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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인 삼한사온은 물론 겨울이 점점 사라진다는 지구 온난화 현상도 무색하게 하는 등 기억에 남을 만한 계절이 될 것 같습니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뒤로 날씨는 낮에도 영하 5도가 기본이라, 내린 눈이 도로와 지붕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도시도 이러할진대 한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낮기온이 영하 3도로 비교적 포근(?) 하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둔치길을 달리는 모험을 감행하였습니다.

한강의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눈세상입니다.
 한강의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눈세상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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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가의 눈을 헤치며 달린 애마도 눈으로 분칠을 했네요.
 한강가의 눈을 헤치며 달린 애마도 눈으로 분칠을 했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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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내린 눈으로 질척하고 미끄러운 도시를 살금살금 달려 마침내 한강에 도착하니 역시 도시와는 다른 눈세상이네요. 날씨가 날씨인지라 한강에 놀러온 사람들도 거의 없고 저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한참을 달려가야 반갑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강가 산책길과 자전거길에는 눈이 치워져 있더군요. 저도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해봐서 길 위 눈을 치운 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한강가에서 스키를 타는 재미있는 가족이 다 있네요.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한강가에서 스키를 타는 재미있는 가족이 다 있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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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스키 초보 아들의 강사가 되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는 사진사도 해줍니다.
 어머니는 스키 초보 아들의 강사가 되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는 사진사도 해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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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눈이 덜한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주변 눈세상을 구경하며 달리다보니 입가에 웃음이 나는 재미있는 가족을 만났습니다. 인터넷에 폭설이 내린 도시에서 스키를 타는 '용자(용감한 사람)'가 출현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한 가족이 한강 둔치길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이 참 단란하고 정겹네요. 원래 눈이 올수록 좋아하는 아이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아이들에게 추억과 재미를 안겨주기위해 한짐을 지고 나왔을 부모님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한강 기슭은 그야말로 영화속에 나오는 시베리아 벌판습니다.
 한강 기슭은 그야말로 영화속에 나오는 시베리아 벌판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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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얼어버리니 한강의 명물 유람선도 그만 휴업중이네요.
 한강이 얼어버리니 한강의 명물 유람선도 그만 휴업중이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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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에서 잠시 벗어나 산길같이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집고 걸어서 강가로 다가가 봅니다. 덕분에 신발과 양말이 다 젖어 버렸는데 이상하게도 발이 시렵지가 않네요. 아마도 이태껏 서울에 살면서 처음 보는 한강의 눈세상을 마주해서 그런가 봅니다.

얼음이 깨질까봐 두려워서 강기슭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강변은 하얀 눈으로 덮히고 얼음으로 꽁꽁 얼어 붙어 있어서 마치 영화 속 한장면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한강을 조용히 지나다니는 유람선이 주말인데도 휴업중이네요.

겨울 철새 청둥오리들이 한강의 얼음을 녹이려는듯 강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겨울 철새 청둥오리들이 한강의 얼음을 녹이려는듯 강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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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길에 눈이 또 오네요. 잠깐 내리는 눈에도 또 폭설이 올까봐 가슴이 철렁합니다.
 귀가길에 눈이 또 오네요. 잠깐 내리는 눈에도 또 폭설이 올까봐 가슴이 철렁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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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큰 유람선도 못다니는 춥고 얼어붙은 한강을 유유히 노닐고 있는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겨울철새 청둥오리들입니다. 한낱 작은 날짐승이지만 이 추운 겨울에도 저 차가운 강물에 맨발을 담그고 돌아다니는 오리들이 귀엽기도 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신비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미처 자전거길의 눈을 다 치우치 못한 한강둔치까지 달리다가 돌아옵니다. 갑자기 토닥토닥 하는 미세한 소리가 나기에 무슨 소리일까 신경을 집중하니 진눈깨비같은 작은 눈들이 내리며 제 옷에 부딪치는 소리네요.

숨을 크게 쉬려고 입을 좀 벌리니 들숨과 동시에 내리는 눈도 먹게 됩니다. 텁텁한 입안이 박하사탕을 먹은듯 싸하고 시원해지네요. 잠깐 내리는 눈이었지만 또 폭설인줄 알고 페달아 나 살려라 눈길을 달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폭설이니 눈폭탄이니 하는 말은 도시에서나 쓰는 단어지 한강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인 것 같네요. 한강은 오히려 눈 덕분에 더욱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고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자전거까지 들쳐 메고 눈속을 헤집고 다니는 청년들이 멋있습니다.
 자전거까지 들쳐 메고 눈속을 헤집고 다니는 청년들이 멋있습니다.
ⓒ 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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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강, #겨울,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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