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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의 여유

인천 남부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
 인천 남부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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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를 넘어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2시10분이다. 대항항공이 쓰는 A구역으로 가서 우리를 안내할 인솔자 홍자경 씨를 만난다. 이미 여러 번 통화를 해 목소리는 익지만 얼굴을 보기는 처음이다. 작고 마른 체형이지만 아주 당차 보인다.

암스테르담행 네덜란드 항공(KLM) 비행기가 2시20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인솔자가 미리 티켓팅을 해 놓아 우리는 바로 수하물 부치는 곳으로 간다. 짐을 부치고 나니 1시도 안 되었다. 비행기가 떠나려면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다. 보딩 타임도 2시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밖에서 기다릴 수도 없고, 우리는 바로 보안 검색대를 지나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공항 면세점에서 산 티셔츠
 공항 면세점에서 산 티셔츠
ⓒ 코오롱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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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안에는 면세점이 있어 시간을 보내기는 좋다. 화장품과 액세서리 가게에 들러 아내가 립스틱을 하나 산다. 그리고는 잠시 가죽제품 코너에 들러 가방과 신발을 구경한다.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곳을 나와 우연히 스포츠 레저 용품 코너에 들르게 되었다. 그런데 마음에도 들고 가격도 적당한 티셔츠가 하나 있다. 봄에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 입으면 좋을 것 같아 하나 샀다.

그리고 나서도 이곳저곳 면세점을 기웃거린다. 시계도 보고, 술도 보고, 식료품도 보고, 책도 보고. 모두들 당장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라서 눈요기만 한다. 여러 군데 공항을 다녀 보았지만 인천공항 면세점만큼 다양한 물건을 구비해 놓은 곳도 없는 것 같다. 윈도우 쇼핑을 끝내고 우리는 110번 게이트를 찾아간다. 게이트 앞에는 우리 회원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다. 곧 이어 탑승이 시작되고, 우리 신문인 <중앙 선데이>와 영자신문인 <Financial Times>를 하나 들고 들어간다.

베이징과 몽골을 넘어

눈 덮인 몽골의 산악지대
 눈 덮인 몽골의 산악지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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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정확히 2시20분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내방송에 따르면 12시간을 비행해 저녁 6시20분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한단다. 항로는 먼저 베이징으로 간 후 그곳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노선을 택한다고 한다. 그럼 베이징에서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거쳐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지난 다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게 된다. 네덜란드 항공의 항로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한참동안 바다를 지나간다. 서해 바다다. 이번 여행은 계속해서 서쪽 방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낮이다. 그래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주 잘 보인다. 바다를 건너 중국 땅에 이르니 도시의 모습이 나타난다. 구획된 땅 위에 공장 건물과 창고가 보이는 것을 보니 톈진 땅인 것 같다.

이어 비행기는 내륙으로 들어가고 흰 눈이 덮인 산이 나타난다. 알타이 산맥 북쪽의 몽골고원을 지나는 것 같다. 지금은 겨울이라 고원에 온통 눈 밖에 보이질 않는다. 여름이면 저곳이 푸른 초원으로 변할 텐데 말이다. 몽골의 대초원에서 출발한 알타이족이 동으로 이동하여 한반도에 이르렀고, 서로 이동하여 터키의 아나톨리아 지방에 이르렀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알타이 가설이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은 동쪽 끝 알타이족이 사는 한반도에서 서쪽 끝 알타이족이 사는 아나돌루로의 여행이 된다.   

시베리아를 지나고 우랄 산맥을 넘어 유럽으로

눈 덮인 시베리아의 평야지대
 눈 덮인 시베리아의 평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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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한두 시간쯤 지나자 이제는 눈 덮인 평야지대가 나타난다. 시베리아 평원에 들어선 것이다. 이곳도 역시 기온이 낮아 눈이 덮였지만 중간에 넓고 긴 강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강은 북쪽 북극해를 향하고 있다. 그것은 북쪽으로 가면서 폭이 넓어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도상에서 보니 예니세이강과 오브강으로 보인다. 이들 강은 우랄산맥 동쪽에 있는 두 개의 큰 강이다. 이들을 지나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우랄산맥이 나타난다. 우랄산맥은 아랄해의 북쪽에서 북극해까지 남북으로 이어지는 큰 산맥이다. 이 산맥을 넘으면 유럽이 된다.

몇년 전에 여행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몇년 전에 여행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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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들어서서는 다시 또 평야지대가 이어진다. 우랄산맥 서쪽에 있는 러시아 도시 중 가장 큰 것은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이다. 그런데 비행기는 좀 더 북쪽에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지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혁명으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CCCP)이 생기기 전까지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다. 표트르 대제가 세운 성스러운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식 표현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킬을 거쳐 암스테르담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지나는 가 싶더니 바로 바다가 나온다. 발트해로 알려진 동해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 바다를 발트해라 부르고, 유럽 사람들은 동해라 부른다. 그것은 바다가 유럽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1600년대 킬의 모습
 1600년대 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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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얼마 후 동해를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선다. 항로에 표시된 지점을 보니 독일의 킬이다. 한때 동해의 무역에 참여했던 한자동맹의 도시다. 지금은 서쪽에 있는 무역항 함부르크와 달리 군항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인구 23만7천명의 항구도시로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주의 주도이다.

킬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것 같다. 이제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 어두워진다. 지금은 겨울이라 위도 50도가 넘는 이곳 북유럽 지역은 해가 일찍 진다. 암스테르담에 가까워지자 다시 방송이 나온다. 시계를 현지시간으로 맞춰 달라는. 암스테르담과 한국은 8시간의 시차가 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하루를 32시간으로 사는 셈이 된다.    

비행 중 만난 석양
 비행 중 만난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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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폴 공항을 떠나 베니젤로스 공항으로

스키폴 공항에 도착하니 6시30분쯤 되었다. 나는 잠시 암스테르담 지도가 있는 책을 사려고 서점을 찾는다. 그런데 서점이 작아 내가 원하는 지도나 책을 살 수가 없다. 아내는 빨리 트랜짓(Transit)하는 곳으로 가자고 재촉을 한다. 스키폴 공항을 소개하는 팜플렛만 하나 들고 나는 트랜짓 지점으로 간다. 우리 짐은 항공사에서 알아서 아테네로 보내 주기 때문에 손가방만 들고 수속을 밟으면 된다.

스키폴 공항에서 아테네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회원들
 스키폴 공항에서 아테네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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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속이 의외로 까다롭다. 여권 체크만이 아니라 짐과 몸에 대한 보안검색도 이루어진다. 우리가 EU국가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EU국가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아 보안검색이 철저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검색을 끝내고 그리스의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D59게이트로 간다. 스키폴 공항은 B에서 H게이트까지 있다. 우리는 E게이트에서 내려 D게이트로 이동, 아테네 베니젤로스 공항으로 갈 것이다.

7시15분부터 비행기 탑승이 시작된다. 비행기에 타고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리스 사람으로 보인다. 옛날에 유럽에 유학한 적이 있어 유럽 사람들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둥근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검은 머리 등이 그리스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들은 유럽의 동남부에 있어서 그런지 동양적인 모습을 조금은 지니고 있다.

플라자 호텔 테라스 밖으로 보이는 아티카 해변
 플라자 호텔 테라스 밖으로 보이는 아티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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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시간을 비행한 후 비행기는 아테네 동쪽에 있는 베니젤로스 공항에 도착한다. 벌써 밤 12시가 조금 넘었다. 공항을 나가니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우리를 안내할 김순자 가이드도 나와 있다. 이곳에서 차를 20분쯤 달려 우리는 아테네 남쪽 아티카 해변에 있는 볼리아그메니 (Vouliagmeni) 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푼다. 볼리아그메니는 그리스어로 '함몰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비교적 부유한 아테네 사람들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부촌이라고 한다. 또 호텔에서 바로 바다가 내다보인다고 하는데 밤이라 확인할 수가 없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바다를 보기로 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간다. 시설이 좋아서인지 잠이 잘 올 것 같다.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여행기의 대강을 정리하려고 컴퓨터를 켜니 무선 인터넷이 된다. 무사히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했음을 메일과 카페를 통해 알린다. 이곳에서 내일 관광할 아크로폴리스까지는 버스로 2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된다. 기대가 크다.   


태그:#인천공항, #울란바토르와 몽골, #시베리아와 우랄산맥,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아테네 베니젤로스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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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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