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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관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아바타>는 3D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흑백2D다. 천연색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문드문 있는 흑백은 아름답지만 계속 흑백2D라면 전혀 아름답지 않다. '구태의연하다', '낡았다'라는 대중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노당은 보다 겸손하고 세련되어야 한다."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토론회가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됐다. 시간을 못 지키는 정당이 신뢰를 줄 수 있나 생각했다. 제도화가 덜 된 정당이라는 인상을 대중들에게 심어주면 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 조성대 한신대학교 교수

 

오는 30일 창당 10주년을 맞이하는 민주노동당이 26일 집중 난타를 당했다.

 

창당 초심을 잊고 원내 진출로 생긴 기득권 사수에 매몰됐다는 비판에서부터 민노당이 중년 남성층의 권위주의적 분위기를 타는 구태의연한 이미지라는 지적까지 모두 뼈 아픈 이야기였다.

 

'민주노동당 10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당 부설연구소 '새세상연구소'의 조영건 이사장은 "민주노동당이 환자이긴 환자인 것 같다"며 "청진기를 갖다 대니 12가지가 넘는 진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민노당 10년의 가장 커다란 오류는 집단탈당과 분당... 노회찬 돌아오라"

 

민노당 10년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지난 2008년 2월의 집단 탈당 사건이었다. 2004년 총선을 통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등 오르막길을 오르던 민노당이 제도정당 진입 후 적응치 못하고 분열로 치달았다는 반성이었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통해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성공을 맛본 민노당이 초심을 잃고 개인출세주의와 분파주의가 당 분위기를 압도하기 시작했다"며 "아젠다 형성에도, 구체적 민생 문제 해결도 제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4년 총선으로 스타의원들은 탄생했으나 당 지지율은 계속 내리막길로 치달았다"며 "의원들을 지도하지 못하는 최고위원들은 '최하위원'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등 과거 혼연일체가 돼 행동했던 당의 기풍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특히 "민주노동당 10년의 가장 커다란 오류이자 패배는 2008년 2월 3일의 집단 탈당과 분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총선이 입증하고 있듯, 2007년 대선에서 민중들이 민주노동당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며 "보수로 돌아선 민심이라는 불리한 객관적 조건, 민주노동당의 무능력과 분열상에 경고를 보낸 것이지 혹자의 '또 권영길이라 패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통합에 시간이 걸린다, 지방선거 전에 선언이라도 내놓자는 것은 우리끼리 적대적인 경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진보대통합 선언에 부정적인 진보신당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최 소장은 "노회찬 대표는 지난 2008년 12월 23일 원음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당 안팎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패권주의를 또 하나 만드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이제 노 대표는 그때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석한 인사들도 대다수 최 소장의 문제인식에 공감을 표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10명의 의원들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당 지도부의 이해관계가 달라졌다"며 "그 이후 공직 및 당직을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지면서 창당 당시 지도부의 결의와 책임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객관화시켜 말하자면 당직을 차지하기 위한 당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지인은 결국 정파가 되는 것"이라며 "정파 간 경쟁이 노골화되고 한 쪽 정파만 이기니 나머지 정파가 분당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파 갈등으로 모든 문제를 치환해... 진보정당의 정치적 비전 제시부터 해야"

 

장원섭 전 민노당 중앙위원도 "당직과 공직을 겸임하지 못하게 한 결정은 당시 당 상황에 비춰볼 때 과도한 것이었다"며 "결국 10명의 의원이 당선된 이후 원내와 원외가 서로 행동이 맞아들어가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그러나 그는 "1명만 당선돼도 무언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10명을 국회로 보내놓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이런 근본적인 잘못을 자꾸 정파 문제로 치환해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즉 민노당이 침체기에 빠져든 이유는 정파간 갈등만이 아니라 그간 활동에 대한 내부 평가가 부족했고 그를 위한 역량 집중이 없었단 설명이었다.

 

김민웅 교수 역시 "당장 세종시 문제만 보더라도 민노당은 수정안이냐, 원안이냐 선택의 문제만 삼고 있지 도시에 대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노당이 단순한 문제제기 집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가경영 전체에 대한 안목과 기획이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요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데 야구에 비유하자면 민노당은 번트만 계속 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민노당은 변화된 상황에 맞게 정책대안을 선제적으로 치고 가지 못하고 기존의 성과물을 지키는 데 급급했고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언어'가 아닌 '죽은 언어'로 말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에게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일이 시급하단 주문이었다.

 

조성대 교수는 그 해법으로 "진보개혁정부의 연립정부를 지속적으로 건설해나가는 학습을 하라"며 "민노당이 10년 이후 수권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 6.2 지방선거 때부터 연정을 학습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외부의 시선으로 민노당을 다시 바라보라"며 "비판보다는 포기·무관심이 더 무섭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민노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노당은 오는 27일에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10년과 한국 민중의 삶, 그리고 과제', '진보정치세력의 통합 방안' 등에 대한 학술토론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민주노동당, #창당 10주년, #진보신당,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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