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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아빠 생일을 기다렸습니다. 이유는 아빠 생일상을 엄마와 함께 차리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생일은 남편이 내가 차려줍니다. 결혼 생활을 13년 동안 지난 2007년 한 해만 빼고 다 차렸습니다. 아이들 생일상도 아빠가 차립니다. 생일을 맞을 때마다 서로가 함께 생일상을 차리는 즐거움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이들이 아빠 생일선물까지 했습니다. 둘째 아이와 막둥이는 양말을 선물했습니다. 일주일에 용돈을 2000원을 주는데 그것을 한 푼 두 푼 모았는데 가격을 보니 2500원입니다.

 

"아빠, 생일 선물이에요."
"생일 선물! 막둥이가 아빠한테 생일 선물을 했다고?"
"누나하고 나하고 양말을 준비했어요."

"양말이라. 그래 아빠가 양말이 없었는데 누나하고, 막둥이가 아빠 양말이 없다는 것을 알았네. 고맙다."

"그런데 형은 안 했어요. 형은 1600원 밖에 없었어요."
"막둥이하고, 누나는 2500원이 있었는데 형은 900원이 모자랐구나. 형은 다음에 하면 된다."

"아빠. 편지도 썼어요."

"편지? 막둥이가 아빠 생일이라고 편지를 다 썼어?"

 

아빠

아빠는 생각이 많으시다.

아빠는 목사님이시다.

아빠는 참 대단하시다.

책도 많이 읽으시고, 글도 자주 쓴다.

아빠의 능력을 
 

편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막둥이에게 잘 해주는 것도 하나도 없는데 아빠를 사랑한다고 '하트'를 다섯 개나 그렸습니다. 아빠의 능력을 사랑한다고, 아빠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 믿어주는 막둥이 글에 감동했습니다.

 

"막둥아, 아빠가 대단해?"
"아빠가 나를 사랑해주니까 대단하죠."
"아빠가 막둥이를 위해 해주는 것도 없는데?"
"아니에요. 형과 누나와 나를 얼마나 사랑해주는 몰라요. 엄마도 사랑하잖아요."

 

딸 아이가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합니다. 올해 5학년이 되는데 벌써 아빠 건강 걱정을 합니다. 마음이 얼마나 깊은 아이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맏이는 생일선물도 하지 않고 편지도 없습니다. 물으니 자기는 나중에 생일상을 차려 드리겠다고 합니다.

 

낮에는 막둥이가 병원에 가야 합니다. 막둥이가 7살 때 눈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치료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합나다. 오늘 따라 사람이 많아 3시간이 걸렸습니다. 병원에서 3시간을 허비해 생일상 차리는 것이 걱정입니다. 치료를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생일상 차리기에 나섰습니다.

 

"아빠, 누나와 나는 구절판 해드릴게요."
"너희들이 구절판을 만든다고? 너희들이 구절판을 알아?"

"쇠고기, 달걀 지단, 오이, 당근, 버섯으로 만들면 되잖아요."

"그것은 구절판이 아니다. 그냥 쇠고기 냉채라는거다. 구절판 만들기는 얼마나 어려운데. 구절판에는 쇠고기, 달걀, 오이, 당근, 표고버섯, 해삼, 호박 따위가 들어간다."

"우리는 해삼은 없어도 맛살을 넣으면 되잖아요?"

"그래 구절판이다. 구절판."

 

큰 아이는 댤걀 지단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걀을 풀고 있습니다. 댤걀 노른자로 만든 지단과 흰자로 만든 지단을 만듭니다. 아침에 동생들이 생일선물과 편지를 썼는데 자기는 하지 못했으니 생일상이라도 열심히 차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구절판을 만들고, 달걀 지단을 만들기 위해 달걀을 풀고 있을 때 아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인 닭 강정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만든 닭강정에 비하면 유명한 '00치킨'은 맛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구절판(?)과 아내가 만든 닭강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생일상이 앞에 차려졌습니다.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야, 배가 산이 되어 버렸다."

"엄마, 정말 배가 산이 되어 버렸어요."

"엄마는 만날 '오늘 저녁은 안 먹는다'고 하면서 왜 절제를 못해요?"

"너희들이 아빠를 위해 차린 생일상을 보니 엄마가 어떻게 안 먹을 수 있니?"

"다음 생일이 누구지?"
"형아요." "오빠예요."

"그래, 우리 집 희망둥이 인헌이 생일이지. 그 때까지는 우리 좀 덜 먹어야겠다."

"넉 달이나 남았는데요."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가족 생일을 서로 차려주는 것 재미있고, 가족 사랑을 확인하는 좋은 시간입니다. 남편은 아내 생일을,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생일을 차려주는 것. 작은 가족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사랑은 아주 큰 사랑이 됩니다.


태그:#생일, #구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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