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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승식하자!"
설날 아침이 바쁘게 지나갔다. 차례 상을 차리느라 분주하였고 차례를 마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숨 쉴 겨를도 없이 움직인 집사람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다른 해 같으면 집사람의 입에서 불만의 소리가 먼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아니었다. 집사람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바라보기가 아주 좋았다.

차 앞에서
▲ 시승식 차 앞에서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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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해보아야 많지도 않았다. 그런데 몇 되지 않는 식구이지만 한자리에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각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이 있어 함께 하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언제나 집사람하고 둘이 앉아서 계면쩍은 표정을 하고서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앉아서 웃음꽃을 피워보고 싶은 생각은 앞섰지만 늘 생각뿐이었다.

설날.
설날이 그래서 더욱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으니 좋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였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눈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그득 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말은 필요 없었다. 마음의 뒤안길에 흐르고 있는 정으로 흐뭇해질 수 있었다.

이야기에 빠져
▲ 딸의 다정한 모습 이야기에 빠져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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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마주보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그 곳에는 다정한 이야기가 샘솟는다.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작은 길을 함께 걸으면서 소곤소곤 귓속말을 나누고 있노라면 정이 흐른다. 작은 길옆으로는 졸졸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사랑하는 딸의 맑고 청아한 눈빛에는 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 것은 마치 마법과 같았다.

나의 어린 시절을 딸은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안에 분명 어머니의 사랑이 배어 있었다. 사정으로 명절에도 고향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딸아이의 마음에는 고향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오묘한 마법이 아닐 수 없었다. 인생이란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설날은 행복의 원천이요 옹달샘인가 보다.

"시승식?"
"원이가 운전하는 차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잖아? 그러나 시승식을 해야지."
"좋아요."

여유로운
▲ 청둥오리 여유로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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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운전하는 차에 가족 모두가 탔다. 초보운전이라는 표식을 단 자동차는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운전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옆에서 걱정하는 말이 운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더 불안하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호수에 도착하였다. 호수에는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여유로운 풍광에는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온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가슴이 콩콩 뛰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이 봄을 부르고 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설레는 봄이 어서 오기를 기원해본다.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저 아이들이 있어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살아가는 길이 험난하고 어려웠어도 묵묵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더 저 녀석들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딸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고 신바람을 낼 수 있었다. 고집을 피우고 말을 듣지 않을 때에는 힘들기도 하였지만 그 또한 행복의 씨앗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 다정한 모습 즐거운 마음으로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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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시승식 기념으로 기름을 넣어줄 수 없어요?"
기쁜 마음으로 기름을 넣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마음이 흐뭇해졌다. 집사람은 기분이 들떠서 계속 말하고 있었다.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다. 경인년 내내 더도 덜도 말고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것으로 만족한 삶이 될 수 있으리라.<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시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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