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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학원교습시간을 10시로 제한하는 학원설립운영조례가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학원들의 집단 반발로 '잠정보류'되었다가 새 학기를 앞두고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미 10시로 초·중·고 모두를 통일한 서울시 수준으로 제한하라는 입장을 밝혀 이미 시행을 하고 있는 서울시 외의 모든 지역에서 교육위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학부모와 학원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은 "2010년 중에 전국의 모든 학원 수업시간을 밤 10시 이내로 단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조례를 고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로 인해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이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시작될지도 모르는 인천 등 다른 지역의 일선 학부모들은 불안감과 함께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3월부터는 학원을 못 다니게 되는 것이냐고 걱정을 하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들은 학원 대신 과외를 알아보고 있기도 하다.

과연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학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달 수강료 25~30만 원 정도면 다섯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10시로 교습시간이 제한되면 결국 학생들은 과외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과목당 1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의 과외비가 들어 교습시간 제한 이유 중 하나인 사교육비의 경감보다는 오히려 사교육비가 늘어날지 모른다며 학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 반대 1인 시위
 학원 교습시간 제한 반대 1인 시위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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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 7.30과외금지조차가 내려졌던 때 여실히 드러났다. 그 당시 유행했던 신조어인 '별장과외', '하숙과외', '자동차과외', '몰래바이트'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이 "음성적 불법 과외" 양산과 "과외비의 고액화"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학원 교습시간 제한은 사교육비 경감을 통해 서민가계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입법취지와는 반대로 부유층 자녀들의 경우 고액과외를 통해 상대적으로 사교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중산층의 경우 과외비가 비싸더라도 어떻게든 시켜야 하기에 과외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저소득층의 경우 과외비 고액화로 도저히 과외를 시킬 형편이 안되게 될것이다. 그러면 결국 공교육 정상화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시행한다는 학원교습시간 제한이 교육에도 부익부 빈익빈 논리로 다가오면서 계층간 교육격차는 더욱더 심화될 수도 있다.

입시제도는 그대로인데...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나?

교육당국이 교습시간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건강권·수면권 보장과 학생들을 심야 유해환경과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이유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원 관계자와 교습시간 제한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현 입시제도하에서 학생들은 학원의 교습시간이 제한되더라도 학교나 독서실에서 보충학습과 자율학습, 개인과외교습을 받거가 새벽까지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하기 때문에 어차피 수면시간과 여가시간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습시간 제한을 중앙정부에서 획일적으로 규제할 사안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존재한다.  교육자치가 시행되고 있고, 올해는 교육자치선거도 실시되기에 이 문제 역시 지역 실정에 따라 시·도 조례가 제정되고 시행되어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있다.

학원교습시간이 이미 밤 10시로 제한되어 있는 서울시의 경우 대부분 학교가 오후 4~5시에 학교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자유로이 학원교습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인천시의 경우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밤 9시에서 11시까지 반강제적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밤 10시로 학원교습시간이 제한되면 인천의 고등학생들의 학원교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에 대해 찬성한다고 교육당국은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제한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습시간 제한에 대해 초등학생부문 43.7%, 중학생부분43.8%가 현행유지가 좋다고 응답했고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부문은 57.4%가 교습시간을 현행으로 유지하거나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해 밤 10시로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안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물론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비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정부에서 교습시간을 제한해서라도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교육 정책 전반의 개혁이 전제될 때 실현 가능한 정책이 아닐까 한다. 현 입시제도하에서는 이런 규제가 자칫 고액과외 양산이라는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올지도 모를 일이다.


태그:#사교육비, #학원 교습시간,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청, #고액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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