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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레닌이 있는 풍경>,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등의 사진 에세이집을 펴내며 왕성한 저작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진작가 이상엽.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을 만화책처럼 정말 재밌게 읽고 난 뒤, 충무로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강화도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리는 사진강좌를 상의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토저널리스트 중 한명인 그에게서 "실크로드 취재하는 동안 고산병으로 이가 상해 치과진료를 받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사진 작업을 하다 이가 상한 것일까?

고원 풍경과 친구과 되면서 사진에는 치유의 힘이 있음을 느꼈다.
▲ 파미르고원 고원 풍경과 친구과 되면서 사진에는 치유의 힘이 있음을 느꼈다.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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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해발고도 4천m를 넘는 고산지대에서 작업하다 보면 두통과 설사는 기본이고, 풍치도 와요. 윈난과 티베트 지역에서 작업할 때는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백내장과 고산의 압력에 의한 풍치같은 고산병을 조심해야 합니다."

실크로드에서는 고산병으로 고생하기도

그는 지금 윈난 지역을 5년간 취재해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중국 서부 기행, 변경>이란 책을 쓰고 있다.

스스로를 사진을 찍는 역사학도로 여기는 이상엽 작가는 다큐멘터리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몸을 사리지 않고 전력투구했다.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 두고 처음으로 시작한 해외 촬영은 1996년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게릴라 캠프를 취재하는 것이었다. 한달 동안의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 장갑차와 정부군의 호위 속에 게릴라들을 인터뷰 했다.

"수중에 있던 돈 4백만원을 툴툴 털어서 해외촬영 나갔는데, 운이 좋게도 <한겨레21> 특집기사로 실리게 됐고, 이를 계기로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오가며 화교문제, 종교분쟁 등을 취재하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포토저널리스트의 길로 접어들었죠. 그때의 성과물을 모아서 <실크로드 탐사>를 펴내기도 했고요."

실크로드를 돌아다니면서 이 작가는 역사, 특히 고대사에 관심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근현대사는 이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반해 고대사는 공백이 많아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정수일 교수의 <씰크로드학>은 천 쪽이 넘는 책인데 열 번도 넘게 읽었다고 한다.

개인전 <레닌이 있는 풍경>(2007)을 열었던 이상엽 작가의 작품에는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자주 등장한다.
▲ 사할린의 고려인 소녀들 개인전 <레닌이 있는 풍경>(2007)을 열었던 이상엽 작가의 작품에는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자주 등장한다.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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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험난한 포토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어온 그는 포토저널리스트의 미덕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자기가 찍은 사진에 대해 최소한의 이야기를 글로 달지 못하는 사진가들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사진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많이 읽어야 해요. 표면에 드러난 현상만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조만간 밑천이 드러날 겁니다. 사진의 형식미만으로 승부한다면 그는 포토저널리스트 중 하수일 뿐이죠. 포토저널리스트가 지녀야할 중요한 미덕은 꾸준함과 우직함이라고 봐요.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그 성과가 금방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인문학적 소양 없이 승부하면 하수

쉴틈없이 취재하고, 사진 찍고, 글 쓰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상엽 작가는 파워블로그로도 유명하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미지프레스( http://blog.naver.com/inpho) 는 사진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그는 올해 1월 1일, 이 블로그에 '2010년 할 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올해엔 특히 저술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상엽은 스스로를 사진찍는 역사학도라 여기는 포토저널리스트다.
▲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이상엽은 스스로를 사진찍는 역사학도라 여기는 포토저널리스트다.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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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진계는 예술사진이 대세인데 저는 사진과 인문을 소통시키는 일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그 결과물은 책이 되겠죠. 현재 계획 중인 책은 오래 전에 계약하고 미뤄뒀던 <중국서부기행>, 우리시대 사진가들의 담론을 담는 <사진가와의 대화>, 고전 사진가인 루인스하인 작품집 정리 등입니다. 그리고 <월간사진>에 '사진을 만드는 사람들'을 연재할 계획이고, <북새통>등의 잡지에 연재한 사진창작노트를 묶어 냅니다. 사진 블로거들을 위한 책도 공동집필 중인데, 아무래도 올해는 글감옥에 갇혀 지내게 생겼네요."

그는 이뿐만이 아니라 한국전쟁 60년을 맞이해 그동안 작업해 온 민통선, DMZ의 연장선에서 철원의 DMZ숲을 찍을 계획이고, 진보신당과 레디앙, 환경단체와 연계하여 4대강에 대한 공공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전시회를 여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달변으로 소문난 그는 사진 찍고 글쓰는 일과 함께 사진강사로도 바쁘다. 사진강의를 "밥벌이보다는 공부한 것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진행한다"는 그는 올해부터는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강의'를 계절별로 나누어 4차례 진행할 생각이다.

김수영, 백무산같은 시인에게서 영감 얻어

그의 블로그 대문에는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진보신당을 지지합니다"라는 글이 적혀있다. 진보신당에서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는 진보신당에 문화예술위원회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당원 중에는 꽤 유명한 영화감독, 만화가, 문필가들이 많은데 거의 모이는 일이 없어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멍석을 펼쳐야 할 것 같아서 총대를 메려고요."

사진에는 작가 내면의 이야기가 묻어있다. 찍히는 피사체와의 관계와 그 관계를 맺는 방식마저도 담겨있다
▲ 안개낀 날 강화도 사진에는 작가 내면의 이야기가 묻어있다. 찍히는 피사체와의 관계와 그 관계를 맺는 방식마저도 담겨있다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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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년에 한 포털 사이트에서 '오늘의 포토' 작품 선정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사진 잘찍는 법은 뭘까?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가 반은 해주죠. 나머지 50%는 노력이 해결해주고요. 하지만 역시 사진도 예술이기에 나름의 고민과 창작 의지가 필요합니다. 일단은 많이 찍고, 많이 보여주고, 많이 공부해 나가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죠. 사진에는 작가 내면의 이야기가 묻어있고, 찍히는 피사체와의 관계와 그 관계를 맺는 방식도 담겨있죠. 그렇다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작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이 있습니다. 바로 소통이죠." 

진실에 다가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상엽 작가는 앞으로 10년은 지금보다는 좀 더 절제되고, 집중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한다.

"시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백무산, 김남주, 김수영 같은 시인에게 무한한 영감과 상상력을 얻죠. 앞으로 그런 시와 같은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사진작가 이상엽 개인전

2004년 <머나먼 실크로드> 수유+너머, 서울
2005년 <아시아> 브레송, 서울
2005년 <아시아 공감>전 네이버
2007년 <중국 1997~2006> 갤러리 나우, 서울. 고토 갤러리, 대구. 영광갤러리 부산
2007년 <레닌이 있는 풍경> 아트비트 갤러리, 서울
2008년 <청계의 나날들> 대안공간 건희, 서울
2008년 <인 투 핫 라이트> 갤러리 루, 서울

☞ '이상엽과 함께 하는 강화도 오마이스쿨 사진강좌' 신청하기

덧붙이는 글 | 이상엽과 함께 하는 강화도 오마이스쿨 사진강좌
일정 : 4월 16~18일
강사 : 이상엽, 강영호, 조우혜
문의 : 032-937-7430 / 010-3306-6977



태그:#사진강좌, #오마이스쿨, #강화도,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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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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