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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미술 시장은 있는데 비평은 실종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죠. 특히 지역미술에서 비평 활동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비평가들이 엄연히 비평 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평은 없다는 얘기를 듣는 데 대해 비평가들은 각성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비평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비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동시에 이뤄질 때 비로소 참된 미술비평의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비평의 불모지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비평이 활성화되지 못한 전북지역에서 모처럼 만에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춘 미술평론집이 발간됐다. 1990년부터 미술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연 화가이기도 한 예원예술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 김선태(49) 교수가 미술평론집 '형형색색'(신아출판사)을 내놓은 것.

20여 년 동안 평론 형식을 갖춘 기획전 비평과 서문을 써 준 200여 명의 작가 중에서 한 번 이상 글을 써서 중복되거나 작업방식이 바뀌어 현재의 작품과는 경향이 다른 일부를 제외한 총 146편의 글이 담겨 있다.

책은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됐으며, 총  8개 장르로 정리됐다. 1부 한국미술사의 한 축(17명), 2부 독립된 장르로서의 수채(8명), 3부 사실성과 리얼리티적 시각(29명), 4부 구상과 비구상 상호보완적인 양식(16명), 5부 한국화와 한국성(23명), 6부 실재와 일류전(20명), 7부 비구상 추상양식(19), 8부 입체 및 설치(14명)가 그것.

저자가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다보니 평론집에 실린 작가 중 70% 가량은 전북지역 출신이거나 또는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나머지 30%에는 저자가 졸업논문을 썼던 월북작가 이쾌대를 포함해 비평과 작품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포함됐다.

"책을 편집하면서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작품은 지역에서 제작됐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지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역 미술에 국한시켜 책을 낼 게 아니라 한국 미술의 한 축으로 편집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려 이렇게 구성을 했습니다. 한국 미술사에서 개개인의 작가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 전공자는 작품에 깔린 철학이나 맥락을 중심으로 이성적으로 비평한다면 미술 전공자는 조형력이나 미적인 감각, 예술적 완성도 등을 중심으로 감성적으로 비평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로인해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이번 평론집은 작가들의 고민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김선태 교수
 김선태 교수
ⓒ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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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평론가는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작품이 영구히 남아 있는 날까지 평론 또한 따라다닐 것이며, 결국 글에 대한 책임은 필자의 몫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에 갈수록 평을 부탁받아 써 준다는 사실이 심적인 버거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럼에도 미술 평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한다는 의무감을 느껴 왔습니다.

이번 평론집 발간은 그 성과물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의 작업을 꼼꼼히 정리하는 작가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역할을 저 같은 사람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사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좋겠지만, 작가 개개인을 다루는 이번 평론집이 미술사를 정리하는 기초자료로 적극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한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김선태 교수의 이번 미술평론집 발간에 맞춰 기획초대전을 열어 그 의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평론집에 수록된 작가들의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함으로써 평론집에 실린 원작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2010 현대미술 100인의 형형색색'이라 명명된 이번 전시는 전북예술회관에서 10일까지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선태, #미술,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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