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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직도 호흡하고 있는 남은 자들에게 남긴 말로 새기고 새겨야 할 말이다. 권력 정점에 섰던 권력자들 중 '시민'을 향하여 깨어있으라고 촉구한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없었기에 이 말은 아직도 우리 가슴을 울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생각하는 '시민'은 누구일까?

 

노 전 대통령이 사람들 생각을 바꾸고, 우리 사회 공론 수준을 높이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남기기 위해 구상하고, 준비했지만 그만 유작이 된 <진보의 미래>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민이란 자기와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 자기와 정치, 자기와 권력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적어도 자기의 몫을 주장할 줄 알고 자기 몫을 넘어서 내 이웃과 정치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295쪽)

 

시민이란 결국 '나'만을 위해 사는 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꿈꾸는 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바라지 않고 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은 더욱 더 경쟁을 부추기고, 이겨야 산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노무현은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면서 "시민운동, 촛불,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즉,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탓하고 비판하기 전에 '시민'인 바로 당신 자신이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깨어있어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시민이 머물면 역사와 민주주의도 머물고, 후퇴하면 역사와 민주주의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깨어 각성하는 시민이 되면 역사와 민주주의는 진보한다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다. 그럼 노 전 대통령이 바라는 역사의 진보는 무엇인가?

 

"우리는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다만, 그 막강한 돈의 지배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고 이를 지혜롭게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21쪽)

 

깨어있는 시민이 만들어가는 진보란 시민이란 결국 '돈'의 노예가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다르다. 2010년 권력 정점에 있는 분은 강을 파헤치고, 거대한 보를 쌓으면 '잘 살 수 있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돈'만 벌면 좋다고 밀어붙인다. 당연히 돈이 아니라 사람 편에 서라는 그의 외침이 그립고, 그립지만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결코 적지 않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럼 시민은 어떻게 그 진보를 이루어야 하는가. 사람이 돈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노무현은 말한다.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면서 "시민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시민이 주권자로 권리를 찾고, 올바르게 행사 해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이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 자신이 권력 주체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야바위 같은 논리와 선전이 난무한다"고 노무현은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이 돼라고 촉구한다. 학습하고 생각해야 할 시민이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한 번 시민의 생각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시민은 물러서 있다. 민주공화국 시민이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데도 깨어있거나 행동하는 양심으로 서 있지 못하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안타까워하면서 시민에게 공부하라고 촉구하면서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된다'고 부르짖는다.

 

"보수는 강자의 철학, 진보는 약자의 철학이에요. 그런데 왜 약자가 강자의 정책에 표를 던질까? 정치는 왜 강자인 소수의 편을 드는가? 왜 다수 서민에 의해 선출된 정권이 소수 부자의 논리를 수용하는가? 정책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역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결국 시민이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된다."(149쪽)

 

강자가 약자를 위해 해주는 일이 없는데도 약자는 끊임없이 강자에게 표를 주었다. 왜 그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이 생각하지 않고, 깨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시민은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공부하고, 생각하는 시민인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정권'을 바꾸는 것, 물론 맞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럼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가? 바로 "부모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경쟁, 성공할 수 있는 교육, 패자에게도 가혹하지 않는 사회,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다. 그리고 진보주의는 경쟁력과 일자리, 빈부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비전을 내놔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향은 '교육'이다. "우리들 전략은 무엇이냐, 아주 무식한 수준의 질문인데, 결국 사람들한테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메시지는 무엇이냐? 결국 교육이다. 교육의 균등, 그것을 위한 공공적인 투자, 인간에 대한 투자, 교육…사람에게 향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진보는 버스가 비좁아도 '같이 타자'는 것이고, 보수는 '야 비좁다 태우지 말라'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한다. 결국 더불어 사는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진보이다. 진보의 가치는 이처럼 사람을 생각하는 것에 있다.

 

"그럼 이제 진보의 가치는 뭐냐? 연대, 함께 살자. 이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교리하고도 맞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 같이 하느님의 자식들로 평등하게 태어나서 서로를 존중해라,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자유 평등 평화 박애 행복 이게 고스란히 진보의 가치 속에 있는 것이거든요."(213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렇게 진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간명하다. 진보는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에 돈이 아니라 복지, 분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에게 희망을 거는 것이다. 진보가 바로 이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역사의 진보를 밀고 가는 역사의 주체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이상과 목표를 분명하게 품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운영해 갈 수 있는 시민 세력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답은 민주주의밖에 없어요. 지배 수단이라는 것을 놓고 정치와 권력을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시민들이 똑똑히 제 몫을 다하자, 그것 말고 달리 있겠어요?"(309쪽)

 

그러므로 진보는 말이 아니라 이것을 만들어갈 시민은 육성해야 한다. 그러고 이는 어떤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도 나 자신이 시민이 될 준비를 하고, 깨어있을 때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역사가 된다. 시민인 당신은 역사가 될 준비를, 그리고 역사로서 행동을 하고 있는가. 노무현은 지금 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ㅣ 동녘 펴냄 ㅣ 16,000원


진보의 미래 (특별 보급판) -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시민을 위한 대중 교양서

노무현 지음, 동녘(2017)


태그:#노무현, #시민, #진보주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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