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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9시간 32분의 대장정이었다.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선주(56·조태원)의 말과는 달리 아침부터 눈발이 흩날린다. 6일 새벽 4시40분 여수를 출발할 때만 해도 날씨는 청명했다. 보성 근처에 다다르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새벽이라 도로는 얼지 않아 차량운행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남창 기사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해남의 어란 포구로 향했다. 들녘은 하얀 설원이다. 아침 8시10분 고즈넉한 포구에 당도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포구는 쓸쓸하기만 하다. 포구에는 김양식장에 일 나가려는 사람들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있다.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는데 인수한 배를 살펴보니 그래도 챙길 게 제법 있었다.

 

선구점에 들려 필요한 몇 가지 장비를 구입했다. 함께 온 일행들은 출항 준비를 서두른다. 배(제3은성호)는 해남 어란 포구를 출발 여수 가막만의 항도마을까지 항해를 할 예정이다. 이 배는 홍합을 채취하는 데 사용하는 관리선으로 해남 화산의 조선소에서 최근 건조됐다.

 

배를 함께 타고 가면서 다도해에서 만난 보석처럼 점점이 밝힌 아름다운 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배가 지날 때마다 가까이 다가오는 수많은 섬들, 처음에는 그 섬들의 이름을 알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그 이름을 알아낸다는 것이 어쩌면 바보스럽다는 생각에 미치자 그만 두기로 했다. 그래, 하고많은 무인도의 이름을 알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냥 본대로 그 느낌 그대로 간직하자.

 

다도해의 섬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겨울바다에 떠있는 섬들은 순결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남해안에는 총 2300여 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그중 전라남도 해안(1891개)에 80% 이상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에 소개한 섬은 해남과 완도, 고흥, 여수의 바다에서 만난 다양한 섬들이다. 바다에 홀연히 버티고 서있는 섬들은 흩날리는 눈발도, 거친 파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약 1만 년 전부터 그곳에 그렇게 떡 버틴 채 꼼짝 않고 서있었던 것이다. 모진 한파에도 불구하고 다도해에서 만난 섬들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항해, #다도해, #해남 어란, #여수 항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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