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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유난히도 추운 날들이 이어지면서 팔당호에는 이번 겨울 이색적인 풍광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퇴촌에 갈 때면 잠시 다리에서 하얀 백설의 팔당호를 바라봅니다. 며칠, 날씨가 따스하면서 여기저기 얼음이 녹는 흔적이 보이더니만, 춘설에 가려 다시 팔당호는 하얀 백설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설날, 퇴촌으로 가는 길에 규모는 작지만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곳, 그곳에 서있는 버드나무를 보면서 어린 시절 물이 잔뜩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버들피리는 호드기라고도 합니다.

푸릇푸릇 물이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낫으로 잘라 잘 비틀면 껍질만 쏙 빠집니다. 그 껍질을 적당한 크기로 잘르고 입술에 무는 부분의 겉껍질을 살짝 벗겨주면 피리소리가 납니다.

 

길이와 굵기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가 나지요.

굵은 놈은 중저음이 나고, 얇은 것은 높은 소리가 납니다.

 

 

요즘은 버드나무를 근처에서 만날 수가 없으니 버들피리, 호드기를 만들어 불던때가 언제쯤이었는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파리가 나기 전이니까, 입춘을 전후해서였을 것입니다.

 

버드나무가지가 푸릇푸릇해지고, 물기를 머금고 있으면 '이제 곧 봄이 오는가보다.'하면서, 친구들과 양지바른 냇가에 앉아 겨우내 까마귀발이 된 발을 담궈 발을 불리고, 돌멩이로 까마귀발을 문질렀지요. 그때 버들피리를 만들어 '뿌우뿌~' 불어대며 놀았지요.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자란 버드나무라서 그런지 제법 모양새가 멋드러집니다.  가지끝마다 봄이 물씬 들어있음이 멀리서도 느껴집니다.

 

나무꽃 가운데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무엇일까요?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버드나무 꽃이 가장 먼저 핀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입니다. 생강나무보다도 산수유보다도 먼저 피어납니다.

 

우리가 흔히 버들강아지라고 부르는 솜털이 송송한 꽃, 그것이 버드나무의 꽃이지요.

 

 

버들강아지 꽃은 햇빛을 받으면 부풀어 올라 하얀 눈처럼 됩니다.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다가 물기가 있는 곳을 만나면 뿌리를 내리고 자랍니다. 그러니 주로 강기슭이나 냇가 근처에 버드나무가 많습니다. 그만큼 버드나무가 축축한 땅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옛날에 나그네들이 목이 마르면 버드나무를 찾았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가까운 곳에는 물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지난 가을, 단일 군락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버드나무군락지인 장항습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DMZ)지역이라 50년 이상 사람들의 손길이 닿질 않아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된 지역이지요. 그런데 그곳도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합니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아이들에게 버들피리, 호드기를 만들어 준 기억이 아득합니다. 아마도 아이들은 기억하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버들피리 만드는 것도 많은 요령이 있습니다. 단순히 나무 비틀기같지만 제대로 된 나뭇가지를 고르는 눈썰미와, 뒤틀려 껍질이 상하지 않게 돌리는 손재주, 적당하게 물고 바람을 넣어주는 입의 조화 등을 통해 멋진 소리를 내고 듣는 오감을 총동원하여 만드는 놀이인 것이죠.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놀이를 잊고 사는 것입니다.

 

이젠 곧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가득찰 것입니다.

 

그때 아이들과 봄마중을 나가 버들피리, 호드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혹자는, 자연보호 어쩌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파심이지만 버들피리, 호드기 만드느라 버드나무가지 몇 개 꺾는다고 비난을 할라치면 저기 4대강 사업으로 뿌리째 뽑혀 나가는 나무들을 위한 변호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태그:#버드나무, #호드기, #팔당호, #4대강 사업, #경인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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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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