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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이상한 삼형제'로 전락하고 있다. 애초의 기획의도와 달리 매회 자극적인 내용과 뜬금없는 경찰옹호 등 논란거리만 만들어내고 있을 뿐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기획의도를 보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한숨밖에 나올 수가 없다. "아무리 미워도 결국 가슴으로 품어야하는 존재, 가족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은 따뜻한 가족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겠다는 의지이다. 하지만 훈훈한 가족드라마의 외피를 두르고 있을 뿐 따뜻한 가족애는 없다.

 

극단적인 캐릭터, 극단적인 갈등 밖에 없는 이상한 형제

 

우선, 캐릭터에서 평범한 사람이 없다. 사실, 세상사람 하나하나 뜯어보면 누가 평범하겠느냐 마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가장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캐릭터는 전과자(이효춘). 아무리 시어머니라지만 며느리 도우미(김희정)를 식모처럼 취급하며 구박을 일삼는다. 집의 돈을 훔쳐가는 도둑으로 몰거나 시아주버니 밥상까지 따로 대령하라는 등 그야말로 핍박에 가까운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김건강(안내상)을 끼고 돌며 둘째 아들 김현찰(오대규)과 차별한다.

 

사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다. 또 모자란 자식이 더 측은해 보이고, 다른 형제들 사이에서 기가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부모 마음이다. 그런데 전과자의 행동은 도가 지나친다는 점이 문제이다. 오히려 모자란 자식을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감싸기 바쁘다.

 

이뿐이 아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속이고 사기결혼을 한 큰며느리 엄청난(도지원), 식모에 가까운 둘째 며느리 도우미, 이기적이고 우유부단한 큰아들 김건강, 어머니의 차별대우에 부인의 애로사항보다 자신의 억울함이 먼저인 둘째아들 김현찰.

 

이들은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러한 극단적인 캐릭터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존재하니, 가히 볼 만하다. 극단적인 캐릭터가 한데 모이다 보니 갈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뿐더러 갈등의 양상도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가족이어도 저마다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이 다르니,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갈등이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서로가 보듬고 안아주는 것인데, <수상한 삼형제>는 이러한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서로 물고 뜯으면서 어디까지 가나 해보자라는 식의 갈등만이 있어 이들이 과연 사랑하는 가족이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개는 문영남 작가의 주특기이다. 전작에서도 절대 봉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놓고는 급작스럽게 봉합하고 결론을 맺어왔다. 아마도 <수상한 삼형제>에서도 그럴 듯하다. 결국 이를 바라보는 애꿏은 시청자들만 재미보다 짜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에 과도한 진행을 위해서 억지스러운 전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이상(이준혁)과 어영(오지은)의 결혼을 앞두고 집안의 반대와 이태백(윤주희)과의 삼각관계 등 이들의 사랑 스토리를 질질 끄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집안의 원수로 결혼이 반대에 부딪히고, 어영을 위로하던 중 이상이 어영의 뺨을 때리며 이별 위기를 맞았다. 이어 곧바로 새로운 여인이 등장해 삼각관계를 예고하고 끝을 맺었다.

 

헌데 문제는 이미 앞서 왕재수와 어영, 이상이 삼각관계에 놓여 갈등을 빚다 결국 상견례자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 번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너무 억지스러운 전개일 뿐더러 식상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경찰 옹호? 가족드라마가 아닌 반공드라마?

 

특히 최근에는 뜬금없이 경찰을 옹호하는 장면이 나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기에 이번 경찰을 옹호하는 대사와 장면은 마치 과거 반공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줄거리와 상관없는 내용을 넣고 있어 더 큰 논란을 불러 오고 있다.

 

물론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폄하하거나 찬양하거나 할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이 애로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적어도 직업적인 부분을 심도 있게 보여주고 앞뒤 맥락이 매끄럽게 이어질 때 이야기이다. <수상한 삼형제>처럼 뜬금없는 장면일 때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너무 일방적으로 경찰을 옹호하는 대사가 나왔다. 26일 방송분에서 극중 이상은이 경찰대 후배가 인솔한 전경들이 시위대를 진압하던 중 경찰과 전경들이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간부가 과잉진압을 지시해 시위대가 다쳤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버지 김순경(박인환)에게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아버지가 "시위진압 현장에서 간부들이 좀더 판단을 잘해서 경찰이든 시위대든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말을 하자 서운함을 표시하며 경찰의 고충을 늘어놓았다.

 

이뿐이 아니다. 고충을 털어 놓으면서 "세상은 경찰한테 너무 냉정하다. 경찰은 사람도 아니고 목숨도 아니다. 그게 슬프다", "시위 진압하다 사고만 나면 무조건 과잉진압으로 몰아붙이는데 화염병 던지는 시위대한테 어떻게 해야 하나. 뉴스엔 시위대 다친 것만 크게 나오고 경찰 다친 건 나오지도 않았다" 등 경찰 입장만을 대변하는 대사들이 나왔다.

 

물론 맥락을 차치하고 대사만 놓고 볼 때 경찰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시위라는 것이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서로가 흥분하다 보면 과잉 진압을 할 수도 있고, 서로에게 피해가는 것이 사실이다. 잘잘 못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경찰은 피해자, 시위대는 가해자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의 입장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을 전달했어야 한다. 하지만 시위대 입장의 대변은 없었다. 그저 화염병을 던지며 극단적으로 나오는 시위대에 맞서 대처했을 뿐이라며 변명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으로 지나치게 해석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맥락상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 일이기에 마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단 한 번이라도 시위대의 입장과 처한 상황을 고려했다면 경찰만을 옹호하는 대사는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대개 시위대는 가난을 이고 살아가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이다. 이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않고 응당한 것을 보상해주지 않은 탓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길거리에 나온 그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반면 정부는 대의를 위해서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의 입장이 무조건 맞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러한 숙제를 경찰 입장에서만 풀어내려 한 점이 이번 논란의 요지이다.

 

제작진은 공영방송 KBS를 잊었는가?

 

하지만 경찰 옹호 논란의 가장 큰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우선 KBS 측의 의견은 이렇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

"경찰 직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그러한 대사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가 보답차원에서 이러한 대사를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반박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박으로 오히려 이번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KBS는 엄연히 공영방송사다. 공영방송사는 '공공기업 혹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방송사를 말한다. 그렇다면 경찰은 정부기관으로서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드라마를 통해 경찰을 홍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제작진 스스로도 경찰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받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가령, 특정 회사에서 아무리 광고협찬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간접광고를 무작정 해줄 수는 없다. 그것은 드라마의 질적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자존심이 아닐까 싶다. 마치 경찰청에서 제작을 하고 있는 국정홍보용 드라마처럼 대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논란을 배제하더라도 옳지 못하다.

 

물론 지나친 해석은 문화예술의 표현에 대해 억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전개까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도 분별력을 가지고 논란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제작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왜? KBS는 공영방송이며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경찰청의 도움에 대한 보답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답차원이라 한다면 경찰청에서 요구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사가 나온 데에는 문영남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작가라는 사람이 아무리 허구를 기본으로 하는 드라마지만 어느 정도 현실성을 반영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일방적인 사고를 대사로 만들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찰이라는 직업이기에 좀 더 현실성 있게 그려내야 한다. 즉,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일지라도 제작진이 작가와 협의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대사가 있다면 순화시키거나 삭제를 했어야 한다.

 

더욱이 어떠한 특정 직업을 그리는 데 있어 지원을 받았다면 주인공이 그 직업에 대한 홍보대사를 통해 보답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게다가 지금 경찰로 등장하는 연기자 이준혁은 '서울경찰 자전거 안전 알리미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적극적으로 경찰홍보에 동참하고 있다. 그만큼 충분히 경찰청 지원에 대한 보답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즘 되니, 방송통신심의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간접광고 즉, PPL이 드라마 상에서 과도하게 등장할 경우 제재를 하는데, 이번 경찰 옹호 논란도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과도한 간접광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막말 방송 퇴치와 불과 몇 일 전 '빵구똥꾸'라는 말에 대해 권고조치를 내린 그들이기에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떠한 식으로 언급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왜 일까? 공권력이 경찰의 이야기여서 일까.

 

'빵꾸똥꾸'의 경우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권고조치가 내려졌다. 그렇다면 경찰의 입장만을 전달한 이번 대사 또한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인 의견을 전달하여 그릇된 인식을 호도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송심의통신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더욱이 막장드라마 MBC <밥줘>의 경우 제재를 받은 예가 있으니 막장드라마로서 과도한 간접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상한 삼형제>를 위원회에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태그:#수상한 삼형제 , #경찰 옹호 논란 , #공영방송 , #보답 , #막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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