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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를 기치로 세종시의 첫 삽을 떳지만 결말이 행복할지는 미지수이다.
▲ 세종시 홈페이지 '행복도시'를 기치로 세종시의 첫 삽을 떳지만 결말이 행복할지는 미지수이다.
ⓒ 행복도시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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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논지

오늘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안이 공식 발표된 가운데, 우리 사회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힘의 대결로 치닫는데 집중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충청권 주민이기에 앞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종시 건설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지인은 가열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 논란의 중심은 "서울 땅 부자와 세종시 토지 소유자간의 이권 다툼이 아니냐?" "그 곳에 행정도시가 들어서거나 혁신도시가 들어서거나 내 집 한 칸 겨우 가진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기는 마찬가지.."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세종시 성격 논쟁이 본질에서 크게 일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이 사안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보자면 정부·여당이 수정 당위론을 역설하면 야당이 반대하고, 청와대와 친이(親李) 직계가 강행을 시사하면 친박(親朴)이 반대하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이 표를 무기로 세종시 건설 무산을 주장하면 충청권 자치단체장이 '탈당'이니 '정권심판'이니 하며 중앙 정부를 상대로 으름장을 놓는 일이 마치 세종시 논란의 전부가 되어버린 지경이니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이다.

세종시 논의의 출발점 - 수도권 집중 완화

2009년 국토해양부의 통계에 따르자면 서울·인천·경기 지역 면적은 1만1745㎢로 국토의 11.8%(서울. 0.6%)를 차지한다. 반면 수도권 인구는 2442만명(서울 1천4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9.5%에 달하며 국토의 0.6%에 불과한 서울시에 전체 인구의 20.9%가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나 일자리 등의 수도권 집중도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금융부분에 있어서 10억 이상 금융거래는 예금과 대출 모두 수도권 잠식율이 70%에 근접하며 이중 서울 5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의 심각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수도권에 대한 기형적 집중현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처음 발표하던 1980년 당시 수도권인구 1330만명으로 전체의 35.5%를 차지하던 것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이며, 지방자치제가 출범하던 1990년 수도권인구 1860만으로 전체의 42.8%에 이른 것보다도 심각한 수치였던 것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하게 된 것은 충청권의 허허 벌판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여 충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민심환기용 정책이 아니라,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이 독점하고 있는 경제. 문화. 정치. 행정. 교육 등 여러 기능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이전이 가능한 행정 및 정치 기능 일부를 분산시킴으로서 수도권의 집중도를 완화시키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현 부지로 결정된 것은 이곳이 지리. 교통. 동서 균형발전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가장 후보지로서 적합한 입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 논리의 문제점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행정 중심 복합 도시의 비효율성, 국정 혼란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는 정부 분할의 위험성, 통일 이후의 중복 투자에 대한 우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한편 기업과 유력 대학 캠퍼스 등을 유치함으로서 세종시를 교육 및 경제 특화 도시로 건설하겠다며 연일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오류를 발견할 수 있으리만큼 허점투성이 이다.

9부 2처 2청의 중앙부처 이전하는 것만으로 세종시가 자족도시로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축소된 규모로 이전하게 된 것은 행정수도 이전의 위헌심판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9부 2처 2청 이전의 비효율성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도시 건설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원안 +알파)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원안 축소 내지 도시 성격 변질'로 해결할 문제점이 아니란 것'이다.

정부 부처 일부 이전이 "'정부 분할'로서 국정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선정적이며 무책임하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가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 부처 이전' '정부 권력 분할로 호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명백한 논리적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안보와 관련한 부처가 이전에서 제외되었으며 경제와 외교 통상 분야의 이전도 제외된 상태에서 도대체 어떤 상황이 '정부 분할로 인한 위기 상황 초래'에 해당한다는 말인가?

통일 이후 새로운 수도 건설로 인한 중복투자 우려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 가까운 억지논리다. 남북 관계가 훈풍을 타던 민주당 집권 시절에도 우리 사회는 20년 내에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그나마도 한나라당 집권 이후 조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더 희박해졌다. 겨우 빗장을 열은 남북 관계에 다시 족쇄를 채운 정권이 유독 세종시 건설 부분에 있어서만 '통일 이후에 대비하여..'라며 딴지를 놓는 것은 실로 언어도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삼성, LG 등 재벌 기업에 원가에서도 한참 밑지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부지를 공급하겠다거나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의 캠퍼스를 유치하여 자족기능을 살리겠다는 주장에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부지를 기업이나 대학에게는 평당 3~40 만원에 공급한다면 주민이 거주할 택지는 얼마에 공급해야 형평에 어긋나지 않을 것인가? 또 다른 지방 혁신 도시의 반발과 형평성 시비는 어떻게 무마시킬 것인가? 그리고 재벌 기업에 특혜를 줌으로서 발생한 막대한 손실은 모두 국민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판이니, 이런 착상이야 말로 반 시장주의라고 연일 비난하던 공산주의적 사고보다 더 전근대적이라 할 수 있다.

제기되는 의문점들

총리직 제의가 있기 전까지 대중에게 비쳐진 정운찬의 모습은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긴장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총리 후보로 천거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세종시에 대한 수정 견해를 일성으로 밝힌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한 정총리보다 앞서 하마평에 올랐다가 탈당 소동을 벌이고 정운찬씨에게 바통을 넘긴 심대평 의원 역시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고 있다는 공교로움은 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충청도 출신 총리 기용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청부 총리 기용'이라는 주장에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또 있다. 대전을 위시한 충청권에는 총리실 주관으로 연기 주민을 회유하기 위한 주민의 해외 순방을 추진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 정권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마땅할 국가의 백년대계를 권모술수와 밀실 야합으로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종시, #정운찬, #행정중심복합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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