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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취재 : 권박효원 기자,  박혜경, 오대양, 최지용 수습기자
 

전국 교육감 후보의 61.7%가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제주도는 모든 후보들이 무상급식 실시를 약속했다. 반면 대구는 모든 후보들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등 확실한 보수색을 나타냈다.

 

<오마이뉴스>가 3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전화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7명 후보 중에서 총 29명이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했다.

 

반대한 후보는 8명(17.0%)에 불과했으며, 이 중에서도 "취지에는 동감한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았다.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후보들도 9명(19.1%)이어서, 무상급식 공약을 둘러싼 각 선거캠프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찬성] 추세 거스르지 않는 후보들... 무상은 기본, 친환경에 초중고 급식까지

 

무상급식 설문조사 방법은?

이번 조사는 지역별로 지지도가 높은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후보 숫자가 많고 여론이 집중되는 서울지역에 대해서는 5명을 조사했다.

 

여기서 후보 지지도는 <더피플>의 여론조사(2월 9~10일/10~11일 각 지역 19세 이상 거주자 1200여명 대상으로 ARS전화여론조사 실시, 표본오차 95%± 2.8%p)를 기준으로 했다.

 

<더 피플> 조사 이후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직 출마 여부를 정하지 않은 후보들은 이번 설문에서 제외했다. 충청북도의 경우 여론조사에 포함됐던 후보 다수가 불출마하는 바람에 무상급식에 대한 설문도 진행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여론조사에는 없었지만,  서울시 교육감 주요 후보 중 한 명인 곽노현 서울방송통신대 교수의 의견도 취재하기로 했다. 한편 일부 후보는 연락이 닿지 않아 의견을 담지 못했다.

대부분 후보들이 무상급식을 찬성한 이유는 "급식도 의무교육이며 차등적으로 식사를 지원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무료급식의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지원받는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나근형 전 인천시교육감)"고 지적했다. 일부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이 추세"라고 답했다.

 

찬성은 한 목소리지만 후보들이 구상하는 무상급식의 단계는 차이를 보였다. 일단 전면 시행이냐, 단계별 확대를 통한 임기내 시행이냐를 놓고 지역별·후보별로 조금씩 계획이 달랐지만,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후보가 대다수였다.

 

박규선(전북교육위원회 의장, 전북), 양성언 제주교육감, 양창식 전 탐라대 총장(이하 제주) 등 일부 후보들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었다. 또한 한숭동 전 대덕대 총장(대전), 이정재 전 광주교대 총장(광주), 오근량 전 전주교 교장(전북) 등은 친환경 급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정호 경남교육감(경남)은 무상은 물론 친환경 지역먹을거리를 사용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이보다 파격적인 정책은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서울)의 안이다. 그는 '무상'은 물론, '친환경', '지역농산물', '직영', '학생들 급식평가권' '식생활 교육' 등 다섯 가지를 더한 급식공약을 밝혔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찬성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재원 마련을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후보들은 "방법은 더 고민하겠다", "예산 마련은 어려운 문제"라고 고충을 전했다. "지자체 예산과 교육청 불용예산을 투자한다(오근량 전 교장)"거나 "기금을 희사받을 수도 있다(양창식 전 총장, 김영수 광주교육발전연구소 이사장)"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입장을 보류한 후보들도 주로 재원 때문에 해법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김실 인천시 교육위원(인천)은 "학교마다 여건과 실정 등이 있어서 찬반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반대] "동의하지만 김상곤 식은 아니다"

 

반대한 후보 일부는 무상급식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동복 동북아교육연구소장(경북)은 "무상급식은 교육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고, 이경복 서울고 교장(서울)은 "영유아 교육 등 더 급한 지원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김성동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서울)은 "급식에서 유상·무상 여부보다 자연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후보들은 "원칙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무상급식이 아닌 저소득층 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강원춘 전 경기교총 회장(경기)은 "(무상급식에) 동의하지만 김상곤 식은 아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노열 전 계명대 교수(대구)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게 지원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지역별 차이도 눈에 띄었다. 이미 읍면 단위 등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제주도나 전북·전남·경남·강원도처럼 농산어촌이 많은 지역에서 찬성이 뚜렷했다. 서울·경기도와 같이 전국적으로 예민한 지역에서는 입장을 보류하거나 오랜 논의 끝에 답변하는 후보가 많았다.

 

그러나 모든 후보가 무상급식에 반대한 지역은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뿐이었다. 다른 시 단위 지역에서는 대부분 후보 3명 중 2명이 무상급식에 찬성했다.

 

한나라당 지자체장이 있는 경남에서는 권정호 현 교육감부터 친환경과 지역 먹을거리까지 급식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보수 텃밭인 부산은 물론, 흔히 대구와 함께 'TK'로 묶이는 경북에서도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었다. 아이들 식판이 이번 교육감 선거판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감 권한 축소는 이명박정부의 술수"

전국 교육감 후보 대거 반발... "학교 현장에 위임되는 것은 좋지만"

청와대는 지난 9일 최근 잇따른 교육비리와 관련, 교육감 인사·재정권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찬성하는 교육감 후보들은 7명밖에 없었다. 이것도 교육감의 권한이 중앙으로 다시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학교 현장으로 내려간다는 전제에서다.

 

28명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교육자치 훼손"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황당한 발상(김영수 이사장)", "말도 안되는 소리(김성동 전 원장)",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술수(김인희 전 강원도 교육위원)" 등 맹비난이 쏟아졌다. 아직 교육감이 민선 2기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오히려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대부분 투명한 인사 및 감사 시스템을 강조했으며 "교육감은 인사재정을 통제하는 책임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장공모제 등으로 권한을 재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의 뜻을 밝힌 후보(박명기 전 서울시 교육위원, 오근량 전 교장)들도 있었다.

 

진보진영의 두 수도권 후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경기)와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서울)는 다소 다른 답변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 조사에서 김상곤 경기교육감(경기)은 "결국 누군가에게 권한을 위임할 텐데 거기서 발생하는 비리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반면 곽노현 교수는 "교장 공모제나 학부모 참여 등으로 권한 행사가 민주화되어야 한다"면서 찬성 입장이었다. 그러나 곽 교수는 "청와대의 의도가 불명확하다. 단지 교육감 권한이 세다고 줄이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조사에서는 10명이 유보적 입장을 보였으며, 후보 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찬반 답변을 보류한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경남)은 "대통령 의견에 대해 내용 말하기가 어렵다, 정확한 (청와대) 제안이 있으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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