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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민노당 의원들 문전박대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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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이렇게 문 밖에서 내치는 겁니까?"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의 호소에도 대검찰청의 철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릴 줄 몰랐다. 아무리 따지고 들어도 완강한 거부만 돌아올 뿐이었다.

16일 오후 2시, 민주노동당 대표단은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하고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날 오전 연석회의를 마친 당 지도부는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대검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진입조차 거절당했다.

민노당 대표단 6명이 대검찰청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청사의 철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청사 내에 진입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검찰 측의 말이 전해지자 일행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적어도 민원실까지는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이것조차도 묵살되었다.

민노당 "한 명의 당원정보도 넘겨줄 수 없다"

민노당 대표단은 대검찰청장을 면담하고 압수수색 영장청구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진입조차 제한되었다.
▲ 굳게 닫힌 대검찰청 철문 민노당 대표단은 대검찰청장을 면담하고 압수수색 영장청구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진입조차 제한되었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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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청사의 관리책임자뿐이었다. 대검 측 관리책임자는 "청사의 관리자로서 진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검찰과 정당 간에 대면이 있었던 전례가 없으니 서면으로 된 요구사항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대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보아도 좋겠냐"는 이수호 최고위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검 측 관리책임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2002년 8월 1일 한나라당 의원 10명은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수사와 관련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당시 이명재 검찰총장을 만난 사실이 있다.

또한 지난 2007년 11월 30일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제기된 BBK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권재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면담한 바 있다. 대검 측은 '한나라당은 되고 민주노동당은 안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관리책임자는 또 민노당 일행에게 "민주노동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문제는 남부검찰청 관할이니 그쪽에 가서 항의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홍희덕 의원은 "그렇다면 애초에 대검 측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브리핑한 대검 측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도 "경찰과 남부검찰청에 의해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사 지휘는 대검 측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홍 의원을 거들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당원들의 정보를 빼앗는 것을 검찰의 당연한 권리처럼 브리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검찰의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청사 진입이 좌절된 후, 민노당 대표단은 그 자리에서 대검찰청에 대한 항의서한문을 낭독했다.

민노당은 "검찰은 '민주노동당의 정치자금 수사를 본질로 하지 않는다'는 발언과는 달리 위헌적인 야당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는 현 정당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한 명의 당원정보도 넘겨줄 수 없다"며 "이것은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끝내 대검찰청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민주노동당 대표단은 청사 입구에서 대검 관계자에게 항의 서한만을 전달하고 오후 2시 30분에 해산했다.

이수호 최고위원(가장 왼쪽)을 비롯한 6명의 민노당 대표단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민주노동당 대표단 이수호 최고위원(가장 왼쪽)을 비롯한 6명의 민노당 대표단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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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항의서한문

검찰은 법의 용인을 넘어서는 초법적 수사행태에 대해 사과하고,
당원명부 및 계좌의 압수수색 등 위헌적 정당정치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전교조, 공무원노조 수사를 빌미로 한 검찰과 경찰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수사행태가 검찰이 밝힌 '별건 수사' 원칙까지 무시하며 도를 넘어선 과잉수사, 야당탄압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검.경 수사당국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민주노동당 당원가입 여부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무려 22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이중 8차례나 기각되었다. 발부된 영장 자체도 경찰의 자의적, 포괄적 수색을 금지한 매우 제한된 요건으로 수정되어 발부되었다. 이 중 기각된 2개 영장은 애초 수사 목적과 하등 무관한 민주노동당 계좌에 대한 전면적, 포괄적 수색영장이었다.

민주노동당 당원명부와 계좌를 압수수색 하는 것은 검경 공안당국이 밝혔던 '이 수사는 야당탄압이 아니며 민주노동당 정치자금 수사가 본질이 아니다'라는 그동안의 주장과도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며, 검찰의 수사가 그 목적과 방향을 상실했다는 것을 자기 고백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과정은 온갖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어 과잉수사, 야당탄압의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그럼에도 경찰의 수사지휘 책임을 맡고 있는 검찰이 경찰의 불법적 수사 행태를 바로 잡기는커녕 이를 묵인, 방조하고 심지어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15일 영등포경찰서는 또다시 "민주노동당이 반출시킨 하드디스크이든, 당원명부이든 전체 당원명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경찰의 입장이 검찰의 입장인가? 아니면 정권을 향한 경찰의 과잉충성인가? 검찰은 이에 대해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경찰의 피의사실 유포행위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 정당법에는 "범죄수사를 위한 당원명부의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하며,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조사에 관여한 관계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라고 분명히 규정되어 있고, 이를 어길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민주노동당 탄압을 향한 의도가 없다면 일부 언론을 통해서 끊임없이 위법적 행태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경찰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치 않다면 검찰 스스로가 명백히 정당파괴, 야당탄압행위에 앞장서고 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당의 전체 당원명부와 당 계좌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것은 정당 활동의 근간을 부정하는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정당파괴 행위이다.

검찰은 수사를 빙자한 공권력 남용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당원명부, 계좌 압수수색이라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위헌적 발상을 포기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결코 1명의 당원정보도 넘겨줄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정당의 자기 책무이자 숭고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16일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태그:#민주노동당, #대검찰청, #항의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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