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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타래를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 기자말

문제는 삶의 질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내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는 쪽방.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내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는 쪽방.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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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에서는 2010년 '살만한 세상만들기'라는 화두로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역경을 딛고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고 외형적으로는 세계 대 경제대국이라는 성과를 이루었다. 외환위기 이후 위기극복은 가시적인 성과지표로 나타나고 있고 작년의 경제위기 역시 조기 극복을 이야기하면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눈부신 성장을 하는 동안 우리 시대의 화두는 경제였고 성장이었다. 80년대 민주화의 화두가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민주정부 수립 경험은 오히려 부자되기, 성장, 경쟁 심화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정점은 현 정부의 한국사회 경영 화두인 747전략이 아닐까 한다. 경제성장율, 국민소득, 세계 순위라는 양적 지표로 모든 가치를 측정하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사회인 것이다.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행복, 다양한 삶의 가치, 환경 등은 모두 경제성장이 되어야 가능한 하위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전략으로는 우리들의 삶이 개선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구체적 수치는 우리의 삶이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생존과 출산은 인간의 기본적 본능이며 사회적 관계속에서 일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가치이다. 아이낳기 힘든 사회, 세상살기 힘든 사회 1위라는 수치가 747을 달성하면 해결될 것인가? 우리는 계속적으로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과연 그 사회의 삶은 안전하며 살만한 것인가? 단순한 양적 성장이나 민주적 절차의 확립만으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새사연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 사회는 총체적인 불신의 심화와 계층 간 포용성의 감소, 사회적 배제의 심화, 그리고 구조적 역능성의 감소, 이로 인한 무기력의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안정되고 성장률이 올라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경제성장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수준은 여러 불안 요인이 상존하나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삶의 여건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삶의 질 개선은 복지에 돈을 쓰고 분배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만 해결될 수도 없다. 개인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 원리, 가치관, 사회적 관계 등의 근본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가능한 변화이다.

우리 사회의 지향점

우선적으로 우리사회의 지향점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747, 부자아빠 등등은 모두 경제성장과 양적 발전에 기초한 전망이다. 경제성장 위주가 아닌 삶의 가치가 포함된 이 사회의 지향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아이낳기 좋은 세상, 동반 성장 등의 구호를 제시하고 있으나 그 근본에는 747로 대표되는 경제성장의 지향점이 있다. 민노당에서는 몇 해전 대선에서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라는 구호로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를 핵심적인 정책으로 주장하면 많은 지지를 획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구체적 연구를 통한 정책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북유럽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구호에 그치고 있으며 현실적 파급력은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그 이후 서민경제, 복지국가 등의 슬로건들이 나오고는 있으나 국민 대다수가 긍정하는 진보적 아젠다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고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한 전망을 만들고 그를 대표할 수 있는 지향점을 연구해야 한다. 그 단초로 살맛나는 세상(가칭)을 위한 사회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며 그 방향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개선되고 만들어져야 하는 분야가 되어야 한다.

사회분야 지표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핵심적 분야를 선정하기 위해 먼저 사회의 질적 측면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한국사회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사회관련 지표들은 다음과 같다.

GDP/GNP
사회지표(social indicator)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OECD 사회지표
인간개발지수(HDI)
삶의 질(QOL)
참발전지표(GPI)
여성권한척도/남녀평등지수(GEM/GDI)
새천년개발목표(MDG)
사회통합지표(Social Cohension Indicator)
환경발자국(EF)
지구행복지수(HPI)

흔히 사회지표라고 하면 복지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를 뜻한다. 국민총생산(GNP)이 개인소비나 민간설비투자 등 경제활동을 화폐량으로 집계하는 데 비해 사회지표는 GNP 계산에 직접 사용되지 않는 항목, 즉 건강·교육·학습활동, 고용과 근로생활의 질, 여가, 물적 환경, 범죄와 법의 집행, 가족, 커뮤니티, 생활의 질, 계층과 사회이동 등 국민생활과 관계되는 통계로써 복지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표 1] 복지체제 유형화를 위한 주요 지표
 [표 1] 복지체제 유형화를 위한 주요 지표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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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지표들은 다양한 사회의 영역과 생활에 관련된 통계를 활용해서 사회의 질적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장점들을 지니고 있고 이런 지표들을 활용하여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연구들도 상당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개념적이고 학술적인 연구에 치우친 결과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채 자살율, 행복지수, 출산율 등 언론에 보도되는 구체적인 수치만 알려지는 상황이다. 우리사회의 질적 수준을 측정할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지표개발이 필요하다.

(1) 자살율

자살율은 그 사회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주는 수치이다. 작년 수많은 죽음이 있었으나 우리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은 전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사건이었다. '모든 자살은 타살이다'라는 뒤르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자살 증가는 명확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세계 1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노인자살의 증가와 20대 여성의 자살,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는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자살율은 실업률 변화와는 양의 관계에 있어 소득감소, 실업증가 등은 빈곤․파산․부도 등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자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 자살은 사회적 병리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나 자살율이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전혀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 사회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반면 자살율에 대한 연구와 해결노력은 거의 미비한 수준이다. 따라서 구체적 연구와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2) 출산율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출산율이 저하되는 속도는 매우 빠르고 사회경제적 상황에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고령화역시 빠르게 진행되어 한국사회가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 사회 양극화 지수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부동산, 주식시장 호황의 그늘에는 양극화로 인한 삶의 불안전성의 증가와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 2006년 한국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0.03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0.14의 5분의 1에 불과해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제성장률과 눈에 보이는 수치를 중심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분배, 빈곤, 사회적 안전망의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 사회 양극화 지수는 꾸준히 연구되어야 한다.

(4) 고용율/실업율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 모습.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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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고용구조는 큰 충격을 겪었다. 국민경제의 주력 부문인 대기업과 금융 부문 등이 대규모 인력을 방출하면서 시작된 고용 위기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대폭 증가하였다. 이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유연화가 본격화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시켰고 자영업자들은 영세화의 길을 겪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임금과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었고 청년실업과 양극화라는 새로운 노동현안이 등장하고 있다.

(5) 가계 소득지표(사교육비/의료비/주거비/보장성 지출)

우리 사회 경제부문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격차'이다. 금융위기이후 가장 빠른 출구전략을 논의할 정도로 성장률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도 플러스로 전환되고 주가는 50%이상 급등했으며 민간소비조차 마이너스를 벗어나고 있지만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제 지표가 바로 국민들의 가계 소득지표다. 이런 추세가 몇 년 사이의 경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한 근원적 문제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표-8을 보면 소비와 소득 지니계수가 외환위기 이후로 지속적 악화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가 GDP성장이나 주가 상승 등의 외형적 지표위주의 경영을 해오는 동안 체감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이는 다시 경제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지표를 살펴보면 일정한 경향성을 찾을 수 있다. 대체적으로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그 이후에도 큰 개선의 여지 없이 추세적인 악화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우리사회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이고 지속적인 추적과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분야이다.

사회정책, 이런 연구가 필요

(1) 여성고용과 아동보육

여성고용과 보육은 출산율이 낮아지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다. 출산율이 문제 되는 것은 생산인구의 부족이나 부양인구의 증가로 인한 경제적 측면보다 현재 사람들의 삶이 그만큼 각박하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출산과 양육은 인간의 기본적 본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욕구가 사회적으로 억눌리고 있는데 이 사회의 근본적 문제가 있다. 아이낳기 좋은 세상은 살기좋은 세상이고 그런 사회야말로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너무 힘든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고용과 보육이다.

[그림1] 출산율과 여성경제활동참가율(20~39세)
 [그림1] 출산율과 여성경제활동참가율(20~39세)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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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출산파업으로 이야기될만큼 우리 사회 여성의 출산포기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결혼·출산·양육과 일자리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겪는 어려움으로 고학력여성의 경우 출산·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사회적 지위하락은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여성고용은 정부 및 기업에서 주장하는 고용유연화 정책만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경력단절, 비정규직화로 대표되는 안전망없는 고용유연화는 가족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현재도 6-70만원 수준의 일자리로 대표되는 수준 낮은 여성 일자리는 많이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느라고 몇 년 집에 있다보면 6-70만원의 파트잡 정도가 가능한 상황에서 출산포기를 하지 않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고용 정책의 핵심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은 지나치게 저소득계층에만 집중된 잔여적 지원정책 위주라는 것과 큰 그림속에서 연관성을 갖고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실적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 소득수준이 매우 높은 계층을 제외하고는 일자리와 양육 모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나 중산층, 고학력층 여성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전 계층을 포괄하는 정책이 연구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의 고용문제는 정부차원의 지원정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사회-가족-국가 모두의 변화가 공동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이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기업의 동참이고 정부정책은 어떻게 기업의 태도변화를 유도할 것인가를 주되게 연구해야 한다.

여성고용문제와 짝을 이루는 정책은 보육정책이 되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보육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보육정책은 저소득계층에게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에 머물러 있고 보육시설의 질, 일하는 부부의 탁아문제, 보육시간 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맞벌이 부모들은 보육시설 외에도 따로 친척, 육아 도우미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아이를 양육할 수 없어 2배의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나치게 시장화되어있는 보육여건은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영유야 시절부터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고용과 아동보육의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2) 교육비

사진은 지난 2008년 3월18일 서울시의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는 모습. 회원들은 문제가 된 조례안이 철회됐다는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3월18일 서울시의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는 모습. 회원들은 문제가 된 조례안이 철회됐다는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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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녀의 양육부담과 교육비라고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비는 2005년 기준으로 GDP의 7.4% 규모로 OECD평균(5.8%)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또한 그중에서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중도 매우 높아 2009년 현재 전체 교육비(76조 4천억 원)의 56.6%인 43조 2천억 원 규모라고 한다. 2009년 상반기 교육비는 도시 근로자 전체 가계 지출 가운데 11.3퍼센트라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증가폭도 매우 빨라 2008년 소비지출에서 15.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인 프랑스 0.8퍼센트, 독일의 0.8퍼센트는 물론이고 일본의 2.2퍼센트, 미국의 2.6퍼센트에 비해서도 턱없이 높은 수준으로 중 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중산층이라 할지라도 식비를 줄이거나 투잡, 마이나스 통장 등을 이용해야 간신히 아이들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의 증가는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가계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고등교육 지향으로 인한 일자리와의 미스매칭, 청년실업의 문제, 아이들의 심각한 불건강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교육비의 증가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승자독식의 방식으로 치우쳐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그러한 교육비의 증가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며 개인에게도, 사회에게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3) 사회안전망

우리사회의 사회안전망은 빈곤선 아래로 추락한, 기초적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부조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용, 자산수준 등이 지극히 불안정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여부에 따른 소득격차, 교육양극화에 따른 생애전반의 양극화, 사교육비와 주택자금 등으로 여유가 거의 없는 가계경제로 인한 생활수준 추락 가능성 등 현재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기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층은 300-400만원 정도의 수입을 갖고 있는 중산층이라고 한다. 이는 지극히 안정적으로 보이는 중산층마저 사회적 계층 하락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극히 취약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안전망은 빈곤선 아래의 소수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생애를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불안요인-실업, 건강수준저하, 임신 및 출산, 장애, 노화 등에 대한 사회적 대처방식이다. 이러한 불안요인은 개인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우며 한번 기준아래로 떨어지면 개인적인 힘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우리사회는 이런 불안요인에 대해 개인이나 가족수준에서 대처하고 있다. 그 결과 가계는 기본 생활비와 교육비 등을 넘어 노후대비와 부양의무에 대한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4) 보건의료 개혁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한 의사가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아이를 진찰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한 의사가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아이를 진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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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장기적 전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내년역시 의료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가 경제위기로 인한 자금압박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교육과 의료 등 서비스분야의 민영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더구나 의료관련 산업들이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유치하려고 하는 대표적 사업이 되고 있는 조건에서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론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에서 먼저 영리병원 도입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기관의 무한경쟁과 투자경쟁, 그로인한 의료기관의 영리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 명확하다. 즉 의료민영화 법안 통과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리화의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시장논리로 의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는 한편,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지불제도 개선 등 의료영역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 상황은 의료의 영리화 경향으로 인한 문제점이 점차 심각해 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의료민영화 반대만이 아닌 의료의 공공성 확대, 일차의료 강화,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경쟁 규제 등이 핵심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는 몇가지 정책도입이 아닌 한국의료의 체질을 변화시켜야 하는 문제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는 장단점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처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의 보건의료정책과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건의료영역은 상당히 우수한 수준의 정책생산가와 활동가조직, 정책적 참여기회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시장에 대한 장악력은 거의 확보하지 못한 원인을 평가해야 한다. 현재도 좋은 정책과 대안들은 생산되고 있으나 현실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보건의료운동은 보장성, 형평성이 핵심주제였다. 보장성과 형평성은 대정부 운동의 방식으로 전개해 왔고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통합운동, 의약분업 등을 정부와 함께 진행해 왔다. 보장성과 형평성은 일정 수준정도로 달성된 것으로 평가되나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의료비상승으로 인한 경제부담,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재정압박, 지나치게 영리적인 의료체계, 의료에 대한 요구도 증가 등 향후 보건의료의 핵심이슈는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보건의료운동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조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건의료계의 대응은 민영화로 대표되는 영리적 흐름에 대한 반대 외에 장기적 전망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민영화가 구체적 법률로 제기되는 과정에서 진보진영의 법안, 예산안을 대안으로 하자는 논의가 있는 수준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구축해온 의료시스템의 장단점도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는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만을 부각시켜왔다. 분명 가시적, 정책적 성과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하면서 현실의 의료인, 정책 담당자 등과의 괴리가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대한 평가, 현실에 대한 진단,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라는 기본에서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전망을 준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사연 이은경 비상임연구원이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이 작성했습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회 2010년 전망, #사회 화두,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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