 이날 최종 협상이 결렬된 직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함께 참여당의 책임을 물은 시민사회의 비판은 달게 듣겠다"면서도 "그러나 경기도 내 55곳의 투표소를 설치해야 하는 등 국민경선을 하자 없이 진행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동원 경선 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 '잡음'이 발생할 경우, 전반적인 야권연대 합의틀이 흔들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참여당은 선거인단 표본 추출시 시민사회가 선정한 경기도민을 10% 비율로 선(先)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김영배 참여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모집단 중 10% 정도면 약 4000명의 시민단체 회원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원을 동원한다든가 하는 경선 폐해를 다 목격하고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태홍 참여당 사무총장은 "최소한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야권이 다 같이 움직여 줘야 하는데 지금 경선 방식으론 참여당의 승률이 한 자리 수 이하라 당원들의 열성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5월 2일 경선이 정 급했다면 승률 90% 이상인 민주당이 참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고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경기도 내 당원 30만 명을 가진 민주당이 당원 6천 명을 가진 참여당을 손쉽게 이기기 위해 조그마한 수정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항변이었다.

 

이와 관련해 참여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5:5의 경선룰을 고집하는 것은 참여당과 유시민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며 "현재 김문수 도지사와의 가상대결을 묻는 여론조사로는 유시민 후보와 김진표 후보 간 격차가 없는 상황에서 당원들이 동원될 게 뻔한 도민참여경선에서 유 후보가 패배할 게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시민 후보가 경기도지사 단일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여론조사에서라도 가능성을 보여야 하는데 민주당은 적합도로 문항 설계를 바꾸자는 작은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는다"며 "그 속내는 유시민에게 선거 이후 정계에서 은퇴하라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모험' 않는 민주당 향한 비판도... "제1야당이 야권연대 주도하지 못해"

 

민주당도 이 같은 참여당의 우려를 알고 있다. 그러나 참여당에게 양보는 없다는 게 최종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에는 참여당과 유시민 후보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작용한 점도 적지 않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유시민 후보가 김진표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존재 가치가 약화되고 참여당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내부적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도 참여당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중재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우 대변인은 이어 "지난 19일께 최종 합의가 된다고 보고 17일부터 경선 실무를 위한 테이블을 꾸렸는데 참여당이 참가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의도적인 불참이었다"며 "오늘(20일) 지도부가 귀빈식당을 예약해 기자회견을 한 것을 봐도 최종 협상 결렬을 이미 염두에 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그동안 내부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의를 조정하려고 다른 야당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참여당처럼 합의 전체를 파기하는 식으로 나가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 결렬의 책임은 참여당의 유시민 후보가 져야 한다, 이 책임을 지고 유 후보가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야권연대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이날 울산·경남·인천 등 지금까지 각 광역단위 별로 합의된 협의안을 존중할 계획이나, 다른 야당에게 양보하기로 한 수도권 및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 등에 대해선 당 차원의 협상이 더 이상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협상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이 유시민 후보의 사퇴까지 거론하는 것은 더 이상 후보 단일화 판이 만들지 않겠다는 소리"라며 "민주당이 제1야당답게 강한 리더십으로 야권연대를 주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발목을 붙잡았던 점은 반성치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야권연대 결렬, #지방선거, #국민참여당, #민주당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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