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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0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발표를 했다. 바로 EBS에 관한 내용이었다. EBS 문제집에서 수능 문제 70% 이상을 낸다는 것이다. 수능을 앞둔 고3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소리였다. 이 소식으로 인해 고 3들에겐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70% 이상의 문제가 출제 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서점 내 EBS 문제집 코너는 고3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언어나 외국어에선 일반 문제집과 EBS 교재를 중복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과목들은 시중 문제집을 사용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많은 학생들이 EBS 교재 전 과목을 모두 구입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점에는 갑자기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책 수량이 모자라 못 파는 경우도 생겼다.

우리 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EBS 교재를 부교재로 이용하자"고 학교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로인해 학교에선 EBS 교재를 방과 후 수업 교재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그 전에 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문제집들은 학생들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학생들이 선생님께 특정 교재를 사용하자고 요구하는 이런 상황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교사에 EBS 교재 사용 요청하는 학생들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모습.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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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EBS가 공영방송이라, 다른 타 인터넷 강의 사이트보다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 말은 즉, 수업을 할 때 자유롭게 농담도 섞어가며 재밌게 하는 유료 사이트에 비해,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학생들이 EBS 교재는 샀어도 강의를 듣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발표 후, 오후 10시 이후엔 사이트 접속 장애가 일어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것도 사실이다. 10시 이후에 접속 장애가 일어나는 까닭은, 학교 야자가 밤 10시 정도에 끝나고, 일반 학원 수업이 끝나는 시간도 이와 비슷하게 맞물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재는 EBS 것을 쓰지만 학원에서 강의를 듣거나, 과외를 받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사교육을 줄이려 했던 정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가까운 실례를 들면, 내 주변엔 교과부 발표가 나자마자, 바로 그 주에 EBS 교재만 선택해 영어 과외(기타 과목 동일)를 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학교에서도 EBS 교재로 수업을 하지만, 학교 강의는 학습 진도가 과외처럼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외로 먼저 집중적으로 수업을 받고, 학교 강의는 복습 차원에서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EBS 교재 내 70% 출제, 사교육 줄일 수 있을까

언론들은 EBS 교재에서 수능 70% 반영함에 따라, EBS 수능 책 30권(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EBS 교재는 모두 115권)만 완전 정복하면 수능 고득점을 맞을 수 있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접하는 학생들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학습 계획 및 사용해왔던 기존 참고서, 문제집들을 EBS 교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3 수험생들은 수능에 대한 교육 정책이 새롭게 나올 때마다 그에 따른 부담스러운 변화를 겪게 된다. EBS 교재에서 70%를 낸다는 것은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지 말고, 학교 수업과 EBS 강의로 수능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즉, 사교육을 줄이려는 방침일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줄인다는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도 가고 있다. 교재와 강의 선택에 대한 혼란이 빚어지고, 또한 EBS 교재를 중심으로 한 신생 과외(?)가 하나 더 생겨나는 어처구니없는 부정적인 현상이 유발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인희 기자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사는이야기, #EBS정책발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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