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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을 둘러싼 여·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28일 노동부가 앞장서 노동 기본권을 제한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행정규칙을 고시했다.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중재안 등 4가지 안을 놓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심사를 하고 있는 중에 노동부가 입법부에 현행법 내년 시행을 전제로 사실상의 '압박'을 가한 셈이다. 특히 앞서 환노위에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질타받았던 '행정규정에 의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그대로 시행, 국회를 무시했다는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노동부 장관은 2009년 12월 31일까지 제1항의 기한이 경과된 뒤 적용될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현행 노동조합법 부칙에 따라 규칙을 고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내년 1월 1일부터 행정예고를 시행하되 시행일 전에 법이 개정되는 경우 개정안에 따르고, 예규 시행일 이후 법이 개정될 경우에는 법이 개정, 공포되는 날까지만 효력을 갖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노위의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사실상 (노동부가) 협박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대로 현행법이 시행하더라도 위헌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노동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연말 앞두고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여야 의원들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입법기관인 국회를 모욕하며 행정편의주의적인 작태를 보이는 노동부장관은 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 "복수노조 교섭 거절 부당노동행위 아니다"... 노동3권 무력화?

 

이날 노동부가 고시한 '사업장 내 복수노조 병존시 부당노동행위 업무처리 규정'은 무엇보다 사용자의 교섭 거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판단에서부터 '친기업적' 면모를 드러낸다. 노동부는 기본적으로 교섭창구가 단일화되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신규 노조를 설립할 경우 기존 노조의 단체협약 유효 기간 중 교섭 거부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신규노조의 조합활동과 관련된 교섭 거부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또 무노조 사업장에서 2개 이상 노조가 동시에 생겨나는 경우 우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되 단일화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먼저 설립된 노조와 교섭을 이유로 신규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는 것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 경우 사용자가 어용 노조 등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방해하거나 고의로 기존 노조와의 단협 체결을 지연시켜 신규 노조와 교섭을 거부해도 구제방안이 없다. 또 무엇보다 현행법이 정하지 않은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를 고시로 규정하고 있어 위헌 및 법률의 위임범위를 초과한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노동특별위원장은 "복수노조의 허용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확대하자는 취지인데 노동부가 이날 고시한 행정규칙은 기존에 초기업노조, 즉 산별노조에 인정돼왔던 교섭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특히 "복수노조의 교섭창구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전되고 있는데 노동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위헌적 요소가 너무나 명백한 행정고시를 발표했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고시를 보면서 과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부처로서의 노동부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김상희 의원도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으로 보장하는 기본권을 법률 개정 없이 행정규칙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 국회 입법조사처를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노동부가 행정예고를 한 근거로 든 노동조합법 부칙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고자 하는 노조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는 '절차 규정'이지, 창구단일화를 강제하라는 '강제 규정'이 아니다"며 "법률의 위임범위를 초과한 임의적 행정규정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산별노조 교섭권' 마지막 쟁점... 민주당 "더 이상 후퇴는 없다"

 

한편, 노동조합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추미애 위원장의 중재안도 노·사·정·당 모두의 반발에 부딪혀 노동조합법 개정안 환노위 상정 시점(29일)을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지금도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다만, 민주당이 중재안의 타임오프 방안 등을 수용할 뜻을 밝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와 관련한 산별노조 교섭권 인정 여부가 마지막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희 의원은 이날 이와 관련해, 추 위원장의 중재안 가운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침에 대한 반대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추 위원장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노사 자율 결정토록 하고, 사용자의 동의가 없다면 산별노조 교섭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김 의원은 "추 위원장이 산별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다른 노조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 같으나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사용자의 동의에 따라 인정·불인정할 순 없다"며 "당의 입장과 중재안이 다른 데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민주노총이 이날 '협상 1년 유예'를 전제로 '전임자 임금 포기 선언'까지 한 것은 노동계의 절규"라며 "앞서 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노사 자율을 원칙으로 하던 민주당이 '타임오프제'를 일부 수용하는 등 충분히 후퇴한 상황에서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한나라당이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지나치게 수용하고 있다"며 "주5일제나 비정규직법도 시행 전 현장에서 발생될 혼란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 등을 우려했지만 문제없었고, 현재 복수노조를 시행 중인 외국도 그런 혼란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태그:#노동조합법, #전임자임금, #복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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