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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만나서 에레베스트산 베이스캠프 여행길에 함께 나선 슬로바키아와 홍콩에서 온 친구들 그리고 티베트 가이드.
▲ 티베트 여행길에서 티베트에서 만나서 에레베스트산 베이스캠프 여행길에 함께 나선 슬로바키아와 홍콩에서 온 친구들 그리고 티베트 가이드.
ⓒ 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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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고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깊은 고요를 통해 펄펄 끓는 삶의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명상이다."

바라보기 명상법을 전파하기 위해 <하루 5분의 멈춤>, <명상체험 여행> 같은 책을 펴낸박석(52) 교수(상명대 중문학과)는 고요함만을 추구하는 명상은 한쪽에 치우친 명상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일반적인 명상가들과는 달리 다양한 사회활동, 사회참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미래사회와 종교성 연구원(2004년 창립) 원장직을 4년간 맡아서 일을 하는 등 사회운동과 영성운동의 조화로운 만남을 이루기 위해 애써 왔고, 지금은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에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다.

'명상가가 왜 그리 바쁘게 사나?'

한적한 곳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수행하는 명상가의 모습을 연상하는 일반인들은 박 교수에게 "명상가가 왜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며 사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박 교수는 명상가는 정중동과 동정중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답변한다. 5월 22~23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바라보기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석 교수에게 '명상의 사회화, 사회의 명상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명상에 심취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춘기 시절부터 '육체적 존재가 전부인가' '신은 존재하는가'와 같은 의문을 품어왔다. 고등학교 때는 기독교에 심취해 개척교회 전도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대학(서울대 중어중문학과 79학번)에서는 명상요가 서클 활동을 했다. 그때 만난 한 선배로부터 '명상의 핵심은 자기 속에 있는 불멸의 자유와 참나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에 자극을 받아 요가, 화두선, 위빠사나, 태극권, 라즈니쉬 명상법, 국선도 등의 수행법을 배우러 다녔다. 해인사에서 3천배를 올린 뒤 성철 스님을 만나 요가와 선종의 차이에 대해 묻기도 했다." 

- 여러 가지 수행법 중에서 어떤 것이 마음에 들었나?
"초기에는 미국으로 건너간 인도의 요가 명상의 대가 요가난다가 가르친 수행법에 심취했다. 우주합일의 초월적 기쁨과 일상생활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중시하는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수행쪽으로 전환했다." 

"완전한 깨달음은 없다"
 
2009년 일본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후지산에 올랐다.
▲ 일본 후지산에서 2009년 일본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후지산에 올랐다.
ⓒ 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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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명상길라잡이>를 보면 93년에 '이뭣고' 화두를 들고 49일간 단식수행하다 깨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깨달음을 얻은 결론이 무엇인가? 
"완전한 깨달음은 없고, 모든 깨달음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어떤 깨달음도 완전한 것이 아니기에 결국 남는 것은 삶이고, 현재의식만이 중요함을 알아챘다. 생명은 타자와의 소통이고 우주만물은 지금도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듯이 완전한 깨달음은 없기에 끝없이 수행을 해야 한다. 진정한 영성, 진정한 깨달음은 내면적 영성만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인격의 성장, 욕구의 조화, 사회적 실천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는 어떤 수행을 주로 하나?
"바라보기 명상을 주로 하는데, 이것은 삶과 깨달음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명상법이다. 기존의 명상법은 대체로 지나치게 내면적 평화와 기쁨을 각성하는 데 치우쳐 있는데, 그 종점은 대체로 우주와의 합일, 초월적 진아의 발견 등이다. 이와는 달리 바라보기 명상은 내면적 영성의 각성과 아울러 현실의 삶 속에서 인격의 성숙, 타인과의 소통능력의 향상과 사회적 실천능력의 배양을 중시한다." 

-그동안 강연이나 기고문을 통해서 명상의 신비주의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명상이 신비주의에 빠지면 병든다. 무아의 경지에 이르렀다거나 우주와 일체가 되었다는 신비 체험자들을 만나보면 실제로는 인격적으로 미숙하거나 에고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분명히 외부에서 보면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은 그것을 완전한 깨달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주관적 착각 내지는 집단 주관적 착각이다."  

- 종교나 명상이 어느 정도는 신비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 아닌가? 
"명상이나 종교 수행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하다보면 당연히 신비체험을 할 수 있다. 신비체험은 명상이나 종교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 자체가 깨달음은 아니며 거기에 함몰되면 자칫 매우 위험하게 된다. 종교에서 사회적 계율을 중시하고 신비체험에 빠지는 것을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8년 1월, 해발 4700미터에 있는 티베트의 남초호수(일명 하늘호수)에 들렀다.
▲ 티베트 하늘호수에서 2008년 1월, 해발 4700미터에 있는 티베트의 남초호수(일명 하늘호수)에 들렀다.
ⓒ 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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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수행법이나 수행단체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면?
"정신세계의 영역을 현실세계의 잣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있겠으나, 스승을 신격화하거나 스승의 권위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고, 과도한 금품을 요구하는 단체는 십중팔구 사이비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리고 수행의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속성효과를 내세우는 곳도 의심해봐야 한다. 정신세계도 물질세계와 마찬가지로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 왜 이런 현상이 생기나?
"수행단체를 찾는 이들 중에는 로또 심리를 지닌 이들이 많다.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해야 하는데, 한 번에 자신의 내면적인 문제를 풀려고 하니까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명상과 종교의 차이가 있다면?
"본질적으로는 명상과 종교는 차이가 없다. 위대한 종교가들은 대부분 위대한 명상가였다. 그러나 종교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기복적인 성격과 도그마화된 교리체계를 띨 수밖에 없다." 

"명상은 적게 소유하는 사회 만드는 데 기여" 

- 자본주의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안 중에 사회의 명상화야말로 매우 효율적인 방안이라 여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는 물질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의 괴리현상에서 왔는데, 인류의 정신적 능력을 더 높여야 조화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명상은 인류의 의식을 성숙하게 만들고, 인간의 욕구를 건강하게 승화시키는 기능을 하기에,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는 사회가 더 아름다운 사회라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 명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개인의 의식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의식이 변하면 근본적인 사회변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의식 변화가 사회 변혁에 도움이 된다는 기본 전제에는 동의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명상이 내면의 각성에만 집중해서, 현실의 부조리를 접하고도 항상 내면의 문제로만 대하고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큰 문제다. 명상가가 많은 인도나 미얀마 등의 사회 현실을 결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들 지역의 낙후는 복합적인 역사, 문화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인 명상에 치중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럴 때는 종교나 명상이 아편 역할을 한 것이다." 

-1998년 새문명아카데미에서 바라보기명상 강좌를 시작한 이래 명상의 사회화를 위해 힘을 쏟아왔고, 현재는 명상모임 바라보기(www.paraboki.net)에서 명상지도를 하고 있는데,바라보기 명상법이 다른 명상법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명상법들이 깊게 들어가면 특정 종교적 세계관에 고착되거나 초월주의에 빠져 일상의 삶과는 괴리가 생기는 경향이 있다. 바라보기 명상은 종교적 요소를 배제하고 대신 심리적 과학적 요소를 보강하였고, 내면과 외면의 조화, 일상생활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바라보기 명상법에 주력하는 박석 교수는 자신이 직접부른 음악명상 CD를 만들기도 했다.
▲ 음악명상 바라보기 명상법에 주력하는 박석 교수는 자신이 직접부른 음악명상 CD를 만들기도 했다.
ⓒ 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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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의 멈춤>을 보면 "바라보기 명상은 현란한 일상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평정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바라보기 수련법과 불교의 위빠사나, 관법하고는 무엇이 다른지?
"위빠사나도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라보기 명상과 같다. 그러나 위빠사나 명상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명상법이어서 실제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틀에 맞추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바라보기 명상은 종교적 세계관과 무관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삶의 양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다. 바라보기 명상은 훨씬 적극적으로 삶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회에 참여하면서 자아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족을 도반으로, 가정을 도량으로

- 명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족이 방해가 된다면서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혼자 지내는 경우도 많다.
"가정은 훌륭한 수행도량이고, 부인과 자녀는 도반이다. 명상하는 이들 가운데는 가정, 자녀를 수행의 장애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실과 괴리된 내면의 평화와 기쁨만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폐단이다. 진정한 평화와 기쁨은 현실의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고 실천할 때 오는 것이다. 바라보기 명상은 생활 속에서의 명상을 강조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 안에 우선 바라보기 명상에 어울리는 명칭을 지닌 사단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근래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명상센터가 생기고 있는데, 대부분이 지나치게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바라보기 명상센터는 어떤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바라보기 명상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공동 출자해서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음악을 위시한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포크음악제, 영성음악제, 환경음악제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보아서 명상, 치유, 예술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 참가신청] 강화도 오마이스쿨 1박 2일(5월22~23일) 명상프로그램/ 박석 교수의 바라보기 명상법


태그:#명상, #박석 교수,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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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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