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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심심찮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곧 아이의 경쟁력이다."

 

아이들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변화가 많습니다. 기대치도 건강→책읽기→공부로 변해갑니다.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과외비는 물론, 비싼 대학 등록금과 해외연수 등 하나하나가 부담인 세상입니다.

 

주위에선 대개 영어 수학은 학원에 보내더군요. 보통 과목당 20만원이니 아이 둘 있는 집에서는 80만원이 기본이더군요. 이것만 하나요? 피아노 레슨에, 태권도 학원 등까지 포함하면 정말이지 장난 아닙니다.

 

그동안 과외를 안 하고 버티던 지인도 결국 두 아이 과외를 시키더군요. 그러면서 "과외비가 뭐 이리 많이 드는지…. 그렇다고 다들 하는 과외를 안 할 수도 없다"며 엄살이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자기 아이만 쳐지는 게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과외를 보내야 하는, 아픔 많은 세상입니다. 하여, 우리 집은 직접 가르치고 있습니다.

 

 

3대 맞을래? 똥침 3번 당할래? 간지럼 3분 탈래?

 

"흐흐흐흐~"

 

어제는 둘째가 엄마랑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배를 움켜잡고 자지러졌습니다.

 

"왜 그래? 그러다 아들 잡겠네."

"영어 문장 쓰면서 단어 하나 틀리는데 매 3대다~ 그랬는데, 요 녀석이 다섯 개나 틀렸어요. 다시 기회를 줬는데 또 하나 틀린 거 있죠. 그래서 매 3대 맞을래? 똥침 3번 당할래? 간지럼 3분 참을래? 했더니, 간지럼 3분 탄대요."

 

역시 아내입니다. 저 같으면 길길이 날뛰며(?) 매로 후려 쳤을 텐데 고상한 방법 썼더군요. 아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다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아빠인 제가 가르쳤습니다. 수학 문제집 풀고, 영어 단어 50개를 외운 후 시험 보는 형식입니다. 하다 보니 "영어 단어를 30개로 줄여 달라"는 등 협상을 걸어오면서 말을 들어야죠. 공부 안 하려는 수가 뻔히 보여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여, 점차 힘으로 누르게 되더군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짜증이 늘었지요. 그걸 본 아내가 지난주부터 "그러다 새끼 잡겠다. 아빠와 자식 사이 나빠지겠다"며 영어를 치켜들었습니다. 방법도 단어 암기에서 회화 문장 암기와 응용으로 바꿨답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엄마와 잘 하더니 가끔 싫증입니다. 그래서 냈던 아내 꾀가 바로 '간지럼' 처방이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거죠. 누군 몰라 안 하나요. 그래서 "자기 자식은 직접 못 가르친다"는 말이 있나봅니다. 직접 가르치는 엄마 자식 사이는 어쩐지, 살펴볼 일입니다.

 

어쨌든, '부모 경제력=아이 경쟁력'이란 세상에 속 터지고, 아이 직접 가르치느라 속 터집니다. 이런 현실을 모르고 출산율 타령이니…. 돈이 원순지, 세상이 원수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기대치를 낮춰야 할까? 열심히 가르쳐야 할까?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과외, #공부, #아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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