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행운을 가져가세요!"

 

꽃의 속삭임이 마음에 전해진다. 봄이 찾아오고 있어요. 봄의 기운을 듬뿍 받아서 행운을 가져가세요. 귓가에 감미롭게 전해지는 봄의 웃음에 넉넉해진다. 티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모습이 우뚝하다. 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꽃의 매력에 푹 젖어 든다. 영롱하게 번져나는 밝은 마음이 온 몸에 배어들고 있다. 아! 좋다. 더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매화가 피어 있는 나무는 빛이 나고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아직 꽃을 피워내지 못하고 있다. 꽃봉오리들이 준비를 하고 있을 뿐 아직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 활짝 피어난 꽃은 다른 나무들과 다르다. 봄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저리도 곱게 꽃을 피워낼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행운은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전해진다. 모든 사람에게 행운이 전해진다면 그 것은 이미 행운이 아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고 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사람에게만 봄소식이 먼저 전해지는 법이다. 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 봄을 조금이라도 빨리 맞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

 

 

봄을 찾아 삼 백리를 달렸다. 집사람은 아직 매화가 피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겼다. 그러나 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있어서 강행하였다. 햇살은 부드러웠지만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 속에는 겨울 심술이 배어 있었다. 얼굴을 할퀴고 가는 곳에 흔적이 남을 정도였다. 바람의 심술을 확인할 때마다 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커졌다.

 

달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고 살아갈 날을 생각하였다. 지난날과 다가올 날이 비교가 되면서 여러 생각이 겹쳐지고 있었다. 너무 한 가지 생각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또 한 곳만을 바라보면서 살아오지 않았는지 회의가 든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굳이 외골수로 한 가지만을 고집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가 된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 아래로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물처럼 무심하게 세월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무엇이 바른 길인지 알 수가 없다. 치천명의 나이를 넘어 이제 이순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길이 보일법도 한데 그렇지 못하다. 어리석은 천성을 어찌할 수가 없는가 보다.

 

꽃을 웃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밝고 맑게 바라보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깊은 곳 아래로 침전되어 있는 삶의 찌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빛나는 꽃 이파리 안에 노란 암술이 손짓하고 있었다. 지나간 날들에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이 곳에서 마음껏 누리라고 말한다. 활짝 피어 있는 꽃에 취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무엇을 머뭇거린단 말인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멀어지는 시간을 아쉬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걱정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다. 꽃이 피어 있는 그 모습 자체를 즐기면 되는 일이다.

 

  '즐겨라. 마음껏 누려라.'

 

꽃이 전해주고 있는 선물이었다. 티 한 점 없이 맑고 밝은 얼굴로 전해주는 선물이었다. 최선을 다 하면서 살았으니,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것을 족한 것이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최선을 다 하였으면 그 것의 성취 여부에는 상관없이 충분한 것이다. 그 이후는 모든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성취되었다면 그 것으로 더 바랄 것이 없고 실패하였다 하여도 잘못이 없다. 실패가 마음을 아프게 하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하는 과정을 통해서 삶의 영역을 확대하였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성과가 있는 것이다. 성취 여부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다.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활짝 피어 있는 꽃은 그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만 봄의 선물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봄을 원하는 사람에게 봄이 먼저 찾아온다.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봄의 선물을 준다. 매화가 전해주는 봄의 선물을 듬뿍 받았다. 행운이란 선물을 마음 그득 채웠다. 부러울 것이 없었다. 봄의 행운만으로 충분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매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