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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일하면서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것이 나의 임무가 되었다. 지난해 국회 예산 처리를 막지 못했지만, 국토와 생태를 보존하는 것은 언제나 시급한 일이고 이미 진행되고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1월 28일(목)부터 30일(토)까지 2박 3일 낙동강 답사를 다녀왔다.

 

이번 현장 답사에는 <강은 흘러야 한다>의 저자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 그 책을 출판한 이희선 미들하우스 출판사 대표, 명호 생태지평 사무처장, 박용훈 사진작가가 함께 했다. 답사 현장에서 많은 전문가와 지역 환경 운동가,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을 만나고 현장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또렷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내 뇌의 지식 수용량을 초과하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되었는데 우선 그 일단을 정리해보았다. 다시 시간대별, 지역별로 기록을 정리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내가 얻은 몇 가지 결론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답사 일정을 짜고 전문가와 지역 운동가들을 소개해주는 등 모든 일정을 이끌어준 김상화 선생은 36년간 1370여 차례 낙동강을 답사하며 낙동강을 지켜온 분이다. 선생께 감사하며 글을 시작한다.  

 

(* '돌관자(突貫者)'는 '돌파'와 '관철'을 신념으로 사람을 일컫는다. '돌관(突貫)정신'은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목표점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돌진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전단계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전단계라는 주장은 독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운하는 경제성도 없고 환경을 파괴하며 나아가 환경재앙을 가져올 미친 사업이라는 것이 대부분 국민의 생각이다. 그래서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국민의 생각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작 MB 자신은 확실하게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국민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 "내 임기 안에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일을 하지 않겠다", "운하는 내 임기에는 시간상 어렵고 다음 정부에서 판단할 것이다"라고 했을 뿐이다.

 

이번 2박 3일의 낙동강 답사에서 얻은 첫 번째 소득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전단계 사업이라는 근거다.

 

그 근거를 정리해 보면, 우선 낙동강 하구둑에서 안동댐까지 334.2km 구간에 걸쳐 4.4억㎥를 준설해 평균 수심을 7.4m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5000톤 급 바지선의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높이)가 4.5m라는 것을 생각하면 왜 정부 여당이 4대강 사업 중에서 수심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우리가 돌아본 강정보, 함안보, 달성보 공사 관계자 중에서 '준설을 1m 정도, 평균 수심을 3m 정도만 해도 정부에서 목표로 하는 수량 확보가 되면서 환경에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데 왜 평균 수심 7.4m를 고집하는가'에 대해 설명해준 이는 한 명도 없다.

 

둘째, 낙동강 여덟 개의 보에 가동보라는 것이 있어 가둬놓은 물을 흘려 내보내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 가동보 수문의 넓이가 무려 45m나 된다. 통상 수문의 넓이가 20여m인 것에 대해 건설비용을 더 들이면서까지 45m 넓이의 보를 두세 개 설치하는 것 또한 배가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에 의하면 낙동강 전 구간에 평균 116m 길이의 가동보가 설치된다고 한다. 그리고 보에는 차가 다니는 다리를 같이 만들게 되는데 교각과 가동보가 겹치지 않게 설계했다는 것이다. 교각이 가동보에 걸쳐 있으면 배가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대운하는 상주에서 문경 조령을 관통해 한강과 연결하는 계획이다. 때문에 상주에서 안동까지는 대운하 계획 밖에 있는 구간이 된다. 실제 상주에서 안동까지는 다른 구간과 다르게 평균 유지 수심이 3m다.

 

넷째, 류승원 박사(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에 의하면 2009년 5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보완) 자료 안에 '뱃길잇기를 위한 수심확보'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1월 27일 오후 6시 대구방송(TBC)의 4대강 사업 토론회에서 그 문서를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그 문서는 류 박사와 함께 생태보존 운동을 하는 멤버에게 전문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잘못)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 문서야말로 4대강 사업의 내부 목적은 뱃길 확보이며 가뭄·홍수 예방은 홍보를 위한 대국민 사기임을 증명한다. 이 문건은 2008년 5월 24일 김이태 건설기술연구원이 "4대강 정비 실체는 대운하 계획"이라고 양심선언한 것에 대한 증거물인 셈이다.

 

다섯 째 공사 관계자들은 운하를 하려면 갑문이 필요하고 다리의 높이를 올려야 하는데 이번 사업 계획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했지만, '운하를 만들 때 2차 공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번 답사 중에 합류했던 류승원 박사,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김좌관 교수 이 세분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전단계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은 불안하다

 

 

며칠 전 달성보 현장에서 오니층이 발견되었다. 조사 결과 비소 수치가 기준 초과로 나왔다. 현재 국내에는 퇴적물 오염에 대한 기준이 없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퇴적물 관리기준(SQG)에 의하면 비소 수치는 8.2㎎/㎏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온 8.488㎎/㎏이면 기준이 초과된 것으로 준설을 중지해야 한다. 강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기준을 받아들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달성보에 이어 함안보와 양산에서도 오염토가 발견되었다. 함안보의 경우 2월 10일에 오염 분석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 오니에서 나온 중금속 성분이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면 1991년 대구 페놀 사태를 훨씬 능가하는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오염토를 무시하고 진공압축식 흡입장치로 준설을 할 경우, 그 부유물에 의한 강의 오염과 그 준설토로 개토된 농지가 오염될 것이다.

 

함안보의 경우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13.6㎢의 주변 농경지가 침수된다고 한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재현 인제대 교수와 주변 농민을 함안보에서 만났다. 수자원 공사는 처음엔 근거없는 이야기로 배척하다가 최근에는 수위를 7.5m에서 5m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었는지 스스로 인정한 사례다.

 

박재현 교수는 수위가 3m로 낮아지지 않으면 주변 농지가 침수된다고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수위를 고집하는 이유는 역시 뱃길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침수 가능성과 오니층의 발견으로 인해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은 불안하다. 이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졸속으로 끝낸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광범위하게 다시 해서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내쫓기다

 

강정보를 둘러볼 때 김후범 대구·경북지역 골재원 노조위원장이 찾아왔다. 김 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그동안 지자체의 수익사업으로 골재를 채취해왔던 노동자들이 4대강 사업 이후 대기업이 준설을 맡으면서 다 쫓겨났다고 한다. 준설 공사는 기계가 하는 일이라 사람이 많이 필요한 사업도 아니지만 그나마 기존에 준설에 종사해왔던 지방 노동자들은 서울 대기업에 의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일자리 창출을 한다면서 일자리 내쫓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관계자를 불러 지방 노동자를 많이 고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40%의 지방 시설을 이용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함안보에서 보니 지방 노동자 대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사례가 더 있다. 부산에서 부산농민회 소속 농민 10여 명을 만나 간담회를 하게 되었다. 이 분들은 4대강 사업으로 2~3대에 걸쳐 지어온 농토에서 곧 쫓겨날 상황에 있었다. 낙동강 삼각주 끝 삼락 둔치, 맥도둔치가 있다. 여기서 300여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고 농사일을 돕는 농업 노동자의 수도 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2002~2003 DJ정부 때 낙동강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농지 100만 평 중 50만 평을 내놓았다. 이후 2005년엔 부산시와 합의하여 당대에는 영농을 보장하고 사망 후 정부가 환수하는 조건으로 다시 50%를 시에서 환수하고 대체 부지로 50만 평을 내주었다. 시에서는 친환경농지를 준다고 했으나, 염분으로 하얗게 덮이고 공해물질이 쌓인 땅이었다. 그래도 그 땅을 3년간 농사지을 수 있게 개간하여 2009년 한 해 농사를 지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갑자기 내쫓기게 된 것이다.

 

김해근 부산농민회 지회장은 "강가에서 죽으나 나가서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 등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해 보았으나 그들은 모두 침묵할 뿐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영환 기자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민주당 4대강저지특위입니다. 


태그:#김영환, #낙동강, #4대강, #대운하, #달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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