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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서 열린 '지리산' 세계복합유산 추진 토론회에서 세계거석문화협회 유인학 총재가 지리산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인학 총재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서 열린 '지리산' 세계복합유산 추진 토론회에서 세계거석문화협회 유인학 총재가 지리산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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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우리나라의 첫 세계복합유산으로 만들기 위한 민관 합동작업이 시작됐다.

'하동군(군수 조유행)'과 '세계거석문화협회(총재 유인학)'는 지난 1월 15일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쌍계사(주지 상훈 스님)에서 '지리산 자연경관과 건물군(사찰군) 복합유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토론회'를 민관 합동으로 주최했다.

유인학 총재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지리산은 불교, 도교, 기독교, 민간신앙, 남부군, 빨치산 등 민족과 함께 엄청난 수난과 영광을 함께 해온 명산"이라며 "민족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지리산을 우리나라의 첫 세계복합유산으로 만드는 것은 후손된 도리이자 문화강국으로서 긍지를 드높이는 일"이라고 지리산이 지닌 의미를 강조했다.

상훈 스님은 "쌍계사에서 이렇게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종교를 초월하고 전라도와 경상도의 힘을 한데 모아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감사인사말 겸 포부를 전했다.

나공주 지리산국립공원관리소 소장은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카테고리∥(국립공원)로 지정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지리산은 세계적인 생태보고이다"며 "그러나 1년에 약 300만명 가량의 탐방객이 찾으며 심한 몸살을 앓는 등 환경보호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I에서 VI으로 갈수록 인간의 간섭과 이용이 높아지며 카테고리 I은 a.엄정자연보호지역과 b.야생지보호지역으로 나눠짐.)

지리산을 찾는 발걸음이 년간 약 300만명에 육박한다. 새해 첫날과 같은 때는 심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아래 사진).
▲ 지리산 탐방객수 지리산을 찾는 발걸음이 년간 약 300만명에 육박한다. 새해 첫날과 같은 때는 심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아래 사진).
ⓒ 지리산국립공원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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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꿈꾸는 미래는 '공존'이다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명산을 꼽으라면 백두산과 한라산 그리고 금강산 등을 지리산보다 먼저 내세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리산'을 우리나라의 첫 세계복합유산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다소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2000년 '고창 강화 화순의 고인돌'을 세계문화유산에 올린 실제 주역이었던 유인학 총재의 다음과 같은 분석은 다소 마음이 아프지만 그나마 우리에게 지리산이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진다.

"백두산과 금강산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제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계유산을 주장하는 것은 안 됩니다. 솔직히 중국의 황산을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북한의 경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라는 붉은 글씨를 바위에 새겨 놓질 않나, 그리고 백두산에는 절다운 절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리산은 영호남에 걸쳐 250여개의 사찰이 있는 등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돼 있습니다."

실제 지리산에는 숱한 역사가 담겨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이곳 지리산에서 백성들의 신망을 두텁게 얻기 시작했다. 고려말 황산대첩이라 불린 전투가 그것인데, 북방을 지키던 이성계는 왜구를 격퇴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와 전북 남원 부근에서 적장 아기발도를 신궁으로 물리치며 최영 장군에 필적할만한 위상을 갖추며 향후 조선을 건국할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문학사에 거대한 획을 그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도 지리산이다. <태백산맥>은 제주4.3항쟁에 이어진 여수·순천사건의 실패로 인해 주력부대가 지리산으로 퇴각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리산에서의 '빨치산'은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에도 잘 나온다. 현재 지리산에는 남부군 사령소가 그대로 전해진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숭앙을 받아 온, 민족 신앙이 고스란히 서린 신령스러운 곳이다. 지리산 최고봉인 1915m의 천왕봉에는 1천여 년 전에 성모사란 사당이 세워져 성모석상이 봉안되었으며, 노고단에는 신라 때부터 선도성모를 모시는 남악사가 있었다. 반야봉, 종석대, 영신대, 노고단과 같은 이름들도 신앙을 상징한다.

쌍계사, 화엄사, 실상사 등의 유명 사찰과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 피아골, 뱀사골 등 큰 계곡들이 즐비한 지리산은 세계복합유산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빼어난 자연환경'과 '훌륭하고 다양한 역사건축물'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리산은 다양한 동식물과 멸종위기종 등이 분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소측에 의하면 현재 반달곰은 6마리가 있는데 개체수를 늘려줘 스스로 번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한다.
▲ 생태보고 지리산 지리산은 다양한 동식물과 멸종위기종 등이 분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소측에 의하면 현재 반달곰은 6마리가 있는데 개체수를 늘려줘 스스로 번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한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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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의 화합과 정부부처의 단결 필요한 대업"

그러나 세계복합유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크나 큰 장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는 바로 지리산만이 가진, 너무 넓은 분포 면적에 따른 대가이다. 유 총재의 설명이다.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먼저 전라남·북도, 경상남도 등 3개도와 경남의 하동·함양·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등 1시·4개군 총 8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먼저 구해야 합니다. 그 뿐인가. 환경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문화관광부 등 4개 부처의 협조도 얻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영호남의 화합과 정부부처의 단결이 필요한 대업입니다."

유 총재는 오는 3월경 '지리산 세계복합유산 추진위원회'를 정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추진위 이름으로 지리산 노고단에서 제례를 올린 다음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에서 한판 난장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후 추진위는 2011년 2월 1일 이전에 유네스코 잠정목록 공식 신청을 시작으로 2012년 세계복합유산 등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3개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세계복합유산을 추진하려면 자치단체들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 지리산지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3개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세계복합유산을 추진하려면 자치단체들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 지리산국립공원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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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이란?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148개국에 분포한 890건(문화유산 689건, 자연유산 176건, 복합유산 25건 등 2010년 1월 현재)이다.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장경판전(1995), 종묘(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2000), 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조선왕릉(2009) 등 8건이 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은 세계자연유산.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인류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으로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일람표에 등록한 문화재를 말한다. 1972년부터 선정하였으며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문화유산은 역사, 예술, 과학분야에서 고고학적으로 세계적 가치를 지닌 비명(碑銘), 동굴, 건축물, 조각, 그림 등과 같은 유적, 건축술과 관련 역사, 과학, 예술적 관점에서 세계적 가치를 지닌 독립적 건축물, 인간과 자연의 공동 노력으로 생겨나 역사적, 심미적, 민족학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장소 등이 속한다.

자연유산은 무기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이거나 그러한 생성물의 일군으로 이루어진 미적 또는 과학적 관점에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 과학적 보존의 관점에서 가치를 지닌 지질학적, 지문학(地文學) 생성물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과학, 보존 또는 자연미의 관점에서 가치를 지닌 지점이나 구체적으로 지어진 자연지역을 말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이다.

중국은 총 38건의 세계유산 중 '태산(泰山)' '황산(黃山)' '아미산(峨眉山)과 낙산대불(樂山大佛)' '무이산(武夷山)' 등 4건의 복합유산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14건의 세계유산 중 복합유산은 없다.

세계유산은 이탈리아가 44건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영국 28건, 인도 27건 등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다.


태그:#지리산, #세계유산, #세계복합유산, #유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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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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