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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 해수찜갯벌마을. 바닷가 해안도로 옆으로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바다 끄트머리는 드넓은 갯벌이다. 이 갯벌엔 굴(석화)이 지천이다. 게르마늄 갯벌의 영양분을 빨아 몸집을 키우고 해풍에 맛을 더한 것들이다.

 

갯벌에선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굴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부산하다. 찬바람은 안중에도 없다. 이 갯벌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주민들은 여기서 철따라 낙지를 잡고, 굴을 따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요즘 제 철을 맞은 굴은 이 마을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진한 갯내음과 함께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매섭지만 연방 조새로 굴을 쪼아대는 아낙네의 손길에서 봄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할머니! 굴 조금만 파실 수 있어요.?"

"어떡하나. 이미 서울 사람들한테 예약이 돼 있는디. 다음에 오면 그때는 꼭 팔게. 덤으로도 얹어주고…."

 

굴을 따는 사람들은 모두 단골 고객과 연결이 돼 있단다. 하여, 갯벌에서 딴 굴은 한눈 팔 겨를 없이 바로 예약고객을 찾아간다고. 평생을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사람도 담백하고 향긋한 굴 맛을 보기 위해서는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게 정찬행 마을 운영위원장의 얘기다.

 

함평 해수찜갯벌마을은 돌머리 해변과 닿아 있다. 은빛 해변의 길이가 1㎞에 이른다. 황토밭에서 나는 농산물로도 지역의 자랑이다. 6월엔 마늘과 양파를 캔다. 7월과 8월엔 참깨와 고구마를 수확한다. '함평고구마'는 이름 난 브랜드다.

 

주민들은 농사일 틈틈이 갯밭에 나간다. 봄에는 낙지와 숭어, 꼬막을 잡는다. 여름엔 낚시용으로 쓰이는 갯지렁이를 잡는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쌀쌀해지면 갯밭으로 나가 굴을 캔다. 굴 캐기는 이듬해 3월까지 계속한다.

 

갯것 가운데서 굴은 '효자'다. 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 하루 4시간 정도 갯밭에 나가 몸을 움직이면 4㎏ 정도 딴다. 이렇게 딴 굴은 짭짤한 농가소득이 된다. 한 달에 대략 100여 만원을 넘는다.

 

굴을 키우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갯밭에 돌만 가져다 놓으면 굴이 자란다. 나무를 가져다 놓으면 목화가 자란다. 마을주민 김득수씨의 함평굴 자랑이 이어진다.

 

"함평 굴은 전국에서 알아줘라. 갯벌이 좋아서 향이 독특하고 맛도 끝내 주거든요. 색깔도 검은빛을 띄면서 보기에도 그만이지라. 어떤 사람들은 굴이 비싸다고 하는디, 우리 마을에서는 바닷물을 쪼-옥 빼고 굴만 팔거든요. 비싼 거 아니어라."

 

하루 해가 저물면 주민들은 마을에 있는 학교로 모여든다. 학생수가 줄면서 닫혔던 교문이 주민들의 정보화 교육장으로 다시 태어난 덕이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이런 연유다.

 

지난 2002년 정보화마을로 선정된 이후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마을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주민들은 굴, 낙지, 쌀, 마늘, 양파, 배 등 특산품을 정보화마을 홈페이지에 올려 팔기 시작했다. 아직은 실적이 그리 많지 않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부가가치가 올라가고 성과도 부쩍 눈에 보일 것이다.

 

벌써 굴은 주문량을 맞추기 버거울 정도다. 해풍을 맞아 당도가 높고 육질도 부드러운 배도 홈페이지에 올리기 바쁘게 팔린다. 정찬행 운영위원장은 "올해부턴 콩 작목반을 구성해 청국장과 메주를 쑤고, 비수기를 이용해 굴젓도 담가 인터넷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전자상거래가 본궤도에 오르면 마을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따라 관광객들이 찾아들면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농가소득도 더 늘 것이라는 것이다.

 

함평 해수찜갯벌마을은 갯벌 외에 해수찜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수찜은 갯벌에서 끌어올린,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한 바닷물에다 유황성분이 든 돌을 불에 달궈 넣은 탕에서 뜨거운 물을 수건에 적셔 온몸을 마사지하는 전통의 목욕요법.

 

해수찜은 수증기를 이용한 찜질이다. 찜에 사용되는 해수는 유황성분이 함유된 돌을 소나무 장작으로 달군 다음 쑥과 함께 바닷물에 넣어 만든 것. 돌을 굳이 소나무 장작으로 달구는 것은 송진을 유황 돌에 스며들게 해 효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해수찜은 온천과 약찜의 효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게 특징. 산후통과 피부병,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들이나 노년층이 함평해수찜을 즐기는 이유다.

 


태그:#함평갯벌, #함평해수찜, #함평해수찜갯벌마을, #굴(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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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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