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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무성합니다. 그 의혹들은 아직도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채, 보수세력들은 도리어 이를 기화로 천안함 침몰을 북측의 소행으로 몰고가려는 열망 섞인 주장을 마구 토해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경(不敬)한 시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서 한반도의 '생태적 재앙'이라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급변하는 반대여론이나 봉은사 좌파주지 발언으로 곤혹을 치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과 현 정권과의 석연찮은 관계 그리고 공영방송 MBC 장악에 맞선 MBC노조의 파업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 소식들이 쑥 들어가 버리기도 했습니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해군에서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은 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던 다른 여러 사건들마저도 '침몰'시켜버린 듯합니다.

이런 시국에 평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열린아카데미, "이제, 통일을 말하다"가 열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참 묘한 인연이다 싶습니다. 특히 지난 4월 16일 열린 첫 강좌의 연사로 나선, 이젠 통일 문제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되어버린 법륜스님이 이런 정국에 과연 통일에 관하여 혹은 남북 관계에 대하여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하는 "세계화시대, 통일코리아를 위한 우리의 선택"을 들어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봅니다 - 기자 주

법륜 스님이 '대구YMCA 대강당'에서 열린 "이제, 통일을 말한다" 강연회에서 청중들에게 그의 통일론을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십자가 아래에 선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 십자가 아래에 선, 통일의 메신저 법륜 스님 법륜 스님이 '대구YMCA 대강당'에서 열린 "이제, 통일을 말한다" 강연회에서 청중들에게 그의 통일론을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십자가 아래에 선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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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YMCA 대강당에서 열린 "이제, 통일을 말하다" 강좌에는 그 강당이 다 찰 정도로 많은 청중들이 모였다. 지방도시 그것도 한나라당의 텃밭인 이곳 대구에서 '통일 관련' 강좌에 이처럼 많은 청중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으로 보일 정도였는데, 과연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현 시국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로 들어선 법륜 스님, 그런데 그 광경이 참 묘하다. 스님 바로 위에는 대형 십자가가 떡 하니 걸려 있다. '십자가 밑에 선 스님'이란 이 흔치 않은 풍경은 마치 통일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쉽고도 실용적인 법륜 스님의 통일론

이어 시작된 법륜 스님의 강연은 참 쉽고도 재미있었다. 그는 시종 차분한 어조로 한국의 현대사를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해방 후 남북 정세의 변화를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그것은 그에게 왜 '비유의 달인'이란 별명(?)이 붙게 해주었는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법륜 스님이 차분한 어조로 청중들에게 한국 현대사를 특유의 비유적 화법으로 들려주고 있다.
▲ 비유의 달인(?), 법륜 스님 법륜 스님이 차분한 어조로 청중들에게 한국 현대사를 특유의 비유적 화법으로 들려주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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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의 모습을 그는 "젊은 시절 철저한 민족주의자를 자처해서 한자공부를 의도적으로 외면할 정도였다"고 했고, 그런 까닭에 "이런 식으로 ( 비유적인 설명법을 사용해서) 어렵지 않게 설명을 해나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불교공부를 하는 데는 손해가 막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덧붙여가면서.

그의 통일관은 시대적 흐름을 중시하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통일관이었다. 그는 주장했다.

"30~40년대의 통일방식은 이제 바뀌었다. 그래서 부부가 이혼하고 다시 만나는 것처럼, 헤어졌으니 다시 만나야 한다는 통일론은 이젠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통일론으로 접근해서, 어느 것이 더 이로운지를 따져봐야 한다. 통일문제는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이해관계로 접근해도 통일하는 것이 더 낫다."

그 논거로 그가 내세우는 것이 "지금의 남한의 경제력은 재작년 세계경제에서 14위, 올해 15위, 그리고 내년쯤에는 16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며 이는 '사이즈의 문제'라면서 남북이 합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등 인구와 자원이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크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이런 나라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도 통일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땅과 인구를 합해야 국가경쟁력이란 것이 선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 이들처럼 한식구들로 보이는 청중들이 많아 보였다.
 법륜 스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 이들처럼 한식구들로 보이는 청중들이 많아 보였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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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남의 나라라도 잡아야 판인데, 우리 것도 잡지 않으려 한다"면서 "국가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자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현 집권세력의 개념 없음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듭 주장했다. "민족의 돌파구는 통일이다. 통일만이 비전이다"라고.

통일의 시대적 과제를 잘 읽는 것이 중요

그리고 통일 문제는 시대적 과제이도 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한 핵심이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왜 보수를 넘어 진보에게서조차도 재평가되고 있느냐면 그는 배고픈 시절에 그 배고픔의 해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고픈 사람들에겐 가난을 물리치는 것이 희망이"고, 박정희는 "그 시대적 과제를 참 잘 잡은 사람이"란 것이다. 그래서 그가 평가를 받았던 것인데, "이후 먹고 살 만한데도 독재를 하니까, 그의 극복과 민주주의가 이후 80년대의 시대적 과제가 되었고, 그것은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꽃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제시대의 시대적 과제가 독립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60년대는 가난의 해결이 그리고 80년대는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였고, 현재는 급변하는 세계 정치/경제 환경에서 통일이 시대적 과제"란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와 같은 '소득 4만불' 목표는 시대적 과제가 아닌 '탐욕'이라 규정하고, 따라서 꿈과 희망이 없는 삶은 타락과 자살밖에 선택이 없는데, 어쩌면 우리가 딱 그 짝이라고도 하면서 지금의 시대적 과제를 잘 읽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간절한 어조로 법륜 스님이 청중들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간절한 어조로 법륜 스님이 청중들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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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이 자리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그간의 현장경험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들도 밀도있게 들려주었다. 그는 말했다.

소진되어가는 북한이 중국 아닌 남한 선택할 수 있도록

"북한은 지금 그 기운이 거의 소진되어가고 있"고, 그가 보기엔 "북한은 스스로 재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와있다"고 했다. "그대로 두면 체제붕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김정일의 중국 방문 계획 등과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으로서도 마지막 선택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래도 "북한이 지금껏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혈맹국'이란 중국으로 가려는 것인데, 문제는 이제 한번 가버리면 북한도 영원히 중국의 정치적 간섭을 받게 된다는 것이고, 그러면 이후 남북의 통일문제는 중국이란 커다란 변수가 또 가로막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미소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남북이 갈라진 것과 꼭 같은 원리로 "미중의 이해관계의 한가운데에 딱 놓이게 되면서 통일과는 영원히 멀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북한이 중국으로 기우는 것을 방지하려면 우선 식량원조부터 재개해서 북한 주민의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고플 때 도움을 받은 것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지금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 북한의 시련기에 남한의 남아도는 식량부터 원조를 다시 하면서 북한 주민의 민심을 서서히 남한으로 돌려세우면서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서 통일의 기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나마도 앞으로 향후 몇 년밖에 시간이 없는 것이고 더 늦으면 때는 늦다"는 것이다.

강연 후 김용락 시인이 스님께 어떻게 해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강연 후 김용락 시인이 스님께 어떻게 해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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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북한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 못하고 '조중동맹'이라도 맺어서 중국군대가 북한에 들어가는 순간 남북관계는 끝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에 대한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기본이 배고픈 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북한의 감정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천안함을 둘러싼 한국 보수세력의 행태를 상당히 애둘러 비판한 지점으로,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통일의 의병이 필요하다

이처럼 그의 통일론은 이렇게 시대적인 흐름과 구체적인 현실의 정황적 논거들에 근거하고 있어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할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그가 벌여온 북한과 관계된 여러 활동들과 그의 승려로서의 통찰력이 만나 이루어내는 명징한 통일론으로 보인다. 이처럼 명쾌하고도 현실적인 통일론이 또 있었나 할 정도로 말이다. 

북한의 현실상을 이야기할 때는 너무 안타까운 듯 이렇게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이야길 이어갔다.
 북한의 현실상을 이야기할 때는 너무 안타까운 듯 이렇게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이야길 이어갔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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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강연 말미에 강한 어조로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통일의 의병'이 필요한 때입니다. 통일의 의병으로 나서든가, 그것이 어려우면 군자금이라도 내놓아야 합니다.(박수)" 

천안함 사건으로 어느 쪽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남북관계의 극도의 경색이 우려되는 이 지점에 이와 같은 범륜 스님의 시대사적이고도 실용적인 통일론은 참으로 깊이 있고 중요하게 들린다. 부디 남북 집권 세력들이 스님의 주장들을 잘 들어보고 깊이 성찰하길 빌어본다. 아울러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도 함께 말이다. 

한편 이 열린아카데미 강좌는 이날 법륜 스님의 강연을 필두로 5월 1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총5회에 걸쳐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평화재단 누리집 참고.

열린아카데미 강좌 소개 포스터
 열린아카데미 강좌 소개 포스터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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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법륜 스님, #남북 통일, #열린아카데미, #평화재단,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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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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