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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 원동 순매원의 매화... 봄 마중...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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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러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민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김종해,'그대 앞에 봄이 있다'

...봄이 오고...
▲ 원동순매원... ...봄이 오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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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에서 겨울 잔해는 참으로 길게 끌고 있다. 이게 봄인가 싶은데 어제 역시 바람 높고 추운데다 온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 늦게까지 잔뜩 흐리더니 낮이 되면서 햇살 한줌 인심쓰듯 퍼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에서는 언제나 비가 잦다고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여러 날 동안 비 오고 흐렸다가 또 비가 오다 겨우 햇살 한줌 나기도 한다.

땅은 얼었다가 녹았다가 반복하면서 천천히 봄을 열어갈 보양이다. 그래도 이젠 봄이다. 3월이 되기 전 2월 말쯤부터 내 몸이 먼저 봄이 왔다고 알렸다. 겨우내 없었던 춘곤증에 한낮이면 졸음이 왔던 것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긴긴 겨울이다 싶더니 봄은 소리 없이 조용히 곁에 와 있었나보다. 날씨는 아직 추웠다가 풀렸다가 손바닥 뒤집듯 변덕스러워서 두꺼운 겨울 잠바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제 겨울보다 봄이 더 가깝다. 며칠 전에는 바로 밑에 동생이 우리 집에 와서 며칠 머물렀다. 살다보면 우리 인생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물레방아 도는 호수 앞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
▲ 봄 마중 물레방아 도는 호수 앞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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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가운데 있는 동생을 데리고 나들이를 하였다. 바람 부는 날, 파도치는 날에도 언젠가는 봄 같이 따사로운 날, 꽃이 만발한 그런 날도 오는 법이다. 햇살 좋은 날에 봄 마중을 나갔다. 날씨는 아직 좀 쌀쌀했지만 봄의 전령 매화향기 가장 먼저 전해오는 원동마을이 궁금했다.

봄이 가장 먼저 당도하는(?) 원동 순매원에는 지금쯤 꽃봉오리들 맺히고 더러는 매화꽃도 피었을 것 같았다. 기대와 설렘으로 강물을 끼고 햇살 좋은 날 빛 속에 차를 달렸다. 어느새 순매원의 물레방아는 대나무대롱에서 끊임없이 물줄기 흘러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고 봄소식을 찾아 나들이를 나온 원동 순매원을 찾는 사람들도 여럿이 보였다.

봄이 당도했습니다.
▲ 봄의 전령 매화꽃... 봄이 당도했습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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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홍매화도 피었어라...
▲ 홍매화 봄 마중...홍매화도 피었어라...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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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원의 매화나무들은 야윈 가지가지마다 두꺼운 껍질을 간질여 뚫고 나온 꽃봉오리들이 올망졸망 달려있었고 기다리다 못해 툭툭 터져 나와 활짝 피어난 매화꽃들도 보였다. 작은 꽃봉오리들이 야무지게 올망종말 달려있는 매화꽃봉오리들은 곧 터져 나올 듯 부풀어 있었다. 순매원에서는 봄 마중 나온 방문객들을 위해 지난 봄에 수확해 담갔을 매실주스를 마음껏 맛볼 수 있도록 내놓고 있었다.

진한 매실주스 맛 향기가 좋았다. 낙동강 물빛은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쑥을 캐는 사람도 있고 매화 나무 아래 가족들이 모여앉아 있는가하면 두 꼬마가 물레방아 앞에서 작은 호수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봄은 어느새 당도해 있었다.

이제 한두 번만 더 봄비 오시고 2주 정도 지나면 이곳 순매원의 매화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매화꽃 향기 멀리멀리 봄을 알리겠다. 순매원의 매화꽃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하면 상춘객들 발걸음 잦아 원동 순매원을 비롯해 원동마을 일대가 봄꽃 축제로 떠들썩할 것 같다.

원동 마을을 지나 배내골로 접어드니 배내골은 고로쇠 축제로 또 한창이었다. 3월 말까지 진행되는 고로쇠 축제로 배내골은 또 봄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아직도 겨울 잔해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봄은 이미 당도해 있었다. 봄이다.


태그:#봄마중, #원동 순매원, #매화꽃, #원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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