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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를 옆에 두고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만큼 학생들이 많아 늘 젊음으로 활기가 넘친다. 대학 도서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특혜 아닌 특혜다.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각종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도 빠르고,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동제라도 열릴 때면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옛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가끔 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풍물소리도 흥겹다. 부근에 먹을거리가 지천인 것도 편하다. 대학 운동장은 또 걷기나 달리기 운동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실제 저녁시간에 운동장에 가서 보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걷고 달리는 것 같다.

 

뿐만 아니다. 대학 캠퍼스는 사철 산책코스로도 으뜸이다. 봄엔 파릇파릇한 신록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여름엔 녹음으로 우거져 더위를 식히기에도 맞춤이다. 가을은 또 울긋불긋 현란한 단풍으로 유혹한다. 겨울은 설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눈이 많이 내렸다. 설경이 볼만한 곳을 찾고 싶은데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다. 길도 위험하고 또 막힐 것 같다.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 대학 캠퍼스다. 집에서 가까운 캠퍼스로의 산책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길 막힘도 없고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다.

 

집을 나서 대학 캠퍼스로 향한다. 집 밖은 온통 하얀 세상이다. 매서운 추위 탓인지 오가는 사람들의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표정만은 밝다. 눈이 산하만 하얗게 덮은 게 아니라 사람들 마음까지도 하얗게 만든 것 같다. 그 얼굴들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캠퍼스도 눈으로 덮였다. 길가 나무의자에도 눈이 수북하게 내려앉았다. 평평한 바위도 푹신하게 보인다. 그 옆을 지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활기차다.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학생의 얼굴도 환하다. 저만치에선 친구들끼리 눈싸움을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설경에 취한 연인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추억을 저장하고 있다.

 

 

 

가족들끼리 나와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제법 근사한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모자까지 씌워놓은 가족이 흐뭇해한다. 눈사람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는다. 그 옆에선 올망졸망한 아이들 눈을 굴리고 있다. 그 얼굴엔 자신들보다도 훨씬 더 큰 눈사람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있다.

 

무료 캠퍼스투어에 함께 한 예슬이도 연신 눈밭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한다. 뛰다가 눈을 뭉쳐 던지고, 뛰고 던지고를 반복한다. 아직은 눈뭉치를 던지는 솜씨가 서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목표물이 맞고 맞지 않고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던지는 것만으로 즐거워한다.

 

한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금세 입이 궁금한 모양이다. 핫도그도 먹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단다. 피자와 통닭도 먹고 싶다고 한다. 하여튼 예슬이의 식욕은 언제나 왕성하다. 학교 밖 포장마차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주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나오는 길에 대학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물에 눈도장이라도 찍어 볼 요량으로 문을 열어 본다. 전시실은 공룡시대로 안내하고 있다. 갖가지 공룡뼈와 공룡알, 공룡발자국 등이 즐비하다. 공룡화석도 부지기수다. 남도지방 특유의 고인돌문화와 옹관묘 그리고 자기문화 등도 엿볼 수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시물이 제법 알차다.

 

핫도그 하나씩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왠지 오진 느낌이 든다. 잠깐 바깥바람을 쐬며 설경을 감상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다. 새로운 활력으로 충전된 것만 같다. 게다가 혼잡한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북적거리는 발걸음에 채이지도 않았다. 여러모로 좋은 캠퍼스 투어다.

 


태그:#설경, #전남대학교, #캠퍼스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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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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