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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4대강사업의 핵심은 생명·생태·물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설득과 홍보를 주문했다"는 보도를 보고 끌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지난 22일 물의 날 찾은 달성보 공사구간인 '낙동강 22공구'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과연 생명과 생태를 그리고 마실 물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지난 22일 지율 스님과 다시 동행해서 돌아본 달성보 공사현장에서부터 합천보 공사현장까지의 낙동강의 강물은 거의 정체되어 섞어가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충격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니로 보이는 진흙, 그리고 오염방지시설을 거의 갖추지 않고 굴삭기로 마구 파헤치고 있는 낙동강물은 전 구간이 오니의 색깔을 닮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 물이 어떤 물인가요? 부산·경남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물이 아니던가요? 그 물을 과연 인간이 마실 수가 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회색빛 오니의 빛깔을 닮은 강물은 느리게 느리게 흘러가고, 어떤 지점은 거의 정체가 되어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날 둘러본 달성보 22공구와 합천보 20공구의 공사구간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낙동강의 '강물편'과 '오니편' 그리고 '강변의 농경지편'으로 나누어 각각 공개해봅니다. 이 현장의 모습을 보시고 과연 MB가 말하는 생명·생태·물을 떠올릴 수 있는지, 과연 강 살리기가 맞는지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낙동강 22공구와 20공구 현장에서 담아온 낙동강과 그 강물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오니'란 말을 모른다는 현장직원의 말과 무대책의 공사현장이 준 충격

 

현장에서 만난 공사업체 직원의 말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들은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공사장 위아래를 시찰 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이내 보트에서 내려서 우릴 제지하고는, 그중 간부로 보이는 한 직원과 스님의 공방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직원이 한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게 전부 오니가 아니에요?"라고 묻는 스님의 말에

"오니요? 오니가 뭐죠?"라고 그 직원이 되물었다.

 

"오염된 진흙을 말하잖아요? 최근 신문지상을 연일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런 말 못 들어봤어요?"란 필자의 설명에 "오니? 제가 환경공학과를 나왔는데, 그런 용어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라는 용감히 밝히더니 이내 "저 강물 안에 들어가 보세요. 물 속이 더 더럽습니다"라고 묻지도 않은 강물의 상태를 아주 소상히 증언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바깥에 보이는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고, 강 속은 이보다 더 심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층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에 대한 방지대책은 전무한 듯했다.

 

주변을 둘러 보아도 오탁방지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굴삭기는 쉴 새 없이 회색빛 진흙을 파내기에 바빴다. 거기서 발생하는 강바닥의 오염물질들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말이다.

 

강물은 정체되고, 썩어가고 있었다

 

그 직원과의 공방을 멈추고 강가에서 올라오니 또다른 직원들이 언제 왔는지, 차를 몰고 달려와서는 우릴 제지하고 나선다. 그 순간 스님이 다시 물었다.

 

"오탁수방지막이 안 보이던데, 이곳에 오탁수방지막이 어디 있지요?"하자, 그 직원은 당황한 듯 "저 아래 있어요"라고 대충 얼버무린다. "저 아래 어디요?" 스님이 재차 묻자 "저 밑에 있어요" 다시 얼버무리고, "글세, 저 아래 어디요?" 다시 다그치자 "저 아래 3킬로 밑에 있어요"하며 가버린다.

 

우리는 현장을 빠져나와 계속해서 강둑을 달려서 아래로 내려가 본 결과 그가 말한 3킬로미터 안에 오탁방지막은 보이질 않았고, 8킬로미터 정도를 지나서야 모래채굴선이 하나 있고, 그 앞에 오탁방지막이 어설프게 놓여져 있었다. 그마나도 한쪽은 끊어져 있었고.

 

 

그랬다. 이렇게 무대책으로 굴삭기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보공사를 비롯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지 강물은 거의 흐르지 않은 듯 보였고, 달성보 공사구간인 22공구의 도동에서부터는 강물이 거의 정체되어 있었다. 그리고 강물은 그렇게 그대로 썩어가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서도 철새들은 모래밭이 남아 있는 강변에 내려앉고 있었고, 온통 회색빛이 돌고, 부유물이 흐르는 강물을 그대로 유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탁한 강물에서 물고기를 찾기란 요원해 보였고, 물고기 또한 살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물고기가 곧 허연 배를 뒤집고 강물 위로 둥둥 떠오를 것만 같아 보였다.

 

 

정말 슬픈 광경이었고, 한편으로 분노가 치미는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정녕 강 살리기란 말인가? 새빨간 거짓말을 당장 집어치우라고 소리라고 고래고래 지르고 싶었다.    

 

이것이 4대강사업의 현실이고 실체입니다. 이것이 어제 MB께서 말씀하신 4대강 사업의 핵심인 '생명과 생태와 물'이란 말인가요?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다시 한번 묻습니다.

"이것이 강을 살리고, 강물을 정화시키는 방법인가요?, 이것이 생명과 생태의 현장인가요?" 

 

※ 관련 글

지율 스님과 4대강사업 낙동강 공사현장을 가보니 [4대강 현장르포1]

낙동강에서 만난 동물발자국, 이제 이들은 어디서 살까?[4대강 현장르포2]

'4대강 사업'의 회색빛 풍경, "이것이 과연 강 살리기인가?"[4대강 현장르포3]

낙동강에 선 종교인들, "흐르지 않는 강물, 이게 다 낙동강 하구둑 탓"[4대강 현장르포4]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4대강 사업, #현장고발, #낙동강, #달성보,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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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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