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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을 목공예가로 살아 온 김운악씨는 도자기처럼 사람들이 목공예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작품에 몰두해도 작업과정이 힘든지라 고생은 만날 고생이라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반평생을 목공예가로 살아 온 김운악씨는 도자기처럼 사람들이 목공예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작품에 몰두해도 작업과정이 힘든지라 고생은 만날 고생이라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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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숙성이 되어야 제맛이 나듯이 나무도 숙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바람 맞고 땡볕도 쐬고, 태풍과 장마가 몇 번 지나야 쓸 만해집니다. 숙성이 오래될수록 나무결과 색이 더 선명하고 아름다워집니다. 사람 인생도 비슷합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 속이 푹 익은 사람은 이해심도 높고 겸손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숙성 경험이 적으니까 기분대로 사는 것 같아요."

30년 이상 목공예가의 길을 걸으며 살아온 김운악씨(62)는 좋은 작품의 출발이 나무의 숙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숙성을 시키지 않고 금방 자른 생나무로 작품을 만들면 나무가 몸부림치고 뒤틀려 변형되어 버린다고 말한다.

"숙성을 시키면 나무는 썩어 들어가요. 근데 이것을 감수해야 됩니다. 가에서는 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면적을 넓게 할려고 숙성을 안 시키고 껍질만 벗겨서 작품을 억지로 만들어 놓으면 나무결도 아름답지 않고 건조 과정에서 금이 가고 뒤틀려 버립니다. 나중에 수분이 빠지면 부피도 줄어들고 곰팡이도 핍니다. 날것으로는 소품 하나도 못 만듭니다."

목공예는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나무 숙성 기간이 5~6년, 톱과 끌로 만들고 다듬고 사포로 표면처리하고, 천연칠 하는 데도 길게는 6개월이나 걸리기도 한다. 위 작품은 98년 경상남도 공예품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목공예는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나무 숙성 기간이 5~6년, 톱과 끌로 만들고 다듬고 사포로 표면처리하고, 천연칠 하는 데도 길게는 6개월이나 걸리기도 한다. 위 작품은 98년 경상남도 공예품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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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악씨는 김해에서 태어나 목재소 톱기술자로 활동했다. 30대 초반에 목재소에서 나무를 켜다가 나무옹이의 다양한 무늬에 반해 본격적으로 목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취미도 되고 돈도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목공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서 그런지 작품을 만들어 놓아도 팔리지 않았어요. 돈은 안 돌고, 먹고는 살아야 되고, 고생을 어마어마하게 했어요."

그는 1991년 고향인 김해를 떠나 경남 창녕군 계성면 옥천으로 이사했다. 옥천 인근에 목공예 재료로 쓸 나무들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주말인 10일날 오후에 공방인 '옥천괴목'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은 작년 봄과 여름, 가을에 공방을 방문하면서 미리 찍어둔 것이다.

수입산보다 국산목이 재질이 더 부드럽고, 강도가 좋고 목리문도 뛰어나고 아름답다.
 수입산보다 국산목이 재질이 더 부드럽고, 강도가 좋고 목리문도 뛰어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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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악씨는 목공예를 하면서도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했다. 작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럴수록 내적 갈등은 심해져갔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른 길로 갈까 고민도 많이 했다. 설상가상, 가격이 저렴한 수입목과 작품들이 들어오고, 국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재료 구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다.

"하도 힘들어 아들에게 '니는 목공예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근데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괴로움을 참아가면서 작품을 만드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았어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진짜 신들린 듯 일했어요."

먼지투성이의 작업장에서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이 만들어진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연꽃이 진흙밭에서 자라듯이 목공예도 연꽃과 같은 운명인가 보다.
 먼지투성이의 작업장에서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이 만들어진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연꽃이 진흙밭에서 자라듯이 목공예도 연꽃과 같은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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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그렇게 먹어도 힘든 것은 역시 힘든 법이다. 언제나 작업장은 먼지 투성이다. 도자기, 한지공예, 서각 등은 양반이다. 도끼질, 망치질 할 때도 많고, 탁자는 끌로 모양을 잡는다. 면을 깔끔하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포로 몇 번이나 밀고 닦는다. 뿌리나 가지를 자르는 것은 전기톱으로 하지만 모양새는 직접 손으로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 

"팔을 심하게 쓰니까 나중에는 오십견이 오데요. 엔진톱, 전기톱 들고 재단하고, 끌질을 하면 나중에는 손이 떨려서 숟가락 들고 밥을 못 먹어요. 오른 팔이 안 되면 왼손을 사용해서 일을 했어요. 돈은 안 되고 일은 힘들고. 앙드레 김보다 열배 백배 힘든데, 이것은 인정을 못 받아요. 그러니까 목공예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자연에서 흙과 나무는 공생한다. 그래서 흙과 나무는 잘 어울린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와 나무로 만든 목공예품은 한자리에 앉으면 서로 궁합이 맞다.
 자연에서 흙과 나무는 공생한다. 그래서 흙과 나무는 잘 어울린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와 나무로 만든 목공예품은 한자리에 앉으면 서로 궁합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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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국산목 대부분이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어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 건설을 한다든지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주택을 헐고 새집을 짓는 경우에 어쩌다가 한 개씩 좋은 나무가 나온다. 하지만 수입목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제가 수입목 결을 닦아보니 상당히 느낌이 거칠어요. 톱밥도 가시처럼 찌르는 느낌이 많고. 근데 국산목인 회화나무나 느티나무는 너무 부드러워요. 톱밥가루도 그렇고. 나무 강도도 좋고, 목리문이 굉장히 뛰어나요."

국산목은 살구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벚꽃나무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괴화나무(괴목) 느티나무(규목)를 주로 사용한다. 영남 일대는 느티나무가 많이 난다.

"느티나무는 한국 감성에 맞는 붉은 황토색깔을 갖고 있어요. 수입목은 그런 색깔이 없어요. 느티나무는 재질이 좋고 결이 아름답습니다. 괴화나무는 백괴목, 흑괴목, 청괴목 세가지인데, 색상이 흰색 흑색 푸른색깔이 나와요. 칠은 무색이라 칠에 따라서 나무색깔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따라서 붉게도 검게도 나오는 것입니다."

김운악씨는 어렵고 힘들적에 마음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작업에 몰두했다. 그래서 '옥천괴목'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김운악씨는 어렵고 힘들적에 마음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작업에 몰두했다. 그래서 '옥천괴목'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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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베는 철이 있다.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진 후 나무를 베야 좋다.

"같은 나무라도 봄에 벤 경우와 겨울에 작업을 한 경우 색감이나 강도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나무가 수분을 올릴 때 베면 나무도 무르고 목리문도 별로 좋지 않고 금도 많이 갑니다. 느티나무를 봄에 베면 황토색이 안나고 은행나무처럼 색깔이 하얗습니다. 작품으로 쓰지 못합니다. 나무는 물 오를 때 베면 안되고 물 내릴 때 베야 됩니다."

작품이 만들어지면 나무결을 살리기 위해 나무표면이 천의 면처럼 부드럽게 될때까지 사포로 밀고 닦는 일을 수차례 반복한다.
 작품이 만들어지면 나무결을 살리기 위해 나무표면이 천의 면처럼 부드럽게 될때까지 사포로 밀고 닦는 일을 수차례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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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시기에 베어 낸 나무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면 천연칠을 하기 전에 표면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나무결을 살리기 위해 표면이 천의 면처럼 부드러워질 때까지 사포로 밀고 닦는다.


"사포로 미는 횟수가 많을수록 광택도 잘 나고 목리문도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작은 것은 2~3일, 나무에 굴곡이 많거나 큰작품은 한달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칠을 한다. 좋은 옷, 좋은 피부를 갖는 것이 중요하듯 칠은 작품에 피부를 만들고 옷을 입히는 중요한 작업이다. 

"칠은 나무를 보호합니다. 칠을 안 하면 때를 타는데, 고춧가루가 묻으면 고춧가루 얼룩이 지고, 녹차물을 담으면 녹차색깔이 나무에 스며듭니다. 그러나 표면에 칠을 하면 방수가 되고, 때나 얼룩이 배지 않고, 결무늬도 더 아름다워집니다."

칠은 화공칠, 천연칠이 있다. 화공칠은 가격이 싸고, 건조 시간도 빠르고, 작업 공정이 편하지만 나무의 기공, 숨구멍을 막고 인체에도 좋지 않다. 천연칠은 칠하고 말리는 작업 기간이 3~ 6개월 정도로 더디고 일거리도 많지만 뒤끝이 아름답다.

"화공칠은 숨을 못 쉬도록 나무에 비닐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오래되면 나무가 삭아 버립니다. 그러나 천연칠은 피부에 손상이 없고 나무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느낌도 부드럽고, 손때가 묻을수록, 오래 쓸수록 더 좋아집니다. 천연칠은 수명이 나무와 함께 갑니다." 

반평생을 목공예에 쏟고 있는 김운악씨의 요즘 심경이다.

"그냥 비우려고 애씁니다. 먹고 사는 것, 돈에 대한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합니다. 작품을 만드는 데 만족하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공예를 하지 못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고생은 만날 고생이에요."

나무에 좋은 옷을 입히기 위해 천연칠을 한다. 칠은 방수역할도 하고, 때나 얼룩이 나무에 배지 않게 하고, 결무늬도 더 아름답도록 만들어준다.
 나무에 좋은 옷을 입히기 위해 천연칠을 한다. 칠은 방수역할도 하고, 때나 얼룩이 나무에 배지 않게 하고, 결무늬도 더 아름답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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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흙, 바람, 물과 함께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감이 더 가고, 따뜻하고 푸근하다는 생각이 촉각보다 앞선다.
 나무는 흙, 바람, 물과 함께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감이 더 가고, 따뜻하고 푸근하다는 생각이 촉각보다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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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에도 기사를 게재합니다.



태그:#김운악, #옥천괴목, #목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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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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