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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다보면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비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는 구절이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 글귀는 꼬막의 맛을 표현한 것이다. 겨울이 시작할 무렵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제철인 꼬막은 전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TV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꼬막을 수확한 덕에 그 인기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강진만의 꼬막 농사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여름철에 태풍이 불지 않아 남강댐 방류가 없었고 친환경농업으로 제초제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도 줄었다. 군에서 진행한 바다정화사업도 한 몫했고, 올해 종자도 워낙 좋았다. 너무나 좋은 환경이 마련됐고, 그덕에 강진만은 '물반 꼬막반'인 황금어장으로 변했다.

 

어촌계를 춤추게 한다는 꼬막, 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지난 26일 꼬막 수확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심천리 어촌계를 따라나섰다.

 

보통 강진만에서 꼬막을 수확하는 시기는 3월 즈음. 하지만 올해는 종패의 발육이 좋고, 단가도 높아 11월부터 수확을 하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지만 그 어느 때보다 꼬막 질이 좋고 수량도 많다.

 

강진만 위에 떠있는 바지선에서 꼬막작업이 시작됐다. 강진만에 있는 꼬막은 흔히 TV에서 보던 뻘에서 뻘배를 타고 인력으로 수확하는 '참꼬막'이 아닌 '새꼬막'이다. 새꼬막은 항상 물에 잠겨 있는 깊이 3~5m 뻘에서 자라고 참꼬막은 물이 들고나는 지점에서 자란다.

 

바지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도 잠시, 세척의 어선이 쉬지않고 꼬막을 수확해 바지선으로 가져온다. 어선의 그물 속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꼬막이 한가득이다.

 

 

바닥에 널린 꼬막에 잠시 넋이 빠져 있는데 어느샌가 다른 배가 바지선에 꼬막을 쏟아놓는다. 바다 속에서 꼬막을 수확한다기보단 어디 한켠에 쌓아놓은 꼬막을 그냥 가져오는 수준이다. 동원된 세척의 배는 끊임없이 꼬막을 '가져'오기 바쁘다.

 

엄청난 꼬막에 감탄사를 연발하니 어디선가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세배는 더 많이 잡혔어, 그때는 취재도 안오더니 뒤늦게 와서 그러냐"고 핀잔이 날아온다.

 

"그때 왔으면 꼬막 때문에 발디딜 틈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로 적게 잡히는 날을 골라서 온 거예요"라고 말도 안되는 응대를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적게 잡혔다고는 하지만 오늘 내 발에 비명횡사한 꼬막이 열마리쯤 되는 듯하다.

 

꼬막 작업은 쉬는시간이 없다. 가져온 꼬막의 분류가 끝날라치면 또다시 꼬막이 배달되기 때문이다. 간간히 눈치를 보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전부랄까. 고된 일의 연속이지만 어느 누구도 힘든 기색 하나 안 보인다.

 

어민들에게 꼬막은 효자다. 수북이 쌓인 꼬막을 바라보는 눈길에 애정이 가득하다.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수확한 꼬막으로 아들딸들을 키웠고, 지금 이만큼까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한 사랑스러운 존재다.

 

김봉근 어촌계장은 "모든 조건이 너무나 좋아 평소에 몇 배나 되는 꼬막이 올라온다"며 "아직 모든 수확이 마무리 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종패 가격 대비 10배 가량의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요즘 하루 꼬막 수확량은 250~300망사. 망사당 21kg 기준이니 하루에 수확하는 양이 6톤이다. 그것도 요즘은 꼬막 수확을 정리하는 것이라 양이 적은 편이란다. 수확 첫 주에는 700망사가 넘는 엄청난 양이 잡혔다니. 이는 비단 심천리 뿐만이 아니다. 이어리는 12배, 선소는 8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강진만에서 세꼬막을 양식하는 곳은 모두 풍작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을 즈음, 꼬막 수확이 마무리됐다. 생각보다 금세 목표치를 다 채우곤 뒤늦은 식사준비에 한창이다. 꼬막 작업은 바다 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식사준비도 바지선에서 한다. 꼬막을 수확하는 짬짬이 밥을 하고 반찬을 준비하는 것이다. 고된 일을 마무리 한 뒤 하는 바다 위에서의 식사, 먹어보지 않은 사람을 그 맛을 알지 못할 것이다.

 

김봉근 어촌계장은 "어촌계장을 맡은 것이 이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꼬막농사를 성공적으로 지어 꼼짝없이 계속해서 어촌계장을 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가 한마음이 돼 자연을 잘 보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자연도 살 수 있고, 더불어 사람도 행복한 이곳이 바로 진정한 보물섬, 남해가 아니겠는가"하고 웃음을 지었다.


태그:#남해, #강진만, #심천리,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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