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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 창출에 있다. 이익 창출은 기업의 첫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익 창출보다는 사회적 기여를 우선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사회에 대한 기여를 우선하다보니 금전적인 면에서 손해를 보기도 한다.(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쉽게 말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이 250개나 된다. 우리는 이들을 '사회적 기업'이라 명칭 한다.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아름다운 가게'와 '문 턱 없는 밥집'도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의 보노보들>(부키 펴냄)은 국내 사회적 기업 36곳에 대한 이야기다.

- 창업한 계기가 있나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배경은 산모가 겪는 우울증이다. 출산 후 산모는 정신적 안정과 함께 6개월 이상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여성은 출산뿐 아니라 육아와 가사를 책임진다. 맞벌이라면 직장일까지 감당해야 한다. 오늘날 저출산은 국가의 성장 동력 감소로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이며 이 역시 여성의 몸에 달렸다. 여성의 몸은 가정이나 사회의 기반이 된다. 그런데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 저조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성건강의 중요성과 그 사회적 책임을 알리려고 시작했다."
- 책 속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대표 인터뷰' 중에서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으로 산후 몸조리를 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대부분 산후조리원과 산모도우미의 도움으로 몸조리를 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저소득층 가정에선 쉽게 이용할 수 없다. 산모도우미를 2주만 이용해도 60만 원~100만 원정도의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산후조리원은 2주 이용 시 적게는 150만 원, 많게는 300여만 원까지 든다고 한다. 사회의 급격한 빈부격차와 함께 산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세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는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산모를 위한 사회적 기업이다. 

- 앞으로 어떤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은가
"사회적 기업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이윤을 많이 남기는 기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줄 수 있는 기업이면 충분하다. 노동자 역시 사회적 기업의 참여자로서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 사회 만들기'라는 기업의 존립 목적에 충실하고 싶다. 또 많은 사람이 산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성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 책 속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 대표 인터뷰' 중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이용료를 다르게 매기는데, 저소득층에게 요금을 깎아줘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도 산후조리와 유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여성들을 교육, 산후관리의 인력으로 씀으로써 돈은 필요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여성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서해출산육아돌봄센터처럼 이윤보다는 사회에 대한 기여를 우선한다. 센터는 소득수준에 따라 서비스 요금을 차등 적용한다. 즉 취약 계층 이용자가 많을수록 이윤은 적어진다. 국가는 인증을 통해 일정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기도 하지만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것들은 이런 경제적 문제 외에 여러 가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만큼 우리 사회에서 강한 공감대를 확보한 개념도 없을 것이다. 정치노선이나 지향과 무관하게 대부분 사회적 기업 육성에 공감을 표시하고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아주 짧은 기간에 생긴 공감대이다. 시민사회는 물론 정부, 대기업까지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고무적인 일이며 쌍수를 들어 확인한다.

그러나 그렇게 뭉뚱그려 마무리하기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다. 이른바 앞서 경험한 '녹색성장'의 폭넓은 스팩트럼을 감안하면 어쩌면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다양한 인식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래서 공감이란 게 소문난 잔치의 뒤끝처럼 허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지금 사회적 기업 육성에 정부가 적잖게 공을 들이고 있는 형편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긍정적이지 않은 조짐이 눈에 띄기도 한다.
- '저자의 말' 중에서

<한국의 보노보들>의 공동 저자들은 최근 몇 년 우리 사회에 막 움트기 시작한 우리의 사회적 기업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한국의 보노보들>겉그림
 <한국의 보노보들>겉그림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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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의 사회적 기업 36곳을 6장(이웃·환경·문화·노동·참살이·장인 부분)으로 나누어 각 기업의 현재와 미래, 목표 등을 소개한다. 기업마다 대표자 인터뷰를 했다. 또한 전문가가 이들 기업들을 분석, 나아갈 방향 등을 제시한다.

사실 '아름다운 가게'와 '문 턱 없는 밥집', '흙 살림'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이들 기업들을 제외하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들은 내게 낯설다. 덕분에 이들 업체들을 이용하고 응원하며 한편으로 궁금했던 기업 운영에 관한 것도 알게 됐고, 우리사회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을 만났다.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래 전 도깨비시장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며 신났던 것처럼 신이 났고 가슴 설렜다. 한발 앞서간 아이디어들도 신선하고, 사회적 기업인들의 가치 있는 소명도 만날 수 있었기에.

'삶과 환경'이라는 청주의 한 음식물 쓰레기 업체는 특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삶과 환경은 사회적 기업에 선정,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형편이 어려운 곳에 양보했다. 또한 수거구역이 줄어들자 고용자들의 생계를 우선, 상대 업체에 직원을 보냈다.

이 업체는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까지 벌인다. 쓰레기양이 많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지만 사회와 환경에는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만으로 우리의 사회적 기업 몇 곳을 더 소개하면.

▲동네사랑방 같은 병원, 대한민국 1호 의료생협-안성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철저한 위생관리로 만든 최고의 도시락이 공짜-포천 나눔의 집 행복도시락 ▲재활용자전거가 달리는 녹색 교통 도시-희망자전거 제작소 ▲자활을 넘어 남을 돕는 리모델링 기업- 아름다운 집 ▲교육 불평등 해소하는 역사문화기행-우리가 만드는 미래 ▲건설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를 꿈꾼다-CNH종합건설 ▲전태일이 꿈꾸던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공장-참 신나는 옷 ▲더 많은 이익보다 더 많은 고용이 중요하다-푸른 환경 코리아 ▲노동착취 없는 공정무역 꿈꾸는 시민주식회사-페어 트레이드 코리아 ▲친환경 버거로 패스트푸드 버거에 도전한다-생명살림 올리 ▲장애인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책-도서출판 점자▲장애인과 세상 사이에 영상으로 놓은 다리-씨토크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의 보노보들>-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공저자들:민준기.신지혜.안치용.이은애|부키|2010-03-12|14,000원



한국의 보노보들 - 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안치용.이은애.민준기.신지혜 지음, 부키(2010)


태그:#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가게, #문턱없는 밥집, #흙살림,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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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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