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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말부터 SK에너지를 비롯한 울산지역의 기업대표자들은 '생산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료정책을 완화해줄 것'을 건의한 이후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로비작업을 지속해왔다

 

결국, 2009년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강만수)' 소속 '민관합동 규제개혁추진단'에서 '연료사용 등 행위제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12월까지 환경부가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무총리실은 지난 12월 4일 고황유와 석탄 사용을 제한해왔던 기존 정책을 완화하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광역 지자체장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번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7년 기준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증가율이 1위이며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위인 한국은 의무감축 대상국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에 따른 고통 분담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특히, 전체 에너지의 5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산업계의 책임은 매우 크다. 한편, 얼마 전에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163개국을 대상으로 한 환경성과지수에서 대기오염 분야는 최하위 성적을 받아 부끄러운 환경성적표에 일조했다(이산화황(145위), 질소산화물(158위)).

 

 산업계 내 에너지 사용량 2위인 SK에너지 공장이 위치한 울산은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되어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국 5위를 차지하고 있고(산업계 비중 76%), 전국 이산화황의 14.5%를 배출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석탄과 고황유로의 전환을 SK에너지가 적극 추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정유업계 1위이며 울산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SK에너지가 현재의 저황유 대신에 고황유나 석탄을 사용하게 된다면 청정연료를 쓰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고황유나 석탄을 사용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며, 더불어 S-오일과 GS칼텍스와 같은 동종의 경쟁업체 또한 연달아 연료를 전환하게 될 것이다. LNG에 비해 석탄과 중유는 각각 1.7배, 1.4배 가량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므로 기후변화시대에 역행하는 산업계의 도미노 현상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울산 내 대기오염 물질 연간 배출량이 80톤 이상인 사업장은 SK에너지를 포함해 20개에 이르는데 이들이 SK에너지를 따라서 LNG 대신 고황유를 사용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증가량은 연간 83만7천 톤에 이르게 된다. 3대 에너지다소비업체인 SK에너지, S-오일l, SKC만을 고려해도 78만8천 톤이나 되는 양이다.

 

이는 정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치(2005년 대비 4% 감축)를 고려했을 때 산업계에서 매년 줄여야 하는 감축량을 오히려 14~15% 가량 더 늘려 놓는 양이다. 한편, 이들 3대 다소비 업체가 현재 쓰고 있는 저황유를 청정연료인 LNG로 전환했을 때에는 연간 산업계가 감축해야 하는 양의 27.4%나 감축할 수 있는 결과가 된다. 특히, SK에너지가 청정연료로 연료를 전환했을 때 감축할 수 있는 80만 톤의 이산화탄소는 2006년 2월에 정부와 MOU 체결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감축하겠다는 이산화탄소 양과 일치한다.

 

SK에너지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이 더 나오는 고황유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탈황시설을 설치할 것이므로 배출되는 이산화황의 양을 저황유를 사용할 때보다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저황유를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황 농도는 100ppm을 상회하며 고황유를 사용했을 때 탈황시설을 거친 배출가스는 60ppm을 전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에 SK에너지가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는 2008년까지의 이산화황 배출농도는 3년 평균 51.7ppm 이다.

 

 

또한, 2007년에 사용한 저황유 93만TOE를 고려했을 때 연료비용은 6천억원 가량으로 2008년 기준 전체 매출액 약 45조8천억의 1.3%에 불과해서 경제성을 이유로 청정연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초라한 변명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SK에너지가 단기적인 경제성 분석에 사로잡혀 기후변화시대에 역행하는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비전을 가지고 산업계에서 탄소감축의 모범을 보이면서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의향은 없는지 아래와 같이 공개질의하고 22일까지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석탄-고황유로 연료를 전환하려는 SK에게 드리는 '환경운동연합'의 공개 질의서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2020년에 2005년 대비 4%의 감축을 목표로 정한 바가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점점 증가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점점 증가할 것이 명확합니다. 또한 전체의 배출량 가운데 산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적으로 약 50%가 넘을 정도(특히 울산은 76%)로 높지만 아직 명확한 감축방식은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귀사는 현재까지 연료로 쓰고 있는 LNG와 저황유 대신에 고황유를 사용케 해달라는 요구를 2년째 줄기차게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석탄마저도 규제하지만 않는다면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고황유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의 이득에 대한 귀사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난 24년간의 '사전예방정책'에서 '사후관리'로 바뀌는 데서 오는 우려들과 한정되어 있으면서도 일방적인 자료로 인한 객관성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해당 도시인 울산에서는 논란이 2년째 진행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귀사는 울산에서 에너지소비 1위이고 전국에서는 2위인 거대 기업입니다. 귀사의 연료전환으로 인한 환경적영향이나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은 그만큼 막대하다 할 것입니다. 이에 그 영향을 서로 인지하고 객관적 실체에 접근하면서 환경적인 책임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개 질의를 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사항을 질의하오니 성의껏 답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귀사는 2001년도 울산시에서 '저황유 의무사용'으로 정책을 전환하려할 때에도 '기업부담 가중'을 이유로 반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귀사는 울산시의 정책에 따라 저황유 연료를 사용하여 왔는데, 어느 정도 기업에 부담이 되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 귀사의 07년 현재 저황유 연료사용량은 약 90만TOE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를 귀사의 시세대로(640원/리터) 계산하면 약 6,000억 내외가 됩니 다. 그리고 귀사의 2008년 매출액(약 45조8천억)에 비하면 1.3%밖에 되지 않으며 LNG와 저황유, 고황유의 가격 차이가 몇십 원을 차이에 두고 변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사용이 과연 어느 정도나 부담이 되는지 해명해주시기 바랍니다.

 

3) 귀사는 2008년 연료관련 논의가 뜨거워짐에 따라 울산시에서 조직한 '연료정책 검토 협의회'와 '연료정책 검토 실무협의회'에서 '석탄'의 사용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SK의 공식입장은 석탄으로의 전환입니까, 고황유로의 전환입니까? 아니면 둘 다인가요? 귀사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4) 귀사는 확정되지 않은 고황유의 사용에 대비하여 이미 08년도에 배연탈황시설과 폐수처리장을 NOx 저감시설(SCR)과 함께 약 1,700억을 들여 신설한 바가 있습니다. 어떤 계획으로 이런 시설을 했는지 밝혀주시기 바  랍니다.

 

5) 귀사의 '저황유->고황유전환'요구의 대표적인 근거는 무엇입니까?

 

6) 귀사의 그간 연료전환의 주된 근거는 '고황유를 써도 방지시설을 거치면 저황유보다 아황산가스 배출농도가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지시설을 거친 고황유의 이황산가스의 배출농도는 몇몇 기업들의 주장으로는 60ppm 내외입니다.

하지만 저황유를 사용하는 귀사의 '지속가능보고서'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아황산가스 배출농도는 3년 평균  51.7ppm으로 방지시설을 한 고황유보다 더 배출이 적습니다. 이에 대해  해명해주시기 바랍니다.   

 

7) 귀사의 요구 및 근거를 석유정제 및 화학 동종업체인 GS칼텍스 여수공장과 비교해보면 같은 업종이라고 믿기 힘든 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현재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연료로서 저황유와 일부 부생가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황산가스의 배출농도는 평균 50ppm 내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귀사의 '지속가능보고서'의 아황산가스의 배출농도와 유사한 것으로 귀사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저황유 연료의 아황산가스 배출농도가 더 높다는 것과 명백히 배치됩니다. 또한, GS칼텍스는 향후에도 연료를 고황유나 석탄으로 전환할 계획은 아직 없으며 LNG에 대한 시설이 끝나 향후 연료를 전부 LNG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8) 귀사를 포함한 몇몇의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사용하는 중유(고황유와 저황유 모두)가 울산시의 전체 SOx배출량에 대한 기여는 18%가 되지 않습니다. 연료사용보다는 오히려 석유화학제품의 생산공정에서 유기용제 등으로 인하여 45%이상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전체 배출량의 18%도 안되는 배출량의 변화를 위해서 지난 24년간이나 지속되어왔던 '연료정책'  을 통째로 무력화하는 현 사태가 과연 올바른 정책의 발전인지  귀사의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9) 귀사의 '연료전환요구'가 엄격한 배출기준이라는 조건을 명분으로 하여 관철되면, 방지시설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시설비와 운영비로 돈 많은 소수 기업들만이 가능하게 됩니다. 결국은 몇 기업에 대해서는 '특혜'다 싶을 정도로 값이 싼 연료로 제조원가를 낮추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반면, 그 외의 기업들은 비싼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에서 불평등한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서 불균등한 산업구조가 고착화될 것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는 무엇인지 밝혀주십시오.

 

10) 위 문항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불균등한 구조가 쌓여가면서 불평등한 제조 조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려면 시설지원 등의 형태로 국가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데 이는 국민의 세금부담을 높이면서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는 무엇인지 밝혀주십시오.  

 

11) 귀사는 울산의 공장안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까?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요?

 

12) 귀사는 국가와 '자발적 에너지 감축(VA)' 협정을 맺어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07년 울산의 106개사가 약 44만TOE를 저감하여 이산화탄소량으로는 약 1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였습니다. 이러한 감축량은 귀사와 S-OIL 및 SKC 세 기업정도만 현재 사용 중인 저황유를 LNG로 전환하여도 달성할 수 있는 감축량입니다. 다른 두 기업은 제쳐두고라도 우선 귀사부터 여기에 동참할 의향은 없습니까? 

 

13) 울산의 이산화탄소배출은 산업계가 76%를 차지하고 있는데, 연료연소에서 49%, 생산 공정에서 27%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생산공정에서의 감축이 어려운 만큼 결국은 연료연소에서의 감축여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귀사는 울산에서 에너지 소비 1위 기업입니다. 그만큼 귀사의 연료를 청정연료나 재생에너지로 바꿀수록 감축량이 높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연료관련 논의를 계기로 SK가 산업계에서 탄소감축의 모범을 보이면서 미래를 선도하는 맏형 노릇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4) 귀사는 이산화탄소 관련하여 5년간 8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자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양이면 별도의 노력 없이 현재 귀사가 저황유로 사용하고 있는 연료를 LNG로 전환하기만 하여도 매년 감축하게 되는 양입니다. 즉 5년씩이나 멀리 갈 것도 없이 1년이면 달성할 수가 있고 5년간이면 오히려 총 400만 톤을 감축할 수 있는 양입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15) 국가의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량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실현 방식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특정기업이 자발적이고 선도적으로 나선다면 감축방법은 자연스럽게 가닥 잡힐 것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가 커서 탄소의 감축여지가 큰 기업부터 탄소감축에 먼저 나서지 않으면 결국은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며 SK에너지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6) 귀사의 최태원 회장께서는 2010년의 경영방침에 관해 "기존사고의 틀을 깨는 '파부침주'의 자세로 임할 것"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  했듯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LNG나 재생에너지로의 연료전환이야말로 기존의 경제성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파부침주'의 자세가 적용될 대상입니다.

 

또한, "미래성장 해법을 국내에서만 찾는 것은 한계"라고 설파했는데, 그 좋은 예가 덴마크의 풍력발전회사인 '베스타스'사입니다. 베스타스사는 석유가 지천으로 돈이 되던 때부터 풍력 기술 개발에 매달린 결과, 전 세계 풍력발전 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의 풍력발전을 주도하여 매년 4,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있습니다.

 

SK가 '베스타스'사의 발상전환에서 미래성장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보입니다. 청정연료로의 전환과 적극적인 재생가능에너지 개발로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이에 대한 귀사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태그:#SK에너지, #환경운동연합, #연료전환, #저탄소, #석탄-고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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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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