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실 뒤편에 만든 게시판. '글로벌'이란 영어문자가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인데. 우리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꾸밈이다.
▲ 게시판 교실 뒤편에 만든 게시판. '글로벌'이란 영어문자가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인데. 우리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꾸밈이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3월 1일에 아우 녀석이 학교에서 교실 환경정리를 한다고 한다. 시간이 있기에 도와주려고 찾아간 학교. 몇 번 이 학교에 와서 교실도 돌아보고 했지만, 이렇게 찬찬히 보기는 처음이다. 2일이 새 학년들이 시작하는 날이니, 미리 학생들이 기분 좋은 새 학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에 소재한 대신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담임 양해남 선생).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시절의 교실이 생각이 난다.

50년 전 난 천막교실에서 공부를 한 적도 있다.

벌써 50년이 지났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했으니 참 오래전 일이다. 내가 다니던 서울 삼선국민학교는 당시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만 가는 중이었나 보다. 당시는 한 반에 보통 70~80명이고 많게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으니, 아마 지금 학부모들이 생각을 해도 '설마'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다.

그곳에서 한 해인가 천막교실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학교 교정 한편에 세 동인가 천막교실이 있었다. 이 천막교실이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것은 기본이다. 장마철이라도 되면 교실에 물이 새는 바람에, 책상을 들고 본관 건물 복도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참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 일 년을 보낸 후 학년이 바뀌어 본관 건물로 들어갈 때 그 기분이란. 정말로 지금 생각해도 우습기만 하다. 무엇이 그리 신이 났을까? 비를 맞지 않는다는 것도, 발을 동동거리며 구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책상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지 않아서 좋았을 것이다. 

교실이 여기저기 모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 장식 교실이 여기저기 모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모든 것이 다 예쁘다. 교실이 아니라 아름다운 부착물 전시관이라도 되느 듯하다.
▲ 부착물 모든 것이 다 예쁘다. 교실이 아니라 아름다운 부착물 전시관이라도 되느 듯하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좋아진 학교, 다시 공부를 한다면

지금은 한 반 학생이 20~30명이라고 한다. 도시에는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과 한편 벽면에 달린 선풍기를 싸놓은 덮개, 그리고 교실 안을 장식한 각종 부착물들이 정말로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면 절로 공부가 될 것만 같다. 요즈음 아이들이 밝고, 스스럼없이 자라나는 이유가 이런 환경 때문은 아닐까?

아마 이런 교실에서 다시 공부를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다니던 50년 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큰 꿈을 키웠을지도 모르겠다. 50년이 지난 세월을 다시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인지. 괜히 작은 책상에 앉아본다. 창밖으로 학교 교정을 내다본다. 우리 때는 그렇게 바글거리며 학생들이 뛰놀았는데.

선풍기를 싸놓은 닾개도 아름답게 만들었다.
▲ 선풍기 덮게 선풍기를 싸놓은 닾개도 아름답게 만들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친구들의 생일이 월별로 정리가 되어있다.
▲ 생일 친구들의 생일이 월별로 정리가 되어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50년의 세월은 참 많이도 변해 있다. 하기야 그동안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으니, 변화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옛날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친구들. 이제는 이름조차 낯설기만 하다. 50년이 지난 세월 얼마나 많은 변화를 했는지, 날을 잡아 그때를 기억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학교를 찾아보아야겠다.


태그:#대신초등학교, #새학년, #환경정리, #50년 세월, #여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