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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시상식이 시작됐다. 한 해를 정리하며, 공을 세운 이들에게 보답을 하고 각 분야의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시상식 말이다. 하지만 매년 열리는 시상식은 '나눠주기' 식의 수상으로 빛이 바랜 지 오래다. 그래서 매년 열리지만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또 권위 있는 시상식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우려 속에 올해도 어김없이 시상식이 시작됐고, 첫 주자로 토요일 KBS <연예대상>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는 다행히 나눠주기 식의 관행을 찾아볼 수 없었고, 수상한 사람도, 수상하지 못한 사람도 모두 주인공이 되었다.

 

진정한 수상자, 리얼 버라이어티

 

이번 KBS 시상식은 비교적 대상자 선정에 있어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그맨 황현희가 우스갯소리로 던졌던 "예능에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이번 수상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리얼 버라이어티 부문에선 남다른 고생을 한 사람들이 상을 받았다. <1박 2일>에서 대상과 우수상, <남자의 자격>에서는 최고 엔터테인먼트 상을 탔고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와 팀워크 상을 수상했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말을 입증해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KBS에서는 <개그콘서트>와 같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었지만 당연히 리얼 버라이어티가 강세였다. 마라톤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며 상대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남자의 자격>과 모진 추위에도 대한민국 곳곳을 누비며 예능 강자를 굳건하게 지키는 <1박 2일>, 사회인 야구단으로서 자신들의 꿈을 위해 노려하는 <천하무적 야구단>은 KBS 예능의 주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KBS 연예대상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멤버들이 상을 탄 것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이리라.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자를 이끌어 낸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수상으로 2연패를 달성한 강호동은 <1박 2일>을 몇 년 동안 이끌면서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했고, 단단한 팀워크가 형성되는 데 일조했다. 그런 모습들이 이번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주역도 상당부분에 걸쳐 수상했지만 이번 KBS <연예대상>의 진정한 수상자는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특별 무대로 축제 분위기 업!

 

또한 이번 시상식이 남다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축제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특별무대는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이번 시상식은 단순히 기존의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듯 패러디 댄스부터 콩트까지 다양했다.  

<개그콘서트> 출연진 중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아브라카타브라의 안무를, 신봉선과 한민관은 '내 귀에 캔디'를 '내 귀에 간디'로 부르며 재치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여기에 <1박 2일>팀은 씁쓸한 인생을, <개콘의 남보원>팀은 이윤석, 신봉선, 은지원과 함께 '멘트 하려는 후배에게 자르라고 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박명수 옆에 두고 착한 척 한다' 등 이경규와 강호동, 유재석을 향해 멘트를 날리며 분위기를 돋웠다.

 

또한 <해피투게터> 팀은 '2009 KBS 이런 일이'를 사우나 토크형식으로 되짚어 보는 등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무관한 이경규와 유재석의 진정한 승리

 

하지만 KBS <연예대상>이 진정으로 빛이 난 것은 수상하지 않았지만 축제에 참여해 기쁨을 함께 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로 무관이었지만 빛난 이경규와 유재석이다. 연말 시상식은 나눠주기라는 것은 모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여배우들>에서 윤여정은 "연말 시상식 그거 다 짜고 치는 거야, 별다른 의미 없어!"라고 내뱉겠는가. 그래서 연말 시상식에는 대부분 수상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경규와 유재석은 시상식에 참여해 진정한 예능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경규는 처음으로 KBS에서 MC로 나서 수상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강호동은 이경규의 '손'에 트로피를 안기며 "15년 전 저를 발탁해 이 자리에 올려 주셨던 이경규 선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내가 못 뜨면 자신도 옷을 벗겠다고 말씀해 주신 진정한 스승님, 당신이 진정한 연예대상의 주인공이십니다" 라고 말해 이경규가 진정한 승자임을 증명해주었다.

 

또 유재석도 이번 시상식에서 수상하지 않았지만 경쟁자 강호동에게 박수를 보내며 진정한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전현무 아나운서의 대상 관련 소감에 유재석은 "명수 형, 집 가깝잖아. 어서 와. 여기 재밌어"라고 답하며 곤란한 질문을 피해갔다. 하지만 이 멘트로서 자신이 수상하지 않았지만 선배와 후배, 동료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준 점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연말 시상식에 수상자를 제외하면 후보들이 참석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 만큼 이경규와 유재석의 참석은 의미가 깊다. 이처럼 이번 KBS <연예대상>은 보기 드물게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앞으로 있을 연말 시상식도 KBS <연예대상>처럼 시상식장이 아닌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연예대상 , #강호동 , #이경규 ,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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