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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개방하면 분말스프와 액상스프 그리고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가 있다. 뜨거운 물만 있으며, 어디에서든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
▲ 중국의 컵라면 '팡비엔미엔' 포장을 개방하면 분말스프와 액상스프 그리고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가 있다. 뜨거운 물만 있으며, 어디에서든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
ⓒ 손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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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사회의 생각을 읽어내는 방법 – 言語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을 '컵 라면'이라고 부른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보이는 것'에 기준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그리고 누구나 이 '컵 라면'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며, 아마 머리에서는 컵 모양이 먼저 그려지고, 그 컵 안에 라면이 끓고 있는 그림이 차례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억지인지는 모르나, 지나치게 한국다운 그리고 한국인다운 사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소위 "비주얼(Visual)'에 강한 면을 지닌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평소 친한 친구가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대부분 친구들의 첫 질문이 "예쁘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 사람에 대한 평가 모든 기준은 외모에서부터 열을 세워 출발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을 믿고,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습관은 우리의 식생활과 언어를 만들어 내는 것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미국은 우리가 이렇게 부르는 '컵 라면'을 뭐라고 부를까.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 본 바로는 그냥 '라면( Ramen)'이라고 부른단다. 기대했던 것보다 단순하고 싱거운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명쾌한 느낌이 든다. 라면을 라면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굳이 여기에 의미를 부여 해 본다면, 크고 풍부함으로 가득한 그들의 생활 방식 이면에 존재하는 세밀함에 대한 지나친 무감각은 아닐까. 미국인들이 동양의 작은 나라 일본과 한국에서 만들어 낸 사진도 찍고, 영화도 보고, 전화도 하고 인터넷도 하는 만능 핸드폰에 그렇게 놀라워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라면은 컵에 담겨 있던, 봉지에 담겨 있던 그냥 라면일 뿐인 것 같다.

#2. 중국, 목적을 따르는 삶의 방식 – 팡비엔미엔(方便面)

중국에서는 '컵 라면'을 '팡비엔미엔(方便面)'이라고 부른다. 한자를 보면 바로 짐작할 수 있듯이 말 그대로 "편리한 라면"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표현이 참 재미있다. 그런데 이것을 계속 곱씹다 보면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 진다. 왜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인들이 '보이는 것(Visaul)'에 무게를 두고 표현했다면, 중국인들은 '목적'에 시선을 두고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이다. 그러면서도 이성적인 냉철함마저 느껴진다.

한국의 '컵 라면'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진 결과에 주목한다는 인상이라면, 중국의 '팡비엔미엔'은 만들기 전에 목적에 충실하였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 때문인지 한국의 '컵 라면'과 중국의 '팡비엔미엔'에는 다른 한 가지가 숨어 있다.

바로 그것은 중국의 '팡비엔미엔' 포장지를 뜯으면 안에 들어 있는 '일회용 포크'이다. 정말 의미 그대로 '편리한 라면'을 추구하는 대목이다. 그냥 야외 어디서든 젓가락 걱정 없이 뜨거운 물만 구할 수 있다면,따뜻한 국물의 라면을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한 번은 겪어 봄직한 일화 중 하나가 라면에 뜨거운 물 부어 놓고 젓가락이 없어 나뭇가지를 꺾어 보았다거나, 말도 안 되는 도구를 이용해 – 필자는 볼펜을 이용한 적도 있다- 라면을 먹어 본 경험 한 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한국인의 정서가 음식물에 플라스틱 포크가 내장 되어 있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 이의를 제기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라면 스프'의 플라스틱 용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보다 계속 이야기 해온  '컵 라면'과 '팡비엔미엔'에 대한 의미 해석을 어떻게 해보는 것이 좋을까라고 한다면 정서만의 문제로 구별을 짓는 것은 모호한 면이 있다고 보여 진다.

#3. 중국인들은 그것을 실리라고 말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인들도 진한 국물맛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한국이 분말스프 위주라면 중국은 진한 국물을 낼 수 있는 액상이나 젤리타입의 스프가 대부분 같이 들어 있다. 저녁 식사로 컵라면을 즐기는 상하이에 사는 중국인 '판선생'.
▲ 중국인들도 간단한 식사대용으로 컵라면을 즐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인들도 진한 국물맛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한국이 분말스프 위주라면 중국은 진한 국물을 낼 수 있는 액상이나 젤리타입의 스프가 대부분 같이 들어 있다. 저녁 식사로 컵라면을 즐기는 상하이에 사는 중국인 '판선생'.
ⓒ 손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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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활을 하다 보면, 이처럼 중국인들의 목적에 충실한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백화점에 연중 있는 '할인행사'이다.  '할인행사'라는 것이 사실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이 있다면 바로 할인율에 대한 표기 방법들이다.

가령 한국에서 "25% Sale" 상품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전체 가격에서 25% 만큼 할인 해 준다고 생각 할 것이다. 즉 할인 된 돈의 액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중국은 반대이다. 금방 말한 25% Sale 상품을 표기할 때는 "7.5折" 라고 표기한다. 그 의미인 즉 전체 가격의 75% 가격만 내라는 말이다.

똑같은 의미인데도 느낌이 이처럼 다르다. 물건을 구매할 때 먼저 내야 할 돈을 계산하는 것이다. 주인 입장에서도 내가 받아 내야 할 돈이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에게 지극히 목적 지향적인 해석이다. 한국에서는 깎아준다는 덤의 개념이 안으로 녹아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내가 취할 실리가 표면에 드러나 있다. 

어쨌든 한 사회에서 통용 되는 단어는 그 사회의 문화와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오랜 습관과 생각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보이는 것'과 '감성적인 교감'에 익숙한 반면, 중국인들은 '목적 지향적'이고 '나의 실리'에 더 익숙한 것 같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적 의미일 뿐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해 나가고 있는 '중국의 경제 파워'가 혹시 그들의 익숙한 문화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인지 한번 쯤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인 것 같다. <孫>


태그:#중국, #상하이, #라면, #팡비엔미엔,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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