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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곳

 

전용면적 23~39㎡의 소형 영구임대아파트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재산이나 소득의 문제 때문에 별도의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주거약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 입주자의 대부분이 병약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이다.

 

최근 강타한 폭설과 강추위로 어디를 가나 춥겠지만 영구임대아파트는 서러움까지 겹쳐 더 춥다. 춥고 힘들 때 도움이 더 필요한 곳이 이런 영구임대아파트지만 오히려 도움의 손길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끊어졌다는 것이 아니다. 이 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공기업이 나서서 최소한의 기본적 조치들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는 강추위 속에서도 제한 난방을 해서 문제가 됐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입주자들이 관리비 걱정도 않고 '부분별하게' 난방을 해대고, 그래서 늘어난 난방비를 감당 못하고 체납시킬까 걱정이 돼서 취한 조치라고 한다. 자기 판단에 의해 난방을 조절할 자유를 박탈당했다. 내 돈 내고 난방도 내 맘대로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또 있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주택관리공단이 최근 경비원의 수를 대폭 줄여버린 것이다. 각 동마다 있던 경비원을 없애고 단지 내에 경비초소를 하나 만들어서 이 곳에만 경비원을 배치한 것이다. 이것 역시 명분은 관리비 절감이다. 전국 모든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시행될 참이다.

 

큰 문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최일선 경비절감의 이유를 들어 도우미들을 없애 버린 것이다. 영구임대아파트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다. 구급차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드나들 때도 있다. 승강기 안에서 응급환자가 생겨서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연초에 큰 눈이 왔지만 경비원이 없어 신속한 조치가 안 된 곳도 있었다. 쓰레기 하나 버리는 데도 도움이 필요하고 외부 방문자가 많아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틈이 없는 곳이 임대아파트의 현주소다.

 

저소득계층을 위해 관리비를 줄여준다며 한 일이다. 8명의 경비원을 4명으로 줄여서 관리비를 얼마나 줄였는가? 가구당 월 8950원이던 경비비용을 4400원으로 줄였다. 저소득 가구에게는 월 4550원도 큰 것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남은 경비원도 아예 다 없애버리면 관리비가 더 줄지 않겠는가? 난방을 줄였듯이 보안등을 꺼서 전기료도 줄여주고 수돗물도 제한급수를 하는 것은 왜 검토하지 않는가? 민영화하고 합병하여 경영 효율을 높인다더니 주민들을 위험에 방치하고 자기부담 하나 없이 생색내는 것이 효율인가? 

 

영구임대아파트의 경비원은 최일선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노인들을 경비원이라고 앉혀두고서는 하는 일 없다고 감축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 경비원으로 바꿔야 한다. 눈 치우기나 쓰레기 분리수거도 척척해 내고, 집을 비운 사이에 배달된 택배도 맡아줘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공문서가 오면 대신 읽어도 주고, 응급상황이 생기면 제일 먼저 조치를 부탁할 수 있는 경비원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예 사회복지사 자격이 있는 사람을 경비원으로 채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관리비! 서민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이 정부의 슬로건인데 설마 그 정도 지원을 못하겠는가? 서민이란 단어가 저소득층은 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병국, #생활정치연구소, #부천시, #영구임대아파트,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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