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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집 앞.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 나와 0촌사이인 아내

승용차로 길을 나섰다가 집 앞 큰 길에서 차들이 엄청나게 밀려 서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마음을 돌렸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기로 하고 차를 돌렸지요. 그림의 처자는 전철을 타러 가려고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저와 '0촌간인 처자'입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해서 늘 이렇게 책을 읽지요. 살짝 보이는 가방에는 전철 안에서 읽을 책들이 가득 들었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크로키북을 꺼내 '엄청(열라)빨리 그리기'(크로키)를 했습니다. 사실 예쁜 사람들은 그리기가 쉽지 않은데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저와 0촌관계인 처자.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중입니다.
▲ 어른들을 뵈러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처자 저와 0촌관계인 처자.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중입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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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철 안. 따뜻하고 빈 자리가 많아요. - 이주노동자

전철을 타고 고향으로 어른들을 뵈러 갑니다. 전철 안은 사람들도 별로 없고 빈 자리도 많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갔다면 밀리는 길에 짜증을 참으며 가야 했을텐데 여유롭게 책을 보며 그림도 그리며 갈 수 있었습니다.

몇 정류장을 지나니 대 여섯 명의 남녀 이주노동자들이 짐들을 한껏 갖고 타더군요. 여럿이 놀러가는 듯 한데 어디를 가는 것일까요? 어쩌면 '국경없는 마을 설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안산을 가는 지 모르겠네요. 그 중에 한 남자 이주노동자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리가 듬성듬성 있었지만 앉지를 않네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래서 읽던 책을 접어두고 그렸습니다. 베낭에 가방까지 들고 선 당당한 느낌이 보기 좋았습니다.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저런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생활을 하게 되길 바라봅니다.

짐을 하나 가득 들고 당당하게 서 있는 이주노동자.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전철 안 이주노동자 짐을 하나 가득 들고 당당하게 서 있는 이주노동자.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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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돌아오는 전철안. 졸려도 좋아라. - 잠에 취한 여고생

돌아오는 길입니다. 전철 안은 역시 빈자리도 많고 따뜻합니다. 졸다깨다 하면서 가다보니 한 가족인 듯 대 여섯 명의 사람들이 맞은 편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자리에 앉은 여학생은 완전히 잠에 취했습니다. 무릎에는 설날 어른들께 받은 선물들이 가득인 가방 두 개를 꼭 쥐고서 잠에 빠졌습니다.

옆에는 무언가 가득 담긴 두 개의 비닐 봉투까지 있는 걸 보니 고향갔다 돌아오는 느낌이 넘쳐납니다.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먼저 내리는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릴 정거장인지 확인 한 다음 다시 고개를 가방에 푹 파묻고 잠을 청합니다.

선물이 가득 든 가방들을 안고 피곤한 듯 잠에 취한 여고생
▲ 돌아가는 길. 피곤해도 즐거워라 선물이 가득 든 가방들을 안고 피곤한 듯 잠에 취한 여고생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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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은 쉬는 날도 짧고 경제가 어렵다보니 조금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와보니 그런 모습들이 사람들에게서 묻어나는 듯 싶습니다. 피곤하고 졸립긴 하지만 그래도 고향 어르신들을 뵙고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즐거운 모습이더군요.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시민들이 양력 새해에 마음 다졌던 일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면 설을 쇠면서 다시 마음을 다지고 즐겁고 밝고 힘찬 날들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태그:#설날, #크로키, #선물, #다짐,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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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중.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또한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을 위해 '부르면 달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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