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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거리에서...'눈물'로

갈산동 상인들의 릴레이 단식 농성 첫날. 제일 먼저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한부영 대표가 농성장에서 팻말을 앞에 두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릴레이단식농성을 시작한 27일 저녁 6시 현재 인천은 눈이 오는 가운데 영하 7도를 기록하고 있다.
▲ 릴레이 단식농성 갈산동 상인들의 릴레이 단식 농성 첫날. 제일 먼저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한부영 대표가 농성장에서 팻말을 앞에 두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릴레이단식농성을 시작한 27일 저녁 6시 현재 인천은 눈이 오는 가운데 영하 7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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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랜차이즈 SSM에선 전국 최초로 지난 7월 중기청으로부터 영업정지 일시 정지 권고를 받은 인천 갈산동점이 자율조정기간임에도 불구 입점을 위한 공사와 물건 반입을 시도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인천 중소상인들이 신청한 사업조정과 관련해 주무관청인 인천시도 황당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은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상인들은 위법행위라며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에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상인들은 결국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이달 29일 매장을 열기 위해 내외장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고, 개장 소식을 접한 갈산동 상인들은 24일 오후 이를 막기 위해 매장 입구를 막아섰다. 25일 새벽 업체 측은 1차 물건 반입을 시도했고, 낮에 2차 물건반입을 시도했다. 이에 상인들은 몸으로 물건 반입을 저지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이처럼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최근 사업조정 신청 지역 대부분이 강릉 사례 이후 강제 조정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상인들이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84곳 중 중기청 내부에서 정한 자율조정 기간(120일)을 넘긴 사례가 현재 34.5%(29건)에 달한다. 반면 자체 타결된 곳은 9.5%(8건)에 그치고 있는데다 나머지 곳도 자율조정 기간을 그대로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SM사업조정 신청이 사업조정심의회 단계를 밟을 경우, 대기업 사업진출로 중소상인들 피해가 명백한 것으로 인정되면 중기청 사업조정심의회는 대기업에 최대 6년까지 해당 분야 사업진출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이 조치는 해당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법적 명령이다. 때문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다급해 질 수밖에 없는 것.

삼성테스코, 사업조정 철회 신청 예정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매장 입점 공사가 중단 되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관계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매장을 응시하고 있다.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국내 첫 일시정지 권고 대상이자, 국내 첫 프랜차이즈 SSM 진출 대상이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매장 입점 공사가 중단 되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관계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매장을 응시하고 있다.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국내 첫 일시정지 권고 대상이자, 국내 첫 프랜차이즈 SSM 진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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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2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자율조정을 위해 시청에서 상인들과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이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회의석상에 데리고 나와 자율조정협의는 처음부터 파행을 겪었다.

상인들은 이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이 프랜차이즈 사업 통보를 위해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인천시 역시 자율조정기간임에도 불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가맹점주를 데리고 나온 사실을 알고는 황당해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진출을 알고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어떠한 통보나 공지가 없었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것도 그날 알았다"며 "이후 자율조정기간에 협상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삼성테스코 측이 내부회의를 했다며 '의지는 없다. 프랜차이즈로 간다. (프랜차이즈) 포기할 생각도 없고 다른 곳에서도 가맹점주를 모집할 계획'이라고만 전했다"고 말했다.

업체 측과 상인 간 마찰이 발생한 24일 인천시는 업체 측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진행 중인 사업조정을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업체 측은 "철회 요청을 하면 얼마나 걸리느냐?"며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금 사업조정 권한 일부를 위임받은 인천시가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상황이고, 게다가 자율조정협의 기간이다. 그런데 일시정지라고 하는 행정처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율조정협의 기간임에도 불구 공사를 강행하면 우리도 황당하다"며 "프랜차이즈로 전환한다고 통보하면 우리도 다시 중기청에 변화된 상황을 전한 뒤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괄적 중소상인 보호방안 '절실'

갈산동대책위 한부영 대표와 부평구연대회의 김응호대표가 매장안으로 들어가려던 물건의 진입을 막고 있다.
▲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동대책위 한부영 대표와 부평구연대회의 김응호대표가 매장안으로 들어가려던 물건의 진입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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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동 SSM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이곳이 국내 첫 프랜차이즈 SSM으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사업조정 제도를 피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통해 SSM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상인들과 SSM인천연석회의,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등은 이곳에서 프랜차이즈 SSM이 한 번 들어서면 국내 다른 모든 SSM사업조정 신청 지역에서도 SSM이 들어선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평구연대회의 김응호 공동대표는 "행정관청의 일시정지도 무시하고, 자율조정협의 기간임에도 불구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자율조정에 안 나서고 프랜차이즈를 강행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 것"이라며 "프랜차이즈는 SSM의 변종일 뿐 직영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성탄절 연휴를 물건 반입을 막느라 거리에서 보낸 상인들은 27일 갈산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릴레이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올 여름 불볕더위 아래 농성에 이어 다시 한 겨울 노숙농성이 시작된 것. 상인들은 눈이 오는 가운데 누울 곳조차 없는 곳에서 파라솔과 비닐에 의지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갈산동대책위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부평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당인천시당, 민주노동당인천시당 등은 공동으로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의 '일시정지권고와 자율조정협의' 성실 이행 ▲ 프랜차이즈 중단을 위한 중기청과 인천시의 대책 마련 ▲ 허가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연내 개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강화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지만 유통재벌은 허가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유통사업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롯데쇼핑은 1000냥 하우스와 비슷한 업종을 출시했다. 아무리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허점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유통 자본은 이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600만 자영업자, "한국경제 위기의 도화선"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년 지방선거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군 중 하나인 전 문병호 국회의원(사진 왼쪽 처음)과 민주노동당 김성진 후보예정자(사진 오른쪽 처음), 민주당 홍영표 의원(사진 가운데)이 공동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상인단체와 더불어 중소상인 보호를 촉구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공조가 이번 자영업자 보후 투쟁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 된다.
▲ 인천 야권공조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년 지방선거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군 중 하나인 전 문병호 국회의원(사진 왼쪽 처음)과 민주노동당 김성진 후보예정자(사진 오른쪽 처음), 민주당 홍영표 의원(사진 가운데)이 공동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상인단체와 더불어 중소상인 보호를 촉구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공조가 이번 자영업자 보후 투쟁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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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신규철 공동운영위원장은 "올 8월 공정위는 법인 안경업소와 이·미용실 개설허용을 추진하기 위해 '진입규제 개선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어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하려 했다. 하지만 미용·안경 업계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무산 됐다"며 "이는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것으로 연구 안에는 법인 안경업소 개설을 허용하고 업소 개설 수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과 이·미용업계의 법인기업 개설 허용 및 복수영업소 허가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슈퍼마켓이나 이․미용 등 모든 영역에서 자영업자는 이제 유통재벌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 자본의 속도에 비해 제도마련은 너무 늦다.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영역과 중소상공인의 영역을 일정부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997년 IMF경제위기 당시 국가부도 사태가 대기업의 금융부채와 정부의 외환보유고 바닥사태에서 비롯된 경제위기였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가계 금융의 위기다. 그 중에서도 소호대출(SOHO, 자영업자인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자금 대출)은 위험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평구연대회의 김응호 공동대표는 "가계의 소호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 리스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 그래서 갈산동 SSM은 단순히 부평 상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600만 자영업자가 처한 위기는 단순히 상인의 생존권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 위기의 도화선과 다름없다"며 "민생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갈산동대책위 상인들과, SSM사업조정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민주당 홍영표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은 28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갈산동 사례를 들어 프랜차이즈 SSM사업의 부당함을 알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프랜차이즈SSM, #사업조정,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시,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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