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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생긴 그대로도 충분히 멋지다네
 
등산은 어느 계절이 가장 좋을까. 내 생각에는 2월이 가장 좋은 계절 같다. 특히 부산의 심장이라고 불리우는 백양산을 종주하기에는 춥지도 그렇다고 덥지도 않는 2월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지난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백양산을 등산 했을 때 느낀 것이다.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계곡이 별로 없고, 키작은 소나무 군락지가 많아서 시원하게 쉬었다 갈 그늘이 없다. 그래서 백양산 산행은 정말 춥지도 덥지도 않은 2월이 제격이다.  
 

산행출발은 용운사의 소나무 군락지 사이로 천년 바위들이 좌선하는 것처럼 앉아 있는 오솔길을 택했다. 용운사에서 오르는 백양산 산행코스는 삼각봉-애진봉-백양산-낙타봉에서 삼경장미아파트 있는 곳에서 하산하는 코스. 오전 9시부터 걸었는데 1시가 넘어서야 백양산 정산에 올랐다. 산행에 처음 따라 온 산벗도 있어 조금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이다. 그러나 발이 빠른 산꾼의 경우는, 약 4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될 터이다.
 

앞서간 등산객에 의해 잘 닦인 산행로를 따라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탁 트인 하늘 아래 부산 시내 발 아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말 이렇게 전망이 시원한 산이 어디 있을까. 내가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면 붓을 들고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화가이면서도 자신이 살던 아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경에 있는 산에 자주 올라다녔던 등산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그의 수기에서 '태양은 평야에서 보는 것보다 더 빛나고 하늘빛은 더욱 짙고, 7월 중순인데도 눈이 내린다.'고 적고 있듯이,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물빛은 더욱 푸르고 희미한 수평선 위의 하늘빛은 손을 넣으면 파란 물이 들 듯하다.

 

산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품은 뜻은 무궁하리라.
산은 생겨난 그 때로부터 억천만년 생겨난
모습 그대로 높고 크고 무겁고 또 깊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뜻을 품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우리들 마음의 거울에 비추이는
산의 말 없는 그림자 일 것이다.
<산은 말이 없다...>에서- '홍종인'
 

사상구 청소년 수련관 앞에서 모동 초등학교와 우신 아파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용운사로 해서 올라온 산행로에는 숱한 천년 바위들이 산의 침묵의 언어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모든 산이 그러하겠지만, 백양산은 시원의 시간에서 솟구친 그 모습 그대로 무겁고 깊은 산이다. 그다지 높고 숲이 우거진 산은 아니지만, 바위 하나 흩어진 돌멩이 하나 작은 소나무들까지 영겁의 세월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산이다.
 

삼각봉 근처에는 정말 바위들이 많았는데, 부근에서 발견한 천년송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떻게 단단한 바위를 천공처럼 뚫고 자랐는지 말이다. 잎잎이 콕콕 하늘을 찌르는 천년송의 기상에 나는 절로 고개가 숙여져서 합장을 했다.
 

낙동정맥, 유두봉에 올라 산벗들과 커피를 마셨다. 시장기가 심하게 느껴왔으나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유두봉 정산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은 마치 여인의 풀린 옷고름 같이 흐르고 있었다.
 

낙타를 몰고가는 갸라반처럼 수통을 꼭 준비해야 할 백양산 등산
 
부산의 심장, 백양산은 서쪽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절개의 상징, 천년 소나무가 군락지를 이룬 산이다. 부산진구와 북구, 사상구에 걸쳐 산이 자리하고 있다. 북쪽으로 금정산과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능선이 주례에서 엄광산으로 실오라기처럼 이어 있다.
 
백두대간상의 매봉산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으로, 승학산, 구덕산, 백양산, 금정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이다. 신라시대에는 정상 일대의 분지에서 화랑도가 훈련을 했다고 전한다. 천년 고찰 선암사의 창건유래는, 백양산에서 비롯된다. 
 
부산의 심장, 백양산 주위로 현대고층 아파트들과 인가가 밀집된 관계로, 백양산 등산은 부산 시내 어느 곳에서나 산의 들머리가 되는 산이기도 하다. 때문에 백양산 초행등반일 경우는 많이 헷갈리기 쉽지만, 비교적 산의 들머리마다 산행 표식 잘 되어 있고, 산을 오르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일단 산의 들머리를 찾으면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물이 흔하지 않는 산이라 필수적으로 물통을 준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산이다.
 
삼각봉에서 애진봉으로 해서 백양산 정산에 올라 불웅령에서 낙타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에 접어들자  발아래는 동래 온천장 부근 마을이 희미하게 보였다. 조금 시선을 높이 하여 보니 상계봉이 그림 엽서 속의 산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
 
불웅령에서 한 이십분쯤 걸어가자, 낙타능선으로 불리우는 뽀쪽한 듯 하면서도 마치 낙타혹처럼 생긴 바위들이 숱하게 보였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낙타 능선은 낙동강 물빛 위로 고개를 떨구는 듯 보였다.
 
마치 성냥갑을 쌓아 놓은 듯 많은 집과 건물과 아파트를 내려보고 있으니, 이곳이 바로 신선들이 사는 선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백양산은 산 태초의 그 모습 그대로 생겨난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산이다.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나 내 뱃속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났고, 산벗들은 벌써 앞을 다투어 부산정보대학이 보이는 길로 산행 마무리를 서두르며 내려가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산벗 형님과 함께 좀더 느긋한 백양산 산행을 즐겨보리라 다짐하며….
 

덧붙이는 글 | 산행코스는 다양하나, 사상구 모라 용운암(사)에서 삼각봉-애진봉-백양산 정산으로 올랐다. 이 산행코스를 이용하기 위해, 부산 지하철 2호선 구남역에 하차 근처 용운암에서 산행을 출발하였다. 또 다른 산행 코스는 신라대와 보훈병원에서 갓봉-삼각봉- 애진봉을 거쳐 백양산에 오를 수 있다. 부산의 심장부에 위치해서 올라가는 길이 다양하므로, 각 출발 하는 지점에서 산행코스의 안내 표지판을 참고하면 된다.


태그:#백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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