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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에 네이버 카페 '국자인'(국제교류, 자원봉사, 인턴쉽)을 통해 터키와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를 4주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국자인 매니저이신 이미애님과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신 장석봉 선생님이 기획했다.
 
선생님은 따라만 다니는 주체적이지 못한 여행이 아닌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야 하는 배낭여행, 그리고 직접 생생한 역사 현장에서 보고 느끼며 살아있는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역사탐방 여행을 기획하셨는데 카페에서는 이를 '무이비엔의 착한 여행'이라고 부른다. 무이비엔은 장석봉 선생님의 별명이다.
 
이번 '착한 여행'의 주 대상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학생들이었다. 그것은 고등학교까지 우리 교육이 학생의 선택권이 도외시되고 각자의 특기나 적성과 능력이 아닌 교과 성적에 의한 일렬종대의 줄세움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이제 대학에 가서는 각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외롭고 힘든 길을 가야만 하는데 여행을 통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훈련을 시키자는 배려가 녹아있는 것이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국자인 카페의 모토와도 딱 맞는 여행이었다. 이번 착한여행은 국자인 카페의 한 섹션을 담당했다. 여행중 매일 매일 인터넷을 통하여 우리의 여행 일정과 사진을 카페에 올렸으며, 카페의 회원분들의 뜨거운 응원과 함께 하는 사랑의 여행이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카페 회원분들의 응원 메세지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에너지원이었다.
 

전혀 가보지 않은 길, 전혀 새로운 길을 간다는 점에서 인생과 여행은 많이 닮아 있다. 헤로도투스의 이집트 여행,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체 게바라의 남미 여행이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자신의 길을 찾기도 했다. 모든 것이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매 순간이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곳에서 하루 하루의 긴 시간을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상의 모든 것들, 예컨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찾아가는 일이 그 곳에서는 낯선 일이 된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다 달라서 그때 그때 어린 아이처럼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질 즈음이면 다시 어디론가 짐을 꾸려 떠나야 하고 거기에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한 꼭지의 여행 안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세계관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는 일, 자연과 문화, 역사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이다.

 

가이드북을 실제 만들어보다

 

이번에 다녀온 착한 여행의 진행 방법은 기존 다른 여행 방식과는 많은 점에서 차별화 되어있었다. 12명으로 이루어진 착한여행은 회계, 기록, 자료정리, 번역, 사진 촬영, 비디오 촬영, 인터넷 관리 등의 역할 분담을 하여 원활한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했으며, 날마다 리더를 바꾸며 그날 하루의 여행 일정과 이동과정, 비용 등을 계획하고 책임지도록 했다.
 
그리고 좀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한 가지 큰 뜻을 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각 나라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가이드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항상 생각하며 배울 수 있는 여행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현재 시중에 있는 여러 가이드북은 오래된 자료가 대부분이라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역사적인 설명이 너무나 미흡하여 책을 보고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으며 길안내나 각종 정보 등 많은 점에서 허술했다. 가격이 인상된 부분도 많았으며, 새로운 교통편으로 바뀐 것도 허다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지의 역사적 사실과 유적지가 지니고 있는 여러 의미들까지 상세한 조사와 설명, 이동 동선과 교통편, 요금과 경과시간 등을 모두 기록하였다. 역사책에 설명된 여러 내용들을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맞춰보면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며 하루 하루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돌덩어리 하나하나에 우리가 나름의 의미를 붙여 나갈 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

 

12명의 대인원이 같은 길을 가지만 각기 다른 12개의 길을 가고자 했다. 길을 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지만 누군가가 알려준 길로만 가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 누가 이미 지나간 길을 의미없이 따라가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가치와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길을 잃었고 서성거려야 했으며 무거운 짐을 길에 놓고 마냥 찾아다녀야 했다.

 

인적없는 살벌한 국경에서 낙담했으며 이름 모를 해변의 해먹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여행, 우리들만의 역사는 하루 하루, 한 땀 한 땀 새롭게 만들어져 갈 수 있었다. 앞서 길을 간 사람에게 길을 묻고 참고와 각성의 자료로 삼되 따라 가지는 않는 것, 이것은 낯선 길을 가는 여행자의 원칙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 왔을 때 내 스스로 커져있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해 주는 대로 했으며 부모님이 사소한 것도 해주길 바랐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나약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내 힘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생각과 가치관 또한 커져 있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 기준에서의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뚜렷해졌으며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과 설계로 뚜렷해진 인생목표 덕분에 많은 것을 하고자 하는 의욕 또한 생겨났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나의 주장을 펴는 것 또한 두렵지 않았으며,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누구에게나 요청 할 수 있는 대담함까지 생겼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기획하며, 찾아가는 여행을 하니 이젠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혼자서 살아남을 자신감이 생겼다. 심지어 야채를 전혀 먹지 못하던 짧았던 입도 모두 고쳐져 생활력과 생존능력 또한 길러진 것 같다. 착한여행을 통하여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고 나를 알게 되었다.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12명대원과의 소통, 그리고 외국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의 사람들, 그들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마음을 나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대학생이 되는 여러 학생들이 있다면 국자인의 "착한여행"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착한 여행이라는 방법으로 성인이 되기 전에 인생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훗날 이 사회를 짊어질 나를 위해서라도 좋은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행을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나와 같이 정해진 길만을 바라보며 달리고, 대학만을 위해 인생에 대해 돌아볼 시간의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 막 성인이 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이 그러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인생에 있어서 여행을 작은 전환점으로 삼아 인생에 좀 더 신중해 지는 계기를 가지고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참고 :국자인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thensga


태그:#무이비엔, #국자인, #착한여행,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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